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관련자료/기독교인물

덕수교회 손인웅 목사

하마사 2012. 11. 10. 20:42

 

덕수교회 손인웅 목사 은퇴
교회 공간 조금씩 내주어 어린이집·노인 보호센터 마련
결핵제로운동본부 총재 맡아 섬김의 삶 이어가기로
"일부서 교회 대물림하는 건 회개하는 마음 잃었기 때문"

덕수교회는 서울 강남의 화려한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성북동 산자락 오래된 건물들 틈에 있다. 2000명 정도인 교인 역시 수만 명을 넘는 대형 교회에 비하면 적은 숫자다. 그런데도 많은 이가 이 교회 손인웅(70) 목사를 한국 교회의 중도·합리적 목소리를 대표해온 '지도자'로 꼽는다. 보수와 진보의 편 가름을 넘어, 지금 교계에 손 목사만큼 폭넓은 신망을 받는 목회자는 드물다.

오는 11일 44년 몸담아온 덕수교회에서 은퇴하는 손 목사를 교회 영성훈련원으로 쓰이는 한옥 일관정(一觀亭)에서 만났다. 손 목사는 "미완성곡을 연주하는 것처럼 늘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다. '조금 더, 조금 더' 노력하는 심정으로 걸어온 것일 뿐"이라 했다.

덕수교회 전도사로 시작, 1977년 35세의 젊은 나이에 담임목사가 된 손 목사는 강북지역의 교회들이 강남 아파트단지로 옮겨 가던 1984년, 오히려 서울시내 한복판 정동에 있던 교회를 성북동 산골짜기로 옮겼다. 손 목사도 교인들도 전원 교회, 친환경 교회를 꿈꿨기 때문이다.

교회를 기준으로 윗동네는 신흥 부촌이었고, 아랫동네는 '판자촌'에 가까웠다. 가난한 동네 아이들은 교회 연못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고, 처음 보는 수세식 화장실에서 장난을 치다 고장을 냈다. "힘들어하는 관리집사님께 '야단치지 마세요. 아이들에겐 그게 새로운 배움입니다' 했었지요."

교회 주변엔 사찰 12곳과 가톨릭 수도원 8곳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교회는 마을 주민들에게 외지에서 온 '침입자'처럼 보였을 거예요. 극복하는 길은 교회 밖을 향한 사역, 주민들에게 '예수 믿는 사람'이 어떤지를 몸으로 보여주는 것밖엔 없었지요." 손 목사는 교인들에게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이웃을 섬기고 또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44년간 몸담아온 덕수교회에서 11일 은퇴하는 손인웅 목사. 그는“기독교의 희망은 회개에 있다”고 강조했다. /채승우 기자
1985년 어린이집을 세웠다. 맞벌이 가정 청소년 공부방에 교회 공간을 내줬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돌보는 사역은 노인 주간보호센터 설립으로 이어졌다. 청소년 봉사학교, 청소년 생명캠프, 소년소녀가장 결연, 여성문화대학, 경로 식당, 의료봉사…. 2006년엔 아예 길 건너편에 복지문화센터를 세웠다. 봉사 규모가 커진 데다, 교회에 오기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였다.

손인웅 목사는 사랑의교회를 세운 고(故) 옥한흠 목사와 함께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를 만들어 교회의 일치와 갱신, 섬김 운동을 해왔다. 교단장 같은 자리 욕심을 내지 않으며, 초교파 봉사단체인 한국기독교봉사단의 출범을 견인한 것도 그였다. 손 목사는 "기독교의 희망은 회개에 있다. 사회의 지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교회 대물림도, 잊을 만하면 터지는 목회자 추문도 회개하는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라 했다.

"큰 교회보다 사명을 다하는 교회, 성공한 목회자보다 존경받는 목회자가 필요합니다. 수단 방법 안 가리는 성장 지상주의는 숫자를 숭배하는 '유사 유물론'으로 빠지기 쉬워요. 사랑 사랑 얘기하면서 서로 싸우고 분열하는 언행 불일치의 모습도 교회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립니다."

덕수교회는 3번 징을 울리며 시작해 죄의 고백, 설교, 결단과 헌신, 파송으로 이어지는 경건한 예배 형식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1946년 설립 이후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는 당회의 만장일치 결의 전통, 반년에 걸쳐 교인들의 만장일치 찬성을 이끌어낸 모범적 후임 목사 청빙 과정도 화제를 모았다.

손 목사는 지난 2일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 총재를 맡아 은퇴 뒤에도 섬김의 삶을 이어간다.

"특히 북한의 결핵 퇴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통일 뒤 우리 사회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중대한 문제니까요."

덕수교회의 '원로목사 추대 및 담임목사 취임예배'는 11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조선일보, 2012/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