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위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린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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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린(愛隣) : 이웃을 사랑함
희로(喜怒) : 기쁨과 노여움
비정(非情) : 사람으로서의 따뜻한 정이 없음
함묵(緘默) :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아니함
원뢰(遠雷) : 멀리서 울리는 우레 소리
* 김황식 국무총리가 평생 간직한 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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