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군 생활을 마친 후에 직장생활을 하다가 신학에 입문했다.
다소 늦기는 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까지 목사로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하나님을 바라보고 걸어온 목회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장로회신학대학 신학대학원을 졸업하여 예장 통합측 목사로 안수를 받았지만,
십 수 년이 지난 지금은 백석교단 목사가 되어 있다.
이전에 교회사정으로 예장 합동측 목사로 잠시 활동하기도 했다.
목사안수를 받은 교단에서 평생 목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세 교단을 거쳤으니 평범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하나님이 넓게 사용하시려고 교단을 두루 거치면서 훈련을 하고 계시는 중이다.
과거에 다른 교단과 교제할 기회가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여러 교단의 분위기를 알게 되었다.
하나님의 특수훈련 결과이다.
교단을 옮기는 것은 집을 이사하는 것과 같다.
나무로 말하면 뿌리를 캐서 옮기는 것과 같을 것이다.
신학의 토양이 다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적응하지 못하면 점차 시들다가 죽어버릴 정도로 위험한 일이다.
선후배와 친구들과 같은 의지할 사람이 없다.
오로지 하나님만을 바라보아야 한다.
자연스럽게 하나님과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어 감사하다.
교단가입자 연수교육을 받으면서 하나님이 좋은 기회를 주셨다는 믿음이 생겼다.
큰 것을 잃었지만 다른 좋은 것으로 하나님이 채워주시리라 믿는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고 하셨듯이 나에게도 신학의 뿌리를 옮기는 이사를 시키셨다.
새로운 토양에서 새롭게 시작하라는 하나님의 섭리라 믿는다.
하나님의 선물이 과연 무엇일까?
교단까지 옮기게 하시고 이루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일까?
지금은 어렴풋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세월이 흘러 목회를 결산할 때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고백하게 될 것이다.
근 20년 동안 신학의 뿌리를 내렸던 통합측 교단에서 이제 백석교단으로 옮겼다.
정들었던 교정을 떠나 졸업하는 사람처럼 섭섭함과 아쉬움도 남는다.
떠나온 집을 돌아보지 말자.
심겨진 곳에 뿌리를 빨리 내려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견실한 열매를 맺도록 하자.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하셨던 약속을 성취하셨듯이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도 반드시 이루어가시리라 믿으며 새로운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