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데뷔 첫해 브리티시오픈 우승 커티스의 골프 인생]
토크쇼 출연 등 유명세… 짧은 정상 이후엔 내리막길
올 우승… "수렁 벗어난 느낌", 내일 개막 CJ 골프 출전
최경주(42)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여는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 대회(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4~7일)'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을 때 옆에 앉은 벤 커티스(35·미국)는 한국어를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관심 있는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인터뷰 도중 자주 미소 짓던 그는 "세계적 골퍼들을 배출하는 아시아 골프의 대표적인 나라인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처음 와서 기대가 크다"고 했다.
2003년 브리티시오픈 챔피언이란 타이틀 덕분에 많은 대회에 초청받고 주목받아서인지 커티스는 주최자의 기대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매너 좋은 프로라는 평을 듣는다.
-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대회(4~7일)를 앞두고 2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경주와 벤 커티스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대회 개막을 이틀 앞두고 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지난해 우승자인 최경주를 비롯해 커티스, 위창수(40), 배상문(26), 올해 일본투어 데뷔 첫해 우승을 차지한 이경훈(21) 등이 자리했다. 이번 대회에는 이들을 비롯해 한국과 아시안투어 선수 120명이 출전한다.
커티스는 프로 경력 대부분을 2003년 PGA투어 데뷔 첫해 터뜨린 브리티시오픈 우승의 영광과 그에 따른 엄청난 부담을 안고 살아온 골퍼다. 올해 텍사스 오픈에서 PGA투어 4승째를 올렸는데 그게 6년 만의 우승이었다.
10년 가까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듯한 이력을 지닌 그의 속내가 궁금했다. 그는 골프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세계 모든 골퍼가 선망하는 브리티시오픈 정상이라는 가장 높은 곳에서 출발했다.
"대학 졸업하고 2년째였죠. 너무 어렸어요. PGA투어 선수가 된 것만 해도 얼떨떨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메이저 챔피언이 된 겁니다. 그것도 먼저 라운드를 마치고 상위권에 들었다고 대기실에서 좋아하는데 다른 선수들 성적이 떨어져서 갑자기 챔피언이 된 거예요."
당시 단독 선두를 달리던 토마스 비요른(덴마크)이 16번홀(파3)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고 무너지면서 커티스는 졸지에 세계 골프의 신데렐라가 됐다. 백악관에 초청받고, 데이비드 레터맨이 진행하는 '레이트 쇼'에 출연하는 등 유명세를 타던 그는 우승컵을 TV 위에 올려놓고 맥주ㆍ콜라ㆍ물 등 각종 음료수의 '주전자'로 사용하는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그는 3년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다 2006년 2승을 올리며 드디어 메이저 챔피언이란 타이틀에 걸맞은 성적을 올리는 듯했다. 하지만 짧은 정상 이후 다시 급격한 내리막길로 추락했다.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하고 다른 선수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어요. 결국은 대학교 때 스윙코치를 찾아갔죠."
대학 때 코치는 커티스에게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사실은 그게 쉽지 않았어요. 선수를 소개할 때도 꼭 2003년 브리티시오픈 챔피언이라고 소개하잖아요. 그러면 마음을 비우자고 생각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거죠." 잘 치겠다고 다짐할수록 샷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영광의 정점에서 바닥까지 추락한 올해 그는 "대학 때 즐겁게 골프를 즐기던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마음먹었다. 성적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시즌 초 세계 랭킹 285위였던 그는 텍사스 오픈 우승과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준우승으로 73위까지 올라왔다.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수렁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이죠. 이제는 내 골프 인생을 핸들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이더컵에 미국 대표로 한 차례 출전 경험이 있는 그는 유럽의 대역전승으로 막을 내린 올해 대회에 대해 "결국 골프는 모멘텀의 스포츠인데 미국이 마지막 날 느슨해지는 틈을 유럽이 놓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골프를 좋아하는 한국 팬들 앞에서 좋은 대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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