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상담

한국형 자살예방 프로그램 개발

하마사 2013. 3. 7. 16:21

 

[한국형 자살예방 프로그램 개발]
자살 생각·계획하는 사람은 반드시 알리는 신호 보내
'공감하며 들어주기'도 치료법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아침에 일어나면 회사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들어. 어머님이 갑자기 쓰러지셔서 형편은 어렵고 대출 이자도 계속 밀렸어. 세상 모든 것이 나를 힘들게만 해. 약국에서 받은 수면제를 모으고 있어."

어느 날 친구가 갑자기 이런 말을 털어놓는다면 '자살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자살 사망률은 2011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31.7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이다. 1년에 1만5000여명, 1시간마다 1.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자살 시도자는 실제 자살자의 20~40배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자살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자살을 생각하고 계획하는 이들은 반드시 자살을 알리는 신호를 보낸다.

주변에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 "죽었으면 좋겠다",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입맛이 없고 밥을 먹을 수 없다" 등 삶을 포기하는 듯한 말을 하거나 신체적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자살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죽고 싶다'는 문구를 반복해 쓰거나, 자살 사이트를 찾아보거나, 약·끈 등 자살 도구를 사 모으거나, 신변을 정리하고 아끼던 물건을 갑작스럽게 선물로 주는 행동도 자살 신호일 수 있다.

자살을 막으려면 우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을 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선이나 자세는 상대방을 향하고, "그래, 정말 힘들었구나", "나에게 그런 생각을 말해줘서 정말 고맙다"며 감정을 교류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살을 구체적으로 준비하지 않고 비교적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이들이라면 위험이 작으니 평소 고민을 들어주고 다음 약속을 잡아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고 자살 도구를 갖고 있는 등 자살 위험이 크면 가족과 지인에게 바로 연락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통해 치료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를 한국자살예방협회·중앙자살예방센터와 함께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프로그램 개발을 맡은 하규섭 국립서울병원장은 "감정적 고통을 잘 표현하지 않는 한국의 상황에 맞춰 자살 고위험군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도록 했다"며 "자살을 호소하는 이들의 '죽고 싶다'는 외침은 '살고 싶다', '도와달라'는 SOS이며, 그 신호를 보고 듣는 것으로도 치료가 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