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편지
별들이 촘촘히 편지를 쓴다
넓고 까만
하늘 종이 위에…
문득
친구가 보고 싶은 날
몰래 나와 별 편지를 읽는다
눈짓으로만
마음으로만
속삭이는 별들의 편지…
그런 날은 풀벌레들도 극성이다
별 편지를 읽는 소리
요란하다
―한명순(1952~ )
그 많던 별은 다 어디로 갔을까? 요즘은 도시에서 별을 보기가 어렵다. 간혹 도시의 하늘에 희미하게 별이 하나둘 뜨기는 하지만 별을 쳐다보는 사람은 드물다. 별처럼 점차 사라져서 보기 어려운 것이 또 있다. 골목길의 빨간 우체통이다. 정성스럽게 쓴 편지를 부치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친구가 문득 보고 싶어지면 별을 바라본다. 그런 밤이면 보고 싶은 마음만큼 별도 유난히 많이 뜬다. 풀벌레들도 극성스럽게 울어댄다. 친구가 보낸 편지인 듯 하늘 종이 위에 별들이 촘촘히 쓴 편지를 읽고 있으면 친구가 더욱 보고 싶고 그리워진다.
연말이 되어서일까. 문득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도 별 편지 같은 예쁜 카드를 보내고 싶어진다.
-조선일보, 201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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