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젊은 시절 공산주의 사상에 심취해 공산혁명에 가담했다가 체포됐다. 그의 나이 28세였고 볼셰비키혁명이 일어나기 68년 전이었다. 제정 러시아법원은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렸고, 그는 영하 50도가 넘는 시베리아로 끌려갔다. 사형 집행장에는 3개의 기둥이 있었고, 그는 가운데 기둥에 묶였다.
총살 집행 5분 전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5분이 세상의 어떤 보물보다 귀하게 여겨졌다. ‘이생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쓸까’하고 생각했다. 유언에 2분, 생애를 정리하는 데 2분, 대자연을 둘러보는 데 1분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는 옆의 두 혁명동지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나니 2분이 지났다. 3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지난 28년의 세월을 낭비한 것 같아 후회가 밀려 왔다. 그 순간 “철커덕” 하는 총알 장전 소리가 들렸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으며 죽음의 공포가 몰려왔다. 그는 마지막 기도를 했다. “하나님 살려주세요.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짧지만 아주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아니, 하나님의 즉각적인 응답이 임했다. 멀리서 흰 깃발을 날리며 말 타고 달려오는 병사가 있었다. 황제의 특별사면령이 내렸던 것이다. 그 후 모스크바로 돌아간 그는 사형 순간에 느꼈던 그 짜릿함을 평생 간직하고 살았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같은 작품은 그렇게 해서 세상에 나왔다.
김봉준 목사(구로순복음교회)
-국민일보 겨자씨, 20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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