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예화

"꿈에서 배 부여잡고 울던 딸 이제야 조금은 해줄 말 생겨"

하마사 2012. 10. 12. 10:33

희생자 아버지 윤성호씨

 

 

사건 발생 2년 6개월여 만에 김씨의 무기징역형이 나오기까지는 피해자의 아버지 윤성호(49)씨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딸의 죽음이 살인에 의한 것임을 확신한 아버지는 울산과 인천을 50여번 왕복하며 17명의 변호사를 만났다.(본지 4월4일자 A11면) 아버지의 끈질긴 노력으로 사고사 처리됐던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시작됐고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선고 이후 아버지 윤씨와 만났다.

―무기징역 판결이 나왔다.

"판결 선고가 있기 전 심장이 뛰고 손이 떨렸다. '무죄가 나오면 어떡하나' 싶어 식은땀이 났다. 원했던 사형은 아니었지만, 조금이나마 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딸의 얼굴을 꿈에서라도 조금은 당당히 볼 수 있을 것 같다."

―딸을 잃은 슬픔은 여전할 것 같다.

"사형이 아니라 더한 형이 나왔더라도 딸 잃은 부모 마음을 채워줄 수 있을까. 딸의 목숨을 앗아간 그 녀석을 평생 용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고사로 남을 뻔했다.

‘산낙지 질식사’ 사건 1심 공판이 끝나고 법원을 나서는 피해자 아버지 윤성호씨.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2년 전 단순 질식사로 결론난 뒤 변호사를 만나러 전국을 떠돌아다녔다. 내가 평상시 몸무게가 60㎏이 넘는데 그때 44㎏까지 살이 빠졌었다.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져서 다행이다."

―재판을 본 느낌은.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그 녀석을 내 손으로 벌주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정말 일벌백계 해야 한다. 항소를 한다던데 2심과 3심에서도 죄가 낱낱이 드러났으면 한다."

―재수사 과정과 재판 과정에서 주변의 도움은 있었나.

"담당 검사님이 많이 애써 주셨다. 그전에 사건을 맡았던 검사 중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사건을 남에게 미룬 사람도 있었다.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는데도 끝까지 노력해 준 검사님께 감사한다. 나 혼자 힘으로는 절대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크게 잘못된 것이 없다면 판결이 뒤집히는 일은 없다고 들었다. 일단 가족들끼리만 남한강에 뿌린 딸을 만나러 갈 예정이다. 꿈에 나타나 억울한 표정으로 배를 움켜쥐면서 '배가 아프다'고 말했던 딸에게 조금은 해줄 말이 생긴 것 같다."

 

-조선일보, 2012/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