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시절 당사에 있을 때 이희호 여사로부터 "똘똘이가 없어졌다"는 전화를 받았다. 똘똘이는 김 대통령이 1968년부터 키우던 치와와였다. 김 전 대통령은 부랴부랴 똘똘이를 찾으러 집으로 달려갔다. 김 대통령은 1981년 옥중서신에서 "개 이야기를 쓸 땐 똘똘이 이야기만 쓰지 말고 캡틴, 진돌이, 진숙이 이야기도 함께 알려달라"고 했다. 셋 다 애완견 이름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북에서 선물 받은 풍산개 '우리'와 '두리'와 진돗개, 경산 삽살개를 함께 키웠다. 풍산개는 남북(南北) 화합을, 진돗개와 삽살개는 동서(東西)화합을 생각했다는 게 참모들 설명이다. 풍산개는 "일반에 공개하라"는 김 대통령 지시로 5개월 만에 서울대공원으로 보냈다. 진돗개와 삽살개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인계됐다.
▶노 대통령은 넘겨받은 '대통령 애완견'을 키워보려고 했지만 이들은 새 대통령에게 서먹서먹하게 대했다.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기 일쑤였다. 고민 끝에 노 대통령은 이들을 서울대공원으로 보낸 후 애완견을 키우지 않았다. 그는 퇴임 후 봉하마을에 내려가서야 진돗개 '누리'와 '마루'를 키웠다. 친환경 농법을 실행하려고 오리와도 친하게 지냈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黨名)을 바꾸자 네티즌들은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 애완견(누리)이 됐다"고 놀려댔다.
▶애완견은 외교의 촉매재로도 이용된다. 일본은 작년 7월 푸틴 대통령에게 '쿠릴열도' 반환 협상을 잘 해보자며 아키타(秋田)현 토종개를 선물했다. 푸틴은 2010년 불가리아가 선물한 강아지부터 염소, 조랑말까지 키우는 동물 애호가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첫 미국 방문 때 부시 전 대통령이 아끼는 애완견을 위해 개목걸이와 인조 뼈다귀를 선물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애완견이 살이 찌자 백악관 참모들에게 "개에게 과자를 주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받기도 했다.
▶박근혜 당선인에게도 애완견 '방울이'가 있었다. 방울이는 육영수 여사 서거 후 박정희 대통령 곁을 지켰다. 박 대통령은 직접 방울이 그림까지 그렸다. 방울이는 박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자 박 당선인과 지냈다. 박 당선인은 2004년 미니홈피에 "방울이가 죽은 후 마음이 아파 강아지 키우기가 겁난다"고 했다. 개는 주인에게 충직하고 사람과 교감(交感)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박 당선인에게 애완견이 생기면 국정에 지친 마음을 달래는 데 큰 도움이 될 듯 싶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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