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기타자료

대통령 애완견

하마사 2013. 1. 21. 18:09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시절 당사에 있을 때 이희호 여사로부터 "똘똘이가 없어졌다"는 전화를 받았다. 똘똘이는 김 대통령이 1968년부터 키우던 치와와였다. 김 전 대통령은 부랴부랴 똘똘이를 찾으러 집으로 달려갔다. 김 대통령은 1981년 옥중서신에서 "개 이야기를 쓸 땐 똘똘이 이야기만 쓰지 말고 캡틴, 진돌이, 진숙이 이야기도 함께 알려달라"고 했다. 셋 다 애완견 이름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북에서 선물 받은 풍산개 '우리'와 '두리'와 진돗개, 경산 삽살개를 함께 키웠다. 풍산개는 남북(南北) 화합을, 진돗개와 삽살개는 동서(東西)화합을 생각했다는 게 참모들 설명이다. 풍산개는 "일반에 공개하라"는 김 대통령 지시로 5개월 만에 서울대공원으로 보냈다. 진돗개와 삽살개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인계됐다. 

▶노 대통령은 넘겨받은 '대통령 애완견'을 키워보려고 했지만 이들은 새 대통령에게 서먹서먹하게 대했다.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기 일쑤였다. 고민 끝에 노 대통령은 이들을 서울대공원으로 보낸 후 애완견을 키우지 않았다. 그는 퇴임 후 봉하마을에 내려가서야 진돗개 '누리'와 '마루'를 키웠다. 친환경 농법을 실행하려고 오리와도 친하게 지냈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黨名)을 바꾸자 네티즌들은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 애완견(누리)이 됐다"고 놀려댔다. 

▶애완견은 외교의 촉매재로도 이용된다. 일본은 작년 7월 푸틴 대통령에게 '쿠릴열도' 반환 협상을 잘 해보자며 아키타(秋田)현 토종개를 선물했다. 푸틴은 2010년 불가리아가 선물한 강아지부터 염소, 조랑말까지 키우는 동물 애호가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첫 미국 방문 때 부시 전 대통령이 아끼는 애완견을 위해 개목걸이와 인조 뼈다귀를 선물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애완견이 살이 찌자 백악관 참모들에게 "개에게 과자를 주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받기도 했다. 

박근혜 당선인에게도 애완견 '방울이'가 있었다. 방울이는 육영수 여사 서거 후 박정희 대통령 곁을 지켰다. 박 대통령은 직접 방울이 그림까지 그렸다. 방울이는 박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자 박 당선인과 지냈다. 박 당선인은 2004년 미니홈피에 "방울이가 죽은 후 마음이 아파 강아지 키우기가 겁난다"고 했다. 개는 주인에게 충직하고 사람과 교감(交感)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박 당선인에게 애완견이 생기면 국정에 지친 마음을 달래는 데 큰 도움이 될 듯 싶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3/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