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영국 아동문학가 마이클 모퍼고가 소설 '워 호스(War Horse)'를 냈다. 소년 앨버트는 집에서 기르던 말 조이와 뜨거운 우정을 나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조이를 기병대에 군마(軍馬)로 팔아버린다. 조이는 1차대전 최전방에 투입된다. 뛰어난 용맹으로 병사들 사랑을 독차지하지만 가슴에는 앨버트를 못 잊는 그리움뿐이다. 앨버트는 어린 나이에도 군에 입대한 뒤 전쟁터를 헤맨 끝에 조이를 찾아 데려온다.
▶'워 호스'는 참전 군인이 모퍼고에게 들려준 실화다. 2007년 연극이 됐고 스필버그가 2011년 영화로 내놓았다. 1차대전 때 연합군과 동맹군은 말 800만필, 노새 21만3000마리를 전장에 투입했다. 무엇보다 말이 없으면 대포와 포탄을 전선까지 나를 수 없었다. 때론 병사들 빵보다 말 사료가 더 중요했다. 전쟁터 말은 절반이 스트레스와 총탄에 쓰러지거나 굶어죽었다.
▶미군이 6·25 때 큰 공을 세운 한국산 군마 '레클리스(reckless)'를 기려 기념관을 세운다. 26일 버지니아주 관티코 해병대 본부에 있는 해병박물관에서 기념관 헌정식을 갖는다. 레클리스는 서울 경마장에서 '아침해'라는 이름으로 뛰던 경주마였다. 1952년 미 해병 1사단 5연대 화기소대가 주인에게 250달러를 주고 샀다. 이듬해 레클리스는 경기도 연천 전투를 비롯한 격전지에서 386차례나 탄약을 날랐다. 안내병 없이 혼자 적탄을 뚫고 포탄을 져 나른 것만 쉰한 차례다. 이름처럼 '무모하도록' 용감했다.
▶레클리스는 철조망도 잘 넘었다. 이마에 하얀 줄이 있었던 밤색 암말 레클리스는 적탄이 날아오면 엎드릴 줄도 알았다. 미군은 레클리스를 미국으로 데려가 1959년 부사관 계급을 줬고 68년 숨지자 군인 못지않은 장례식을 치러줬다. 97년 라이프지(誌)는 레클리스를 '세계 100대 영웅'으로 꼽았다. 미국은 그렇게 전쟁을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곳 네티즌이 해병 사이트에 댓글을 달았다. "스필버그씨, 이제 영화 '레클리스'를 만들 차례요."
-조선일보, 201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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