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손 할머니 평생 모은 돈, 스웨덴공대·카이스트에 전달
- 절약하며 평생 모은 재산 가운데 25억원을 한국 대학을 위해 기부한, 6·25 참전 간호사 출신 스웨덴인 셰르스틴 요나손(앉은 이) 할머니와 남편 루네 요나손. /정재욱 사진가
"청자 그릇 색이 참 곱네요."
19일 스웨덴 수도 스톡홀롬의 스웨덴왕립공대(KTH) 학장실. 한국 카이스트로부터 청자 그릇을 선물받은 루네 요나손(85)·셰르스틴 요나손(88) 부부의 입에 행복한 미소가 걸렸다. 이날 행사는 요나손 부부가 평생 모은 7000만 크로나(약 118억원)를 KTH와 카이스트에 나눠 기부한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두 대학이 함께 마련했다. 요나손 부부는 카이스트 몫으로 1500만 크로나(약 25억원)를 기부했다. 노부부는 "평생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알뜰하게 모은 재산"이라고 했다.
부부가 한국 대학에도 거액의 기부금을 내놓은 것은 간호사 출신인 셰르스틴 할머니가 6·25전쟁 당시 종군 간호사로 참전했던 경험 때문이다. 청자 선물을 손에 든 할머니는 옛 기억을 되살렸다. "어느 날 라디오 방송에서 '한국에서 전쟁이 터졌다'며 영어 소통이 가능한 간호사를 구한다기에 한국행을 자원했어요. 그전에도 에티오피아와 핀란드에서 비슷한 봉사를 한 경험이 있었기에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셰르스틴 할머니는 전쟁 발발 3개월 후인 1950년 9월 23일부터 부산에 있는 야전병원에서 9개월간 환자를 돌봤다. 학교를 병원으로 개조한 열악한 환경에서 의사 7명과 간호사 21명 등 178명이 의료봉사에 참가했다. 전쟁 초기 하루 250명 정도였던 부상자 수는 전쟁이 격렬해지면서 하루 600명까지 늘었다. 셰르스틴 할머니는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18시간씩 일하는 강행군이었다"고 회고했다.
스웨덴에 돌아간 뒤에도 한국과 6·25전쟁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었다. 할머니는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전세가 역전됐음을 알았을 때는 전율을 느꼈다"며 "맥아더 장군의 영웅적 활약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두 나라의 대표적 공과대학인 KTH와 카이스트를 택한 것은 남편 루네의 뜻이다. KTH 출신이기도 한 루네 할아버지는 "나라의 기반이 되는 것은 기술이고, 나도 공대와 의대를 졸업한 기술자 겸 의사다 보니 후배들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고 했다.
-조선일보, 2011/12/21
'교회본질 > 봉사(섬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세군에 2억 내민 노부부 (0) | 2011.12.21 |
---|---|
전주 '얼굴없는 천사' 올해도… (0) | 2011.12.21 |
민영교도소 (0) | 2011.12.03 |
천사 배달원 김우수씨 (0) | 2011.09.29 |
산동네 한집 두집 비는데… 울보 목사님 교회는 비좁아요 (0) | 2011.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