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정 소나무
숲의 먼 끝에 한 그루 외따로
구부정 소나무가 서 있다
로씨야땅에서 보기 드문
구부정 소나무가 서 있다
그 곁을 지날 때면 언제나
가만히 눈물을 머금는다
저도 몰래 주먹을 쥔다
가슴이 소리 없이 외친다
멀리서 아끼는 사랑이
얼마나 애틋한지 아느냐
길 떠난 아들을 잊지 마라
구부정 소나무의 내 나라
―리진(1930~ )
이 시의 소박한 진술은 인간 바탕에 고여 있는 원초적 그리움과 조국에 대한 섭섭함, 고독이 행간에서 절절하게 배어 나온다. 천애(天涯) 외로운 곳에서 만나 사귀는 고향 친구, 구부정 소나무. 조상의 선산(先山)을 지키던 그 나무. 하나 끝내 조국은 길 떠난 아들을 잊었을 것이다. 시는 남아 영원하고 아름다운 조국에의 상소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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