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롬니, 접전 끝에 아쉬운 패배

하마사 2012. 11. 8. 13:03

미 대선 승패가 가려진 7일 오전 1시(미 동부 시각)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보스턴 지지자들 앞에 섰다. 패배 인정 연설을 하기 위해서다. 불과 몇 시간 전 "마지막 유세를 마치고 보스턴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1118단어짜리 승리 연설문만을 준비했다"던 그였다. 패배 인정 연설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패배 인정 연설에 나서기까지 1시간을 차에서 주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아쉬운 패배였다. 실제 그는 오바마가 무난히 재선할 것이란 예상을 완전히 깨뜨리고 선거를 치열한 접전 양상으로 몰아가며 선전했다. 지난 대선까지만 해도 미 국민의 50%가 "모르몬교 신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주 불편'하다"고 했지만, 롬니는 모르몬교 신자로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주류 정당 대선 후보가 됐고, 국민 49%의 지지를 끌어냈다. TV토론에서는 치밀한 준비로 '토론의 달인' 오바마에게 일격을 가하는 이변을 연출해 분위기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오는 데까지 성공했었다.

미트 롬니(맨 왼쪽)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7일 매사추세츠주(州) 보스턴에서 대선 패배 연설을 한 뒤 옆에 선 부인 앤, 폴 라이언(맨 오른쪽) 부통령 후보 부부와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뉴시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운(運)도 따라주지 않았다. 43개월 연속 8%대에 머물던 실업률이 선거를 한 달 앞두고 돌연 7%대로 내려와 오바마를 도왔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리케인 샌디가 불어닥쳐 그의 마지막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망설임 끝에 보스턴 컨벤션전시센터 연단에 오른 롬니는 자기를 여전히 반갑게 맞이하는 지지자들을 감회 어린 표정으로 돌아봤다. 그는 "지금 막 오바마 대통령에게 축하 전화를 하고 왔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일부 지지자 사이에서 "노(No)~"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지만 대부분 큰 박수로 롬니를 위로했다.

"지금 미국은 거대한 난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주길 기도합니다."

싸움을 마친 그는 더 이상 유세장에서처럼 대통령을 '오바마'라고 부르지 않았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당파적인 언쟁을 일삼거나 정치적 자세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위기 극복을 위해 초당적 지지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부인 앤을 향해 감사 인사를 할 때는 "훌륭한 대통령 부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애틋한 감정을 내비쳤다.

롬니는 "선거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라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보려 했지만 국민은 다른 지도자를 선택했다"면서 "이제 앤과 저는 여러분과 함께 그(오바마)와 이 위대한 나라를 위해 진정으로 기도하려 한다"는 말로 연설을 맺었다. 연설은 5분을 넘기지 않았다. 마지막 인사는 언제나처럼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여러분"이었다. 그런 뒤 그는 가족과 함께 무대 뒤로 조용히 빠져나갔다.

-조선일보, 201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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