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영성공동체 '모새골'설립 10년 맞아 묵상집 출간
-모새골에 없는 건…
목청 높여 외치는 기도 소리, 높은
강단·북적북적한 인파, 멀리서도 보이는 큰 십자가
-설립자 임영수 목사
"여긴 영혼이 소생하는 곳… 침묵 속에 귀 기울이다보면 영성의
본질 회복하게 되죠"
- 모새골 설립자 임영수 목사.
"친구들이 처음엔 '미쳤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직접 살아보고 체험해보지 않으면 몰라요. 내 신앙의 본질, 하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는 걸 느끼는 기쁨은 어떤 세상의 성공보다도 더 달콤하거든요."
9일 경기도 양평 양자산 자락의 개신교 영성 공동체 '모새골'. 공동체 '형제' 중 한 명인 박철호(58)씨는 "여기는 생활 자체가 예배인 곳"이라고 했다. 대기업, 자영업을 거쳐 수년간 뉴욕생활을 한 박씨는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간 뒤인 2009년 8월 부인과 함께 모새골에 들어왔다.
모새골은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영락교회·주님의교회 등 대형교회 담임목사를 역임한 설립자 임영수 목사가 뜻 맞는 이들과 공동체를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숙소, 예배당과 식당 등 12동의 건물이 나직이 자리하고, 묵상동산, 채소를 자급자족하는 텃밭으로 이뤄진 공동체 생활은 단순하다. 새벽 5시쯤 일어나 아침·점심 묵상과 기도·노동 등의 일과, 하루에 최소 2~3시간씩 성경을 읽고, 성경을 필사(筆寫)한다. 하루 24시간을 오롯이 하나님과의 대화에 바친다.
박씨의 역할은 시설관리 담당. 이 단순한 삶에서 그는 '샘솟는 기쁨'을 발견했다. "예초기를 돌릴 때도, 나뭇가지를 쳐내고 있을 때도 신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확신하게 돼요." 박씨의 부인(57)은 "여기 오는 손님들은 '모새골이 천당 바로 밑에 999당'이라고 한다"며 웃었다. 박씨처럼 모새골에 상주하는 '형제'들은 현재 10명.
◇모새골에 있는 것과 없는 것
모새골에는 소리높여 외치는 기도가 없다. 대신 새벽과 점심 전 침묵 속에 진행하는 묵상, 신(神)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침묵기도가 있다. 모새골에는 멀리서도 보이는 커다란 십자가도, 신도들이 목회자를 올려다봐야 하는 높은 강단도 없다.
북적북적한 인파도 없다. 모새골이 운영하는 청년·평신도·목회자 영성학교는 정원이 20명, 3~4일간 공동체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일상' 프로그램은 정원이 10명으로 소수 인원만 받는다. 스태프들과 방문자들은 서로 형제·자매라 부르고, 청소·밭일도 함께 한다.
- 경기도 양평 모새골 공동체 묵상 동산의‘샤트레스 래비린스(Chartress Labyrinth)’. 거룩한 땅으로 가는 순례를 상징한다. 미로처럼 얽힌 듯 보이지만 하나로 이어진 길이며, 중앙에 있는 신(神)을 향해 나아가듯 걸으며 묵상하는 장소다. /조이웍스 출판사 제공
◇"영혼이 소생하는 휴식처"
임영수 목사는 "한국 교회가 이제는 피상성을 벗어날 때다" "교회가 세상과 다른 매력을 풍기고, 세상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해왔다.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새골은 "묵상과 기도, 영적 멘토링을 통해 영혼의 '리뉴얼(renewal)' '소생'을 체험하는 곳"이 됐다. "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내면이 황폐해지고 영적으로 고갈되는 걸 느낍니다. 지친 사람들에게 모새골은 영혼을 소생시켜 주는 푸른 초원이자 쉴 만한 물가가 됩니다."
임 목사가 강조하는 것은 "하나님과의 인격적 사귐"이다. 성경을 주제별로 반복해서 읽고 음미하는 묵상과, 자신에게 주어지는 메시지를 느끼는 기도를 통해 이뤄지는 사귐이다. "그런 사귐이 깊어질수록, 억압되고 학대당했던 자신과 화해하고, 허세와 가면도 벗어던지게 됩니다. 이웃과 자연을 사랑으로 섬길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임 목사는 "모새골은 완성형이 아니다. 영혼의 목마름을 가진 이들이 찾아와, 기독교 영성의 본질을 회복하고 새 힘을 얻어가는 공동체로 계속 성숙되어 갈 것"이라고 했다.
모새골 사람들은 최근 공동체의 사계절 모습을 담은 사진을 실은 4번째 365일 묵상집 '모새골의 사계'(조이웍스)도 펴냈다. 사진을 보며 말씀을 묵상하면 저절로 마음이 고요해진다.
-조선일보, 2013/1/11
'목회관련자료 > 기독교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란치스코 교황 탄생과 교회가 있어야 할 자리 (0) | 2013.03.15 |
---|---|
'빠름 빠름'이 교회 망쳤다… 우리 갈 길은 '바름 바름' (0) | 2013.01.18 |
12월 21일 지구 종말?… ‘종교 사기’에 현혹되지 마세요 (0) | 2012.12.19 |
기독교와 제사문제 Q&A… 시어머니와 종교가 다른데, 제사 대신 추모예배 드릴 수 있나요 (0) | 2012.09.29 |
감리교, 개신교 역사를 한 次元 높이 끌어올렸다 (0) | 2012.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