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암전문의 김의신 박사가 전하는 ‘암과 믿음’… “그들에게서 난 기적을 보았다”
사람들은 그를 소개할 때 엄지손가락부터 치켜든다. 그는 세계 최고의 암전문 병원인 미국 텍사스주립대 MD앤더슨 암센터에 31년간 몸담았다. 국내 의학계의 대부 중 한사람으로서 암치료의 선진화를 이끌었고, 이건희 삼성 회장 등 수많은 정·재계 인사들의 암 치료에 참여했다.
김의신(71) 박사 얘기다. 현재 한국에 들어와 가천대 의대와 서울대, 경희대에서 석좌교수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지난 13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일정을 잡기 위해 나눈 이메일 대화에서 “신앙 얘기 좀 하자”며 특별한 요청을 했다. “그동안 많은 언론 매체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하나님’이나 ‘신앙’ 얘기는 쏙 빼더라고요. 종교적인 얘기는 담기 힘들다면서…. 30년 넘는 세월동안 수많은 암 환자를 상대하면서 확인한 ‘암과 믿음’에 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국민일보에는 실릴 수 있겠죠?”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전문의로서 지닌 암에 대한 깊은 통찰력부터 현대 의학을 다루는 의사로서 꺼내기 힘들법한 “기적을 봤다”는 고백까지 모든 것을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암환자를 치료하는 암박사로 30년 넘게 일하셨다. 환자 얼굴만 봐도 느낌이 다를 것 같다.
“관상가는 아니지만 환자의 태도나 말투를 보면 ‘치료를 잘 견딜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거의 들어맞는다. 안타까운 건 미국인과 비교했을 때 한국인 환자들의 치료가 더 힘들다는 점이다.”
-한국인 환자들의 치료가 더 어려운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암을 치료하려면 우선 환자가 잘 먹어야 한다. 치료과정에서 몸의 정상 조직이 파괴돼 빈혈이 생기고 기운이 빠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인 환자들은 잘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다. ‘못 고치면 어쩌지’하는 걱정과 근심 때문이다. 한국인 중에서도 시골 사람들은 치료를 잘 받고, 결과도 좋은 경우가 많다. 이들은 ‘나 같은 촌놈이 미국까지 와서 치료받는 복을 누리다니…’하며 음식 잘 먹고 의료진 처방도 ‘목숨 걸고’ 따른다. 반면 의사 검사 변호사 같은 ‘좀 배운 사람들’은 치료가 잘 안 되는 부류에 속한다. 치료약을 주면 부작용 중에 ‘죽을 수 있다’는 문구에 집착해 절망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암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의미로 들린다.
“암에 대해서도 겸손함이 필요하다. 한국인 암환자들이 꼭 하는 질문 2가지가 있다. ‘얼마나 더 살 수 있나’와 ‘치료약의 효능은 어느 정도냐’이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미국인 의사들이나 암전문의인 내 답변은 똑같다. ‘모른다’이다. 아무리 좋은 약도 개개인마다 반응이 다르다. 얼마나 더 살지, 약발이 얼마나 받을지는 의사들도 모른다. 한국인 환자들은 그 얘길 들으면 ‘괜히 비행기 타고 헛걸음했다’며 실망한다.
-신앙인들이 ‘암에 대하는 자세’는 일반인과 다르다고 얘기하셨던데.
“암환자 중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죽고 사는 문제는 하나님 밖에 모른다’는 믿음이 확고하다. 이런 환자들 가운데 건강을 되찾은 이들을 많이 목격했다. 또 신앙이 있는 사람은 암에 대한 저항력도 높다는 게 이미 연구 결과로 증명되고 있다. 교회 성가대원들과 일반인들을 비교해보니 성가대원들의 면역세포(일명 ‘NK세포’) 수가 일반인보다 몇 십배도 아닌, 무려 1000배나 많은 것으로 측정됐다. 면역세포가 많으면 암 치료도 잘되고 암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 내 경험으로도 믿는 사람이 믿음 없는 사람보다 암을 이기는 힘이 강하다.”
-신앙이 암같은 병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건가.
“그렇다. ‘중보기도의 힘’은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200∼500명 정도 되는 교회의 중보기도팀원들이 (같은 교회 동료인) 암환자를 위해 6개월∼1년간 기도하게 했다. 암환자 본인은 모르게 진행했다. 그 결과, 중보기도를 받은 암환자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치료 효과가 월등히 높았다. 일반인들이 보면 정말 신기한 일 아닌가.”
-의학적 치료보다는 중보기도 같은 신앙적 행위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선 안된다. 우리는 조물주이신 하나님의 심오한 뜻을 모르기 때문이다. 의료 기술을 통한 치료법 역시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다. 하나님께 의지해서 기도하는 것과 함께 최선을 다해 치료를 받는 일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한 환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간혹 ‘기적처럼 병이 나았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있다. 기적을 믿는가.
“믿는다. 믿고말고. 암 치료과정에는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 모두 거치고 약이란 약은 다 썼는데도 암세포가 뇌까지 퍼진 환자가 있었다. 5년 정도 투병한 분인데, 마지막으로 삶을 정리하라고 호스피스 병동을 추천해서 보냈다. 그런데 더 이상 세포가 자라지 않더라. 나중에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건 현대 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내가 경험한 이런 한국인 환자만 20명이 넘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정·재계 인사들의 암 치료에 참여해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는데.
“최선을 다해 도왔고, 그렇게 했던 이유가 있다. 그들이 나를 통해 ‘역시 예수 믿는 사람은 다르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었다. 그게 전도 아닌가. 내가 한두 사람 전도하는 것보다 그들이 나를 통해 믿음을 가진다면 더 큰 전도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MD앤더슨 암센터에 있으면서 치료를 받으러 온 한국인들을 많이 전도했나.
“현지 병원에서는 지금까지도 한국인 통역자를 두지 않고 있다. 그래서 환자 이름에 KIM, LEE, PARK 등이 보이면 의료진은 무조건 나를 찾는다. 그곳에 오는 이들은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거나 그들의 관계자들이 대부분인데, 거의 다 ‘(한국에서는) 전도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하더라. 충격이었다. 치료 과정 가운데 기회가 닿을 때마다 전도했지만 잘 전해지지 않는 느낌을 받아서 안타까웠던 기억이 많다.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각별하다고 들었다.
“모태신앙인 내겐 신앙의 뿌리다. 어머니(96)는 항상 ‘남을 위해서 살아라’, ‘남한테 지는 게 좋다.’ ‘하나님이 도우시니까 절대 걱정할 것 없다’는 말씀을 해주셨던 분이다. 어머니 말씀과 기도대로 지금까지 걱정없이 살아왔던 것 같아서 감사하다(김 박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의 노모는 노환으로 의사소통이 힘든 상태다)”
-암이라는 병을 사이에 두고 수많은 삶과 죽음을 목격하면서 어느덧 고희(古稀)를 넘겼다.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건 뭐라고 생각하는가.
“예수 믿는 것이다. 믿음 덕분에 죽음이 삶으로,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기적의 현장을 30년 넘게 두 눈으로 보고 확인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국민일보, 201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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