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게 좋으냐, 불편한 게 좋으냐?’고 물으면 이상하다고 할 것이다. 불편한 것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의 성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살아온 날들의 온갖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 삶에 익숙하면 편하고, 다르면 불편하다.
그렇다면 ‘나는 불편한 게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무슨 뜻일까? ‘불편한 것’은 환경을 말하고, ‘편하다’는 마음을 말한다. 말하자면 다들 불편하게 생각하는 환경을 나는 마음 편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세상은 기술의 발전으로 많이 편해졌다. 그러나 그만큼 불편해진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사람의 본성에는 불편함의 연속이다. 생각보다 많은 배려와 양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지하철을 타고,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부터 자존심을 건드리는 조직생활에까지. 그런데 그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그 불편함을 오히려 편하게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발적인 불편함, 이것도 이 시대를 사는 영성이다.
장봉생 목사(서울 서대문교회)
-국민일보 겨자씨, 2012/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