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도청소재지 초등학교들은 베이비붐 세대 아이들로 미어졌다. 이름 가나다순이나 키 순서로 매긴 출석번호가 100번을 넘었다. 출석번호 109번인 아이는 흰개라는 뜻의 '백구'라고 놀림을 받았다. 오전·오후반으로 나뉜 2부제 수업도 모자라 3부제까지 있었다. 복도에도 책상을 놓고 배웠다. '도시 의무교육의 위기' 같은 신문 사설이 실리던 시절이다.
▶80년대가 되자 서울 강남 아파트촌이나 재개발지역에 콩나물 교실이 되살아났다. 강북지역 교실이 법정 학급인원 60명을 밑돌 때 강남권은 90명 가까운 아이들로 북새통이었다. 전입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강남학군 선호, 학교 부지용 땅값 상승이 겹쳤다. 운동장이 좁아 축구·야구는 엄두도 못 냈고 운동회도 학년별로 나눠 사흘씩 치렀다. 이런 현상은 재개발 붐을 따라 2000년대 강북으로도 옮아갔다.
▶과밀 학급은 소음과 먼지가 기준치보다 많았다. 맨 앞줄 양쪽 끝 아이는 칠판을 보려면 고개를 53도가량 돌려야 했다. 일어서려면 앞뒤 책상을 밀쳐내야 했고, 교실 내 좁은 통로에서 옆으로 게걸음을 쳤다. 교사는 교실 안 학생을 다 살필 수 없었고, 학생은 집중을 못했다. 그 사이 학교를 새로 짓고 교사를 크게 늘리면서 형편이 조금씩 나아졌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초·중·고 학생 수도 수십만명이 줄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지난해 기준 유치원 14.6명, 초등학교 17.3명, 중학교 17.3명, 고등학교 14.8명이라고 밝혔다. 20년 전보다 30~50% 줄어든 숫자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국가경쟁력과 삶의 질을 따질 때 항상 빠지지 않던 사회지표였다. 그러나 OECD 평균치인 초등학교 16명, 중학교 13.2명, 고등학교 12.5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많다.
▶우리는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계산할 때 교장·교감·보건교사 같은 비(非)수업 교사까지 포함하지만 OECD 지표는 수업을 직접 맡는 교원만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도 그렇게 산출하면 차이가 더 벌어진다. 과밀학급을 '콩나물시루'에 비유하던 표현은 1940년대 신문에도 나온다. 그 시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이 국제사회에 뽐낼 만한 수준도 아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이 저출산이라는 걸 생각하면 입안에 쓴맛이 고인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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