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를 만든 사람들]
-코치이자 약혼자 남기협씨
2011년 약혼 후 스윙 코치로 불안하던 드라이버샷 잡아줘… 朴 "오빠만 보면 마음 안정돼"
-자신감 심어준 백종석 코치
2008년 US女오픈 우승 때 지도… 부진 빠졌을 땐 日진출 권유, 재기할 수 있는 발판 마련해줘
-멘털 트레이너 조수경 박사
5년 전 만나 매주 전화 상담 '행복한 골퍼'라는 목표 심어줘
1일 박인비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갤러리 사이에 있던 아버지 박건규(52)씨와 어머니 김성자(50)씨는 포옹하며 눈물을 쏟았다. 현지 중계방송 화면은 경기 내내 이들 부부의 표정을 화면에 담았다. 밤에 전화 연결이 된 어머니 김씨는 쉰 목소리로 "딸이 대견하고 고마워서 눈물을 흘렸다"며 "지난 5년간 열심히 도와준 분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인비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 그림자 외조 - 박인비는 2011년 8월 한국프로골프 투어 프로 출신인 남기협씨와 약혼식을 치렀다. 8년 전 미국의 같은 연습장에서 훈련하며 처음 만나 연인 사이가 된 남씨는 2011년 겨울부터 박인비의 스윙 코치를 맡아 함께 투어를 다니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9일(한국 시각)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2라운드 경기가 악천후로 지연되는 동안 연습 그린에 서 있는 박인비에게 남씨가 우산을 받쳐주고 있는 모습. /Getty Images 멀티비츠
2008년 US여자오픈은 박인비에게 너무 이르게 찾아온 우승이었다. 박인비의 당시 스윙 코치는 백종석(52) 프로다. 1980년대 중반 미국으로 건너가 주니어 캠프와 미국에서 골프 대학을 운영하는 백 프로는 박인비가 고3이던 2005년 처음 만났다.
박인비는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플로리다에서는 데이비드 레드베터 스쿨 그리고 3년 뒤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부치 하먼 스쿨을 다니며 골프를 배웠다. 백 프로는 "처음 인비를 만났을 때 수줍음을 많이 타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박인비에게는 여러 가지 후유증이 나타났다. 19세에 가장 어렵다는 US여자오픈을 우승한 천재 골퍼로 매스컴의 조명을 받자 박인비는 오히려 자신이 '능력이 부족한데 운으로 우승한 것 아닐까' 하는 자격지심을 갖는 것 같았다고 한다. 특히 스윙 연속 사진 촬영처럼 자신의 스윙에 관심을 갖는 것을 극히 부담스럽게 생각했다. 백 프로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박인비가 미국에 처음 건너와 영어에 자신이 없던 시절 '우승하면 영어 연설을 하는 게 부담스러워 일부러 퍼트를 실수하곤 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고 했다. 백 프로는 "스윙에 자신이 없어지면서 점점 공을 오른발 쪽으로 놓으면서 스윙 궤도가 가파르게 변했다"고 했다. 그러자 왼쪽으로 당겨치거나 오른쪽으로 크게 밀리는 샷이 늘었다고 한다. 연습장에서 스윙을 교정해도 실전에 나가면 나쁜 습관이 금세 돌아왔다.
- 박인비(가운데)가 아버지 박건규씨(오른쪽), 어머니 김성자씨와 함께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맨 위 사진). (아래 사진 왼쪽부터) 약혼자 남기협, 백종석 코치, 조수경 박사. /AP 뉴시스
2009년 중반까지 이런 흐름이 지속되자 백 프로는 박인비 가족에게 일본 진출을 제안했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 투어에서 생활하면서 가족도 자주 만나고, 우승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자는 취지였다. 2010년 박인비는 일본 투어에서 2승을 올리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금 스윙 코치를 맡고 있는 약혼자 남기협(32)씨도 백종석씨가 LA에서 운영하던 골프 아카데미에서 박인비와 인연을 맺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활동하던 남기협씨가 전지훈련을 오면서 박인비와 처음 만났다. 박인비는 "말수는 적어도 자상해서 믿고 따르는 오빠 동생 사이가 됐다"고 했다. 남기협씨는 2008년 KPGA선수권에서 8위에 올랐다 은퇴했다. 드라이버샷을 300야드 넘게 때리는 장타자인 그는 이론에 해박했다. 2006년 2부 투어에 진출하면서 가끔 만나다 2007년 경주에서 열린 LPGA 투어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에서 박인비의 부탁으로 남기협씨가 캐디 백을 메면서 연인 사이가 됐다. 2011년 남기협씨와 약혼하며 투어 생활을 같이하고 있는 박인비는 "외롭게 투어 생활을 하다 완전히 내 편이라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며 "드라이버샷의 궤도를 잡아준 것 이상으로 오빠만 보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됐다"고 했다.
2008년 11월 박인비에게는 멘털 트레이너가 생겼다. 박태환·손연재·양학선 등 한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들의 심리 상담을 맡고 있는 심리학 박사 조수경(43·조수경스포츠심리연구소장)씨다.
조 박사는 "인비를 처음 만났을 때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고 했다. 조 박사는 "각종 심리 측정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네가 이런 상황인데 나와 함께 노력해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목표는 '행복한 골퍼가 되는 것'으로 잡았다. 골프장 안에서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도 행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박인비에게 했다. 매주 한 가지씩 "하루에 긍정적인 것 하나를 떠올리자" "어깨 턴을 확실하게 해보자" 등의 화두를 던졌다. 이번 US여자오픈에서는 "밖에서 메이저 3연승이다 뭐다 해도 나는 눈앞의 한 샷에만 집중해 자신 있게한다"였다. 조 박사는 "처음엔 매일 국제 전화를 했고, 지금도 5년째 매주 상담을 하는 선수는 박인비가 유일하다"고 했다. 조 박사는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며 "앞으로도 행복한 골퍼가 되겠다는 초심을 잊지 말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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