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관련자료/통계자료

떠날 때 박수받는 대통령

하마사 2013. 2. 23. 09:54

 

한국갤럽의 지난주 조사에서 퇴임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24%였다. 5년 전 취임 직후 지지율인 52%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하락한 수치다. 하지만 과거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이 대통령의 성적이 특별히 더 나쁜 것은 아니다. 갤럽 조사에서 과거 대통령들의 취임 직후와 퇴임 직전 지지율은 노태우(57%→12%), 김영삼(86%→6%), 김대중(71%→24%), 노무현(60%→21%) 등이었다. 이 대통령을 포함해 5명이 청와대에 입성할 때 평균 지지율은 65%였고, 떠날 때에는 17%였다.

미국 갤럽 자료에 따르면 여론조사가 정착된 1940년대 중반 이후 미국 대통령 11명의 취임 직후 평균 지지율은 65%였고, 퇴임 직전에는 48%였다. 한국과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기 지지율 평균치는 65%로 같았지만 마지막에는 17% 대(對) 48%로 무려 30%포인트 이상이나 차이가 났다. 두 나라 모두 대통령 재임 중 시간이 흐를수록 지지율이 '필연적 하락 법칙'의 지배를 받아 하강(下降) 곡선을 그렸지만 우리나라는 수직 낙하 미끄럼틀 수준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퇴임한 미국 대통령 11명 중 절반 이상인 6명이 물러날 때 지지율 50% 이상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대통령의 성적표는 더욱 초라하다.

정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대통령의 재임 기간 중 지지율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가 경제 상황에 대한 국민의 평가라고 한다. 경제 발전과 관련한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국민의 기대가 크기 때문에 이를 충족할 경우 지지율이 오르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지지율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 이 대통령의 지지율 곡선도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 흐름과 비슷했다.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소비자 심리가 낙관 또는 비관적일 때마다 대통령 지지율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체감 경기와 대통령 지지율의 상관관계가 밀접했다는 의미다.

최근에도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리서치앤리서치의 작년 2월 조사에서 국가 경제 상황에 대해 '나쁘다'는 평가가 78%에 달했고, 1년 후인 최근 조사에선 부정 평가가 83%로 더 상승했다. 얼마 전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는 새 정부의 최우선 추진 과제로 국민의 50%가 '민생 경제 살리기'를 꼽았다. 경기 회복에 대한 열망(熱望)은 '국민 대통합'(10%) '복지 정책 확대'(9%) '경제 민주화'(8%) 등을 압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국민 다수에게 박수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취임식 때 약속했던 '국민 성공 시대'가 열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2·19 대선 다음 날 첫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잘살아보세' 신화를 만들어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약속의 정치'를 내세웠던 박 당선인이 떠날 때 박수받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조선일보, 2013/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