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보름전 T-50機 추락, 조종사 사망

하마사 2012. 12. 2. 11:56

 

보름전 T-50機 추락, 조종사 사망
정비사가 정비 마친 후 高度조종 차단선 안 뽑아

지난 15일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 항공기 T-50B의 추락 사고는 정비사의 실수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은 30일 추락한 T-50B에 대한 사고 조사 결과, 담당 정비사인 K중사가 사고 발생 사흘 전 항공기의 상승·하강을 조종하는 피치(Pitch) 조종계통을 정비하면서 이 장치에 꽂았던 차단선을 뽑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보통 정비사는 항공기 이륙 전 피치 조종계통의 정확한 계측을 위해 가는 철사 굵기의 차단선을 꽂아 시스템을 정지시키고 나서 정비 작업을 하며, 이 과정이 끝나면 반드시 이 차단선을 뽑아야 한다. 이 차단선을 뽑지 않은 것은 의사가 환자의 복부 등을 절개해 수술을 한 뒤 실수로 수술 도구를 환자의 몸 안에 그대로 둔 채 절개 부위를 꿰맨 것과 비슷하다고 군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당시 사고기는 원주 기지를 이륙한 뒤 상승하던 중 900여m 상공에서 기수가 급격히 하강하면서 이륙 1분10초 만에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종사 고(故) 김완희 소령은 상승 자세 유지를 위해 조종간을 최대로 당겼으나 기체가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횡성에서 추락한 T-50B 블랙이글기 잔해. /연합뉴스
공군 사고조사단 관계자는 “사고기와 같은 T-50B를 대상으로 피치 조종계통 차단선을 뽑지 않은 상태로 모의 실험한 결과 사고 당시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소령은 350여m 상공에서 비상 탈출을 시도했으나 사출(射出)좌석이 작동하지 않아 탈출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 관계자는 “사고 항공기는 최고 고도에 도달한 지 불과 9초 만에 땅에 충돌했다”며 “조종사가 탈출을 시도한 350여m는 탈출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에는 고도가 낮았고 당시 항공기 상태가 사출좌석이 작동하는 설계 한계치를 초과한 상태여서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목격자의 증언과 달리 공중 화재는 없었고 사고기의 엔진은 정상 작동하는 등 기체 결함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공군은 밝혔다.

공군은 조종계통 차단선을 뽑지 않은 작업자와 지휘·감독자를 포함한 업무 관련자들에 대해 별도 조사를 진행한 뒤 엄중 문책할 계획이다. 사고 이후 중단됐던 T-50 기종의 비행은 이달 첫 주부터 재개된다.

 

-조선일보, 201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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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횡성에서 지난달 15일 추락한 블랙이글 항공기 T-50B의 사고 원인은 정비사가 상승·하강 조종 장치를 손보면서 이 장치에 꽂았던 차단선을 빼지 않은 채 작업을 끝낸 것이라고 30일 공군이 발표했다. 발표 사흘 전엔 이 정비사의 상관인 김모 준위가 부대 창고에서 관리 잘못을 자책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항공기 조종 계통 장치를 정비할 때는 가는 철사 굵기의 10㎝ 차단 선을 꽂아 시스템과 분리해 작업한 뒤 정비가 끝나면 차단 선을 제거하는 방법을 쓴다. 차단선을 뽑지 않는 것은 의사가 수술 후 환자 배 속에 가위를 둔 채 꿰매는 것과 같다. 잭으로 자동차를 들어 올려 수리한 뒤 그냥 출발해버리는 것과도 다를 게 없다. 이렇게 어이없는 실수로 최첨단 컴퓨터로 가득찬 항공기가 추락하고 앞길 창창한 30대 정예 조종사가 목숨을 잃었다.

T-50B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생산하는 초음속 고등 훈련기 T-50을 에어쇼용으로 개량한 것이다.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이글은 이 기종으로 지난여름 세계 최대 규모인 영국 와딩턴과 리아트 에어쇼에서 최우수상을 휩쓸어 국산 항공기의 우수성을 알렸다. 한 대에 250억원인 T-50은 작년 인도네시아에 16대가 판매됐고 이라크·필리핀·아랍에미리트연합 등에 수출이 추진되고 있다. '성숙한 항공기'의 기준인 5만 시간을 훌쩍 넘어 6만 시간 무사고 비행 기록을 세우며 약진해 온 T-50의 위상에 이번 사고로 흠이 생길까 걱정스럽다. 공군 발표대로 기체 결함이 아니라면 불필요한 의혹이 일지 않도록 국내외에 더 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

T-50을 개발하는 데 10년 넘는 시간과 2조원 넘는 돈이 들어갔다. 베테랑 조종사를 길러내는 과정은 돈으로 따질 수 없다. 10㎝짜리 차단선 한 개를 안 뽑는 사소한 부주의가 이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정비사를 포함한 군(軍)의 기강을 철저히 다잡아야 한다. 이런 원시적 실수를 걸러내지 못하는 정비 매뉴얼도 뜯어고쳐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201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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