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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 선교사

하마사 2012. 12. 24. 10:11

 

신앙은 번지점프 같은 것… 재지 말고 다 던져라

  • 이태훈 기자
  • 입력 : 2012.12.22 02:51

    [개신교 최고 베스트셀러 저자 이용규 선교사, 4번째 책 '떠남' 출간]
    하버드 박사… 보장된 미래 버리고 몽골 선교사 9년, 이번엔 印尼로
    첫 책 수십만 권씩 팔려나가던 때 아내는 우울증에 자살까지 생각해
    '내 말로 영혼 바꿀 수 없다' 깨달아… "행복은 좇을수록 불행해집니다"

     

     

     
    "실은 저는 소풍 오는 느낌으로 왔어요. 이 과정을 통해 또 내게 어떤 선물을 주시려는 걸까 기대하는 마음으로요."

    지난 18일 서울 양재동에서 만난 이용규(45) 선교사는 "췌장에서 2㎝쯤 되는 종양이 발견됐다. 수술을 받으러 잠시 입국했다"는 말을 '소풍 왔다'고 표현했다.

    하버드대에서 중동지역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석 달 뒤인 2004년 9월, 37세 이용규는 1년이면 8개월 땅이 얼어붙는 몽골에 선교사로 떠났다. 보장된 미래를 모두 포기하고 간 그곳에서 쓴 '내려놓음'(2006)은 지금까지 73만권이 팔린 개신교계 베스트셀러다. 그 뒤 '더 내려놓음'(2007·30만권), '같이 걷기'(2010·10만권)를 펴냈다. 얼어붙은 몽골 땅에서 보낸 편지 같은 그의 책에, 100만명 넘는 사람의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가 교수로 봉사했던 크리스천대학인 몽골 국제대는 1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명문대로 발전했다. 지금 그는 몽골을 떠나, 지난 9월부터 인도네시아 국제대(가칭) 설립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선교사가 수술대에 오른 21일, 그의 4번째 책 '떠남'(규장)이 출간됐다.
     
     
    하버드에서 몽골로, 다시 인도네시아로. 삶 자체가‘내려놓음’과‘떠남’의 연속이었던 이용규 선교사는“행복만을 좇으면 행복을 잃는다. 내가 먼저고 내 필요가 먼저인 생활은 결국 채워질 수 없는 목마름만 더하게 될 뿐”이라고 했다. /규장문화사 제공
     
    절망의 순간에 찾아온 깨달음

    그는 "내게 신앙적 깨달음은 가정의 위기와 같이 왔다"고 했다. 몽골 생활 2년째인 지난 2006년, 아내가 우울증에 걸렸다. "남편은 밤낮없이 밖으로 돌고, 아내의 일은 잘 풀리지 않았어요. 우는 아이가 미워서 방바닥에 집어던져 버린 뒤 '내가 정말 엄마인가' 하는 자괴감에 자살을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현지 교회를 맡아 이끌며 선교활동을 했고, 첫 책 '내려놓음'은 빠르게 팔려나가고, 많은 이가 책을 읽고 '변화받았다'고 감사 편지를 보내오던 때였다. 부부는 간절히 기도했다. 이 선교사는 "아내를 통해 내가 말로 사람의 영혼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고백하게 됐다. 변화는 전적으로 은혜에 의한 것임을 새롭게 고백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결혼의 본질은 온전한 연합입니다. 내가 먼저 죽지 않으면 연합할 수 없어요. '나를 행복하게 해달라'는 배고픔으로 상대를 보면 상대는 '먹잇감'이 되고, 서로 물고 뜯고 싸우고 피 흘리게 되지요." 이 선교사는 "신앙의 원리도 똑같다"고 했다. "나를 내려놓으면, 하나님이 내 안의 주인으로 온전한 연합을 이루면 행복은 결과로 따라온다"는 것이다.

    행복만 좇으면 행복을 잃는다

    "한국에 들를 때 몇몇 교회에서 약속한 집회를 인도했어요. 그런데 교인들의 얼굴이 전반적으로 너무 어두운 거예요. 당혹스러웠지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고, 영혼에 굶주림과 갈증이 보였고…." 그는 "신앙인에게 행복은 자기 부인(否認)과 내려놓음의 결과로 생기는 부산물인데, 행복만을 목표로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매일 팍팍한 삶을 살아가며, 부딪히고 상처받는 보통 사람들에게 완전한 자기 부인과 '내려놓음'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이 선교사는 "예수가 '내 제자가 되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죽음을 각오하는 영웅적 헌신의 요구가 아니다. 일상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자체가 근본적이고 놀라운 변화"라고 답했다. "우리 아이들은 책상 앞에 디즈니랜드나 대도시의 추억이 아니라, 몽골 아이들과 소꿉놀이하는 사진을 붙여 놓고 있어요. 행복은 더 편안하고 편리한 생활, 뭔가를 더 소유하는 것에서 오지 않습니다. 예수가 '누구든 이 어린아이와 같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의미가 아닐까요."

    이 선교사는 "신앙은 번지점프와 같다"고도 했다. "누구나 순간순간 갈림길 앞에 섭니다. 용기가 없어서 주저하고, 앞에 뭐가 있는지 불확실해 움직이지 못하지요. 어린아이처럼 앞뒤 재지 않고, 겁 없이, 내 삶을 통제하기 위해 붙잡고 있던 것을 놓아버려야 합니다. 그 뒤는 하나님이 책임져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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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2012/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