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관련자료/기독교자료

감리교, 개신교 역사를 한 次元 높이 끌어올렸다

하마사 2012. 9. 26. 14:35

기독교대한감리회가 25일 입법의회를 열어 목회자 가족의 교회 대물림을 제도적으로 막는 교단법(장정·章程)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참석 대의원 390명 가운데 245명이 개정안에 찬성했고 반대는 138명에 불과했다. 새 교단법은 "부모와 자녀가 연속해서 한 교회를 담임할 수 없다"고 명시(明示)했다. 한국 개신교 교단 가운데 목사 가족의 교회 대물림을 교단 차원에서 금지한 것은 감리교단이 처음이다.

감리교단은 소속 교회 6200개, 신도 수 160만 명으로 한국 개신교 3대 교단 중 하나다. 감리교단이 가족 간 교회 대물림을 끊기로 스스로 발의(發議)해 결정한 것은 한국 교회의 자기 정화(淨化) 능력을 보여준 역사적인 사건이다. 감리교단이 참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개신교 신자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에서 종교가 담당할 긍정적 역할에 아직도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 모두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 개신교가 세계가 놀랄 만한 성장의 역사를 밟아온 것은 목회자들이 사랑과 희생과 봉사의 정신을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 초기 개신교 목사들은 교회 건물을 올리기 전에 학교와 병원·복지시설부터 세웠고, 이런 헌신(獻身)이 교회에 대한 사회의 존경과 신임의 반석(盤石)이 됐다. 그러나 신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외형은 가난하지만 사랑으로 충만한 초기 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큰 교회 목사는 돈과 명예·권력이 따르는 자리가 됐고 일부 목사는 은퇴 후에도 교회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교회를 아들이나 사위에게 대물림하기에 이르렀다.

1997년 서울 충현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줬던 김창인 원로 목사가 얼마 전 "목사 자질이 돼 있지 않은 아들을 무리하게 담임 목사로 세운 것은 일생일대의 실수였다"며 "신도들 가슴에 씻기 어려운 아픔과 상처를 줬다"고 후회한 것도 교회 대물림 후유증의 하나였다.

교단의 '교회 대물림 금지'에 대해 "교회의 자기 개혁과 쇄신을 바라는 사회의 요구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라고 한 감리교 신학대 교수들의 지지 성명은 그들만의 생각이 아니라 뜻있는 모든 사람의 정직한 소감이기도 하다. 감리교단 목회자들의 용기에 다시 한 번 찬사를 보낸다.

 

-조선일보 사설, 201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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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신뢰회복 신호탄… 타 교단으로 확산 계기될 듯

감리교, 개신교 첫 세습 금지 입법… 기독교 단체들 일제히 환영 나서

 

"무기명 비밀투표 결과, 총투표자 390명,찬성 245명, 반대 138명, 무효·기권 7명으로 법안이 통과됐음을 선포합니다."

25일 오후 2시 30분,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감리교) 제29회 총회 임시 입법의회가 열린 서울 정동제일교회 예배당. 의장을 맡은 김기택 임시감독회장이 '교회 세습 금지' 안건 통과를 선언하는 순간 예배당 전체가 "와~!" 하는 환호성과 박수로 들썩였다. 이날 의결된 조항은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자녀 의 배우자는 연속해서 동일 교회의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 부모가 장로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는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는 감리교 장정(章程·교단법) 조항이었다. 장정개정위 위원장 권오서 감독은 교회 세습 금지 조항을 어길 경우 처벌에 대해 "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감리교단이 인정을 안 해주면 합법적으로 목회할 수 없으며, 감리교는 교단 구조 특성상 교단과 동떨어진 '나 홀로 목회'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찬성 VS 반대… 격론 오간 회의장

앞서 회의장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교회법은 시대정신의 반영인데, 감리교가 지금 물러서면 교회로서 존재 의의를 잃는다. 단결된 모습으로 통과시키자" "아들 사위라고 인위적·강제적으로 법을 정해 목회하지 못하게 하는 건 역차별이며 위헌" 등의 주장이 맞섰다. "감리교 계열 신학교의 신학생 3분의 2가 목사와 장로 자녀인데 이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가란 말이냐"는 한탄도 있었다. 무기명 비밀투표 방식으로 이뤄진 투표의 찬성률은 63%. 감리교 한 관계자는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데다, 4년여 파행을 겪어온 교단 운영을 이제는 정상화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했다.

환영 일색… '세습 반대 운동' 탄력받을 듯

개신교계 단체들의 반응은 환영 일색이었다. 대표적인 개혁적 목회자 그룹인 미래목회포럼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감리교의 세습금지법 전격 통과를 환영한다. 한국 교회가 공(公)교회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교회 개혁 목소리를 내 온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조제호 사무처장도 "감리교가 개신교 여러 교단 중 선도적 역할을 해줬다. 다른 교단도 자극을 받아 '교회세습 금지' 입법이 더욱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감리교 입법을 계기로,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교회개혁실천연대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진행되던 교회 세습 반대 운동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조선일보, 2012/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