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전 T-50機 추락, 조종사 사망
정비사가 정비 마친 후 高度조종 차단선 안 뽑아
공군은 30일 추락한 T-50B에 대한 사고 조사 결과, 담당 정비사인 K중사가 사고 발생 사흘 전 항공기의 상승·하강을 조종하는 피치(Pitch) 조종계통을 정비하면서 이 장치에 꽂았던 차단선을 뽑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보통 정비사는 항공기 이륙 전 피치 조종계통의 정확한 계측을 위해 가는 철사 굵기의 차단선을 꽂아 시스템을 정지시키고 나서 정비 작업을 하며, 이 과정이 끝나면 반드시 이 차단선을 뽑아야 한다. 이 차단선을 뽑지 않은 것은 의사가 환자의 복부 등을 절개해 수술을 한 뒤 실수로 수술 도구를 환자의 몸 안에 그대로 둔 채 절개 부위를 꿰맨 것과 비슷하다고 군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당시 사고기는 원주 기지를 이륙한 뒤 상승하던 중 900여m 상공에서 기수가 급격히 하강하면서 이륙 1분10초 만에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종사 고(故) 김완희 소령은 상승 자세 유지를 위해 조종간을 최대로 당겼으나 기체가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 지난 15일 횡성에서 추락한 T-50B 블랙이글기 잔해. /연합뉴스
김 소령은 350여m 상공에서 비상 탈출을 시도했으나 사출(射出)좌석이 작동하지 않아 탈출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 관계자는 “사고 항공기는 최고 고도에 도달한 지 불과 9초 만에 땅에 충돌했다”며 “조종사가 탈출을 시도한 350여m는 탈출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에는 고도가 낮았고 당시 항공기 상태가 사출좌석이 작동하는 설계 한계치를 초과한 상태여서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목격자의 증언과 달리 공중 화재는 없었고 사고기의 엔진은 정상 작동하는 등 기체 결함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공군은 밝혔다.
공군은 조종계통 차단선을 뽑지 않은 작업자와 지휘·감독자를 포함한 업무 관련자들에 대해 별도 조사를 진행한 뒤 엄중 문책할 계획이다. 사고 이후 중단됐던 T-50 기종의 비행은 이달 첫 주부터 재개된다.
-조선일보, 201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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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횡성에서 지난달 15일 추락한 블랙이글 항공기 T-50B의 사고 원인은 정비사가 상승·하강 조종 장치를 손보면서 이 장치에 꽂았던 차단선을 빼지 않은 채 작업을 끝낸 것이라고 30일 공군이 발표했다. 발표 사흘 전엔 이 정비사의 상관인 김모 준위가 부대 창고에서 관리 잘못을 자책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항공기 조종 계통 장치를 정비할 때는 가는 철사 굵기의 10㎝ 차단 선을 꽂아 시스템과 분리해 작업한 뒤 정비가 끝나면 차단 선을 제거하는 방법을 쓴다. 차단선을 뽑지 않는 것은 의사가 수술 후 환자 배 속에 가위를 둔 채 꿰매는 것과 같다. 잭으로 자동차를 들어 올려 수리한 뒤 그냥 출발해버리는 것과도 다를 게 없다. 이렇게 어이없는 실수로 최첨단 컴퓨터로 가득찬 항공기가 추락하고 앞길 창창한 30대 정예 조종사가 목숨을 잃었다.
T-50B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생산하는 초음속 고등 훈련기 T-50을 에어쇼용으로 개량한 것이다.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이글은 이 기종으로 지난여름 세계 최대 규모인 영국 와딩턴과 리아트 에어쇼에서 최우수상을 휩쓸어 국산 항공기의 우수성을 알렸다. 한 대에 250억원인 T-50은 작년 인도네시아에 16대가 판매됐고 이라크·필리핀·아랍에미리트연합 등에 수출이 추진되고 있다. '성숙한 항공기'의 기준인 5만 시간을 훌쩍 넘어 6만 시간 무사고 비행 기록을 세우며 약진해 온 T-50의 위상에 이번 사고로 흠이 생길까 걱정스럽다. 공군 발표대로 기체 결함이 아니라면 불필요한 의혹이 일지 않도록 국내외에 더 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
T-50을 개발하는 데 10년 넘는 시간과 2조원 넘는 돈이 들어갔다. 베테랑 조종사를 길러내는 과정은 돈으로 따질 수 없다. 10㎝짜리 차단선 한 개를 안 뽑는 사소한 부주의가 이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정비사를 포함한 군(軍)의 기강을 철저히 다잡아야 한다. 이런 원시적 실수를 걸러내지 못하는 정비 매뉴얼도 뜯어고쳐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 201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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