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의 인지행동치료
⊙ ’강박증’의 치료
지난 20년 동안, 강박증의 치료는 매우 발전하여 현재 두 가지의 치료 방법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강박생각으로 인한 불편감을 줄여주고 강박행동을 감소시켜주는 효과적인 치료방법입니다. 세로토닌 신경전달에 주된 효과를 보이는 약물치료는 강박증상을 줄이는데 효과적입니다.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모두 뇌의 이상을 변화시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의 복합요법으로 매우 좋은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 인지행동치료란?
때로는 ’인지-행동 정신치료’라고도 불리우는 이 치료방법은, 강박생각으로부터 야기되는 불편감을 어떻게 가라앉히는가, 그리고 어떻게 강박행동을 줄이는가를 배우도록 도와줍니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에게 주어지는 어떤 처방이 아닙니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가 배우도록 짜여진 하나의 구조화된 기술 체계입니다. 행동치료는 행동에 초점을 두고, 불안을 점차 줄여 나갈 수 있도록 단계단계로 짜여져 있습니다.
⊙ 인지행동치료의 목적
인지행동치료는 여러분들이 강박장애증상에 대처하고 저항할 수 있는 인지적, 행동적 전략을 배우고 이러한 전략들을 충분한 연습과 과제의 수행 등을 통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혼자서도 증상을 감소시키고 조절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 = 인지치료 + 행동치료
⊙ 인지행동치료의 핵심개념
⑴ 사고(생각)는 행동에 영향을 준다.
⑵ 자신의 사고(생각)는 탐색할 수 있으며 변화시킬 수 있다.
⑶ 사고의 변화를 통하여 원하는 행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여러분이 어떤 일에 대하여 부정적인 결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자동적(습관적)이고 비합리적인 사고들을 확인하고, 실제로는 부정적인 결과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대안적 사고를 생각해보고 현실검증을 통하여 여러분의 생각들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 강박장애 환자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비합리적인 사고들
① 완벽주의 : 완벽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실패라거나 패배자로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② 재앙화 : 미래에 대하여 보다 현실적인 근거없이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하지 않습니까?
③ 과장된 자기책임감 : 좀 더 타당한 설명을 고려하지 않고 해로운 일을 막지 못하면 자신의 탓이라고 몰아붙이지는 않습니까?
⊙ 인지 행동치료의 기법
인지 행동치료에서는 여러분이 자신의 사고와 감정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먼저 자신의 자동적인 사고를 파악하고 변화시키는 방법을 배울 것입니다. 다음 단계로는 강박사고로부터 야기되는 불편감을 어떻게 가라앉히는가, 그리고 어떻게 강박행동을 줄이는가를 배우도록 도와드릴 것입니다. 여러가지 행동적 전략이 있는데 그 중 강박장애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노출법(exposure)과 반응 예방법(response prevention)입니다.
⑴ 우선, 두려움의 대상을 접하고 직면하게 합니다(노출, exposure).
⑵ 다음으로, 강박행동을 참습니다(반응방지, response prevention).
노출과 반응방지는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단번에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마치 찬물에 들어갈 때, 얕은 곳부터 천천히 들어가느냐 아니면 깊은 곳으로 그냥 다이빙을 하느냐의 차이와 같은 것입니다. 단계적인 방법과 단번에 하는 방법은 야기되는 불편감에 차이는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놀랍게도 수년간 강박생각을 가지고 두려운 대상을 피하던 사람이라도 집중적인 행동치료가 이루어지는 동안은 별로 불편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하고자 하는 욕구는 점차 감소하게 됩니다. 노출은 강박생각, 불안, 불편감, 걱정에 더 효과적이고, 반응방지는 강박행동을 줄이는 데에 더 효과적입니다.
한 가지 예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세균에 오염될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문손잡이도 잡지 않고, 공중전화도 사용하지 않으며, 악수를 나누지도 않습니다. 하루에 40회도 넘게 손을 씻습니다. 이 환자에게 행동치료가 적용됩니다. 환자는 문손잡이와 공중전화를 만지고 악수도 하도록 권장됩니다(노출). 그리고, 손을 씻는 횟수를 줄이도록 합니다(반응방지). 처음에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정도로 물건들을 만지고 사람들과 악수를 나눌 것입니다. 손 씻는 횟수로 하루에 5회 미만씩 줄이도록 합니다. 그는 자신의 스트레스, 불안 등을 일기나 치료기록지에 기입하여 다음 치료 시간에 가져와 치료자에게 보여줍니다. 치료가 점차 진행됨에 따라 그는 좀더 지저분한 물건을 만지고 손 씻는 횟수를 좀더 줄이도록 요구됩니다. 이리하여 그는 궁극적으로 일반적인 사람들과 똑같은 정도로 걱정하고 청결할 수 있도록 됩니다.
⊙ 그밖에 사용하는 인지행동적 전략들
◑ 사고를 정지시키기
◑ 녹음기를 사용하여 자신의 강박적인 사고들을 계속해서 듣도록 하는 것
◑ 강박적인 습관들을 재경험해 보기
◑ 의례적인 행위의 예방을 위하여 강화물을 주어 동기를 부여하기
’사고 멈춤(thought stopping)’과 ’의미 안심(semantic satiation)’이라는 특별한 기술을 간단히 살펴보면, 사고 멈춤은 부정적인 자극이나 혐오자극을 이용합니다. 예를 들면, 강박증상이 들 때마다 손목에 감긴 고무줄을 당겼다가 놓는 것입니다. 이는 아프기는 하지만 해롤 입히지는 않습니다. 의미 안심은 생각에 대한 노출 치료의 한 형태입니다. 강박생각이 무엇이건 간에 자꾸 반복해서 쓰거나 말하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백 번"이라는 단어를 백 번 말하게 하면, 백 번을 말하기 전에 그 단어는 의미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같은 방식으로 이전에 불편하던 강박생각은 그 의미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전혀 우스꽝스러운 생각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불안을 증가시키는 생각과 불안을 감소시키는 생각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출은 불안을 증가시기는 생각, 대상, 상황에 대해서 필요한 것이며, 반응방지는 불안을 감소시키는 행동(강박행동)이나 정신의식(정신적인 강박행동)에 필요합니다. 정신의식(정신적인 강박행동)에 대해서 잠시 설명하자면, 이것은 강박생각이 야기한 불안이나 불편감을 줄이고자 자발적으로 의도하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면, 아동에게 해를 입히지나 않을까 하는 강박생각이 있는 경우에 "내가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신이 도와줄 꺼야"라고 반복적으로 생각하여 불안이나 불편감이 감소할 때, 이런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생각은 바로 정신의식(정신적인 강박행동)입니다.
행동치료는 부작용이 거의 없습니다. 치료 초기에는 더 불안해하고 악몽을 생생하게 꾸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합니다. 따라서, 심장병이나 위궤양, 천식, 궤양성 대장염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천천히 점진적으로 치료를 진행합니다. 어떤 경우라도 행동치료가 금기가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심한 우울증이나 알코올, 향정신성 약물은 행동치료의 효과를 줄입니다. 일반적으로 ’진정제’, ’수면제’, ’신경안정제’, ’두드러기 약’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는 ’상태-의존 학습’이라는 것 때문에 그러한데, 상태-의존 학습이란 어떤 정신상태에서 학습한 것은 그러한 정신 상태에서만 효과가 있지 다른 정신상태에서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요한 점은, 강박증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은 행동치료의 효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지행동치료의 효과
대략 60~90%의 환자들이 인지행동치료의 득을 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인지행동치료로서 증상의 50~80%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환자가 열심히 참여할 때 그렇습니다. 대략 25%의 환자는 인지행동치료를 거부합니다.
인지행동치료의 효과는 치료 첫 시간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5-6회 째의 치료가 진행되면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혹은 좀더 늦게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일단 효과가 나타나면 이 효과는 향후 수개월간 증진됩니다.
때로는 행동에서 호전을 보였더라도 실제로 좋아졌다는 느낌을 갖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는 수도 있습니다. 좋아졌다는 생각보다 실제로 좋아졌다는 느낌과 확신은 좀더 늦어져서 4개월 정도가 지나야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가 언제든지 필요하면 스스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학습한 것이므로 그 효과는 수년간, 그리고 무한정으로 지속됩니다. 실제로 수년간 환자들의 치료결과를 추적한 연구를 보면, 대부분의 환자들에게서 행동치료의 효과는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 치료 유형
인지행동치료는 개별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으며 집단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며 가족과 함께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강박증 클리닉에서는 집단으로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고 있으며, 치료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개별치료를 병행할 것입니다.
⊙ 스스로 치료자가 되십시오!
인지행동치료는 치료자가 일방적으로 처방하고 이끌어가는 치료방법이 아닙니다. 치료자는 환자여러분이 자신의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에 대항하여 싸울 수 있도록 인지적 전략과 행동적 전략을 학습하고 스스로 이를 사용하는 것을 돕는 코치입니다. 치료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환자여러분이 치료과정의 주인으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 인지행동치료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하여 다음 사항을 꼭 지키십시오.
(1) 약속을 지킵시다.
일단 인지행동치료과정에 참여한 이상, 반드시 12세션에 시간을 지켜 참여하도록 합시다. 또한 치료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약속에 대하여 반드시 지키도록 합시다.
(2) 정직하고 개방적으로 되십시오.
자신의 경험이나 사고, 감정들에 대하여 거르지 말고 솔직하게 나누어야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치료의 일부로 제시되는 과제를 반드시 수행합니다.
인지행동치료에서 과제는 필수적입니다.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야기하는 상황이나 대상은 환자마다 다양합니다. 치료실에서 이런 모든 상황과 대상을 접할 수 없기 때문에 과제를 통하여 개별상황과 대상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과제를 통하여 치료시간에 습득한 전략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강박증의 자기자극치료
인간의 뇌는 약 1011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뇌가 정보를 교환하는데는 결국 전기적인 자극으로 연결이 된다. 뇌는 신경세포의 다발이다. 신경세포는 세포 몸과 축삭돌기라는 긴 통로로 이루어 져 있으며 (그림),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에는 신경간극이라는 아주 미세한 간격이 있다. 뇌에서 정보가 전달될 때에는 신경 몸에서 축삭돌기로는 전기적인 변화로 전달이 되고, 신경말단에 와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다음 신경세포로 정보가 전달이 된다. 결국 이 전기적인 변화와 신경전달물질의 변화가 뇌에서의 기본적인 변화이다. 따라서 뇌의 몸에서 축삭돌기로의 전달에는 전기적인 흐름인 것이다.
전기적인 흐름이 있으면, 주위에 자기장이 형성이 된다. 전기와 자기는 결국 동전의 앞,뒷면인 것이다. 정신과의 치료방법 중에 전기충격요법이라는 것이 있다. 사실 이 치료방법은 일부 정신과 환자에서는 아주 좋은 치료법으로 되어 있다. 조증, 우울증, 정신분열병 등 약물에 반응이 없는 환자나 약물의 부작용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 또는 빠른 치료가 필요할 때, 이 방법을 사용한다. 미국에서도 여전히 전기충격요법은 좋은 치료방법의 하나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강박증에는 전기충격요법은 별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효과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자주 사용되지 않는 것은 좋은 새로운 약물들이 많이 개발되는 이유도 있지만 사람들이 이 치료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문제이다. 마치 전기고문치료를 연상하게 되는 까닭일 것이다.
최근 이러한 방법을 대치하는 새로운 방법인 자기자극법이 나오기 시작하여 한창 연구 중에 있다. 이는 뇌의 일부분에 자기장을 걸어주는 것이다. 즉 자장이 적절한 강도와 적절한 방향으로 형성이 되면, 뇌의 신경회로를 자극하거나 억제할 수 있고, 그것이 인간의 감정이나 사고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원리이다. 이미 우울증에는 상당한 치료효과가 있음이 밝혀졌고, 정신분열병, 혹은 강박증에도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이 방법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비교적 안전한 방법으로 부작용이 별로 없는 것으로 되어있다.
정상인에게서 반복적으로 자기자극을 왼쪽 전두엽부위에 주게 되면 우울감이 나오고, 오른쪽 전두엽부위에 자극을 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우울증환자에게는 왼쪽 전두엽부위를 자극해야 치료효과가 있으며, 기분이 과도하게 좋은 조증은 오히려 우측 전두엽부위를 자극해야 치료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는 아이러니칼한 현상이다. 좌측을 자극될 때 정상인에게서 우울감이 나타나는데, 오히려 우울증환자에게 우울감이 생기는 좌측을 자극해야 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뇌는 서로가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으며, 한부분의 이상이 있을 경우 주위의 다른 부분이 그 기능을 보상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뇌기능 검사로 어떠한 부위의 이상을 발견하였을 때, 그 질환의 주된 이상이 그 부위인지, 또는 그것이 주 이상에 대한 보상현상으로 나타난 것인지 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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