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 복역 중이던 범인, 간암으로 죽기 1주일전 자백]
서울판 '살인의 추억' - 3건 저지른 정남규 이미 잡혀
미제였던 살인·미수 3건 - 자백한 범인은 작년에 사망, 공범 무기수도 뒤늦게 시인
범인끼리 주고받은 옥중편지 - "우리가 죽인 사람 알려지면 강호순·유영철은 게임 안돼"
한 무기수가 사망하기 일주일 전 '양심고백'을 하면서 8년 미제 사건이 풀렸다.
지난해 7월 서울구치소의 접견실. 경찰은 2004년 '석촌동 살인 사건' 등을 저질러 무기징역형을 살고 있는 이모(당시 64세)씨를 만났다. 간암에 걸린 이씨는 여죄를 자백했다. 2004년 8월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발생한 2건의 살인 미수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당시 비오는 목요일마다 살인(살인미수)사건이 일어나 '비 오는 날의 목요 괴담' 또는 '서울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렸던 6건 중 남은 2건이었다.
해결된 사건 중 3건은 10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범 정남규(사형 선고를 받고 2009년 옥중 자살)의 범행이었다. 이씨는 석촌동 사건으로 함께 무기징역형을 받은 이모(46)씨와 저지른 2004년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살인 사건도 고백했다.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1년6개월 동안 16차례 교도소를 찾아가 추궁하던 경찰에게 죽음이 다가오자 "죽기 전에 양심 고백을 하겠다"며 남은 범행을 실토한 것이다.
그가 실토한 범행은 2004년 8월 새벽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주택가에서 채모씨와 원모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목요 괴담' 사건 일부와, 같은 달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아파트에서 김모(49)씨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 등 모두 3건이었다. 이번에 밝혀진 범행까지 이들은 1995년부터 모두 5차례에 걸쳐 7명을 살해하고 2명을 죽이려고 한 것이다. 경찰은 "복역 중인 이씨도 범행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숨진 이씨의 진술은 엽기적이었다. 그는 "지인의 병든 어머니를 위해 과거 내가 죽인 사람 머리 파내서 끓여서 먹인 적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2004년 1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전당포에서 주인과 종업원을 흉기로 찔러 죽이고 도망치다가 잡혀 첫 번째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당시 이들의 범행 수법이 잔혹했고, 범행을 할 때마다 마약에 취해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후 2009년 교도소에서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를 주고받다가 또 다른 여죄가 밝혀졌다. 추가로 4명을 강도·강간살해한 사건이었다. 살아 있는 이씨가 간암으로 숨진 공범에게 보낸 편지에 '송파구 방이동에서 살해한 사람이 떠올라 괴롭다'며 새로운 사건을 적은 것이다.
이들이 주고 받은 편지에는 "우리가 죽인 사람이 알려지면 정남규나 강호순, 유영철 같은 애들은 게임이 안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이씨가 여죄를 실토하던 중 간암으로 숨졌다"며 "이들이 교도소에서 주고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살아있는 공범을 대상으로 추가 범행 여부를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2/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