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 때 미 해군 장교 짐 스톡데일은 비행기가 추락해 포로가 됐다. 그는 하노이 포로수용소에 8년을 갇혔다가 석방된 뒤 전쟁영웅으로 별 셋까지 달았다. 나중에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감옥에서 견뎌내지 못한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스톡데일이 대답했다. "근거 없이 낙관과 비관을 오간 사람들이지요. 그들은 막연히 무언가를 잔뜩 기대하다가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절망을 이기지 못해 죽고 맙니다."
▶나치의 아우슈비츠 유대인수용소에서는 1944년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일주일 사이 전례 없이 재소자 사망률이 높아졌다. 갑자기 중노동이 늘었거나 전염병이 돌아서가 아니었다. 많은 유대인들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집에 돌아갈 수 있겠거니, 가냘픈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가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자 살아갈 의욕을 잃어버렸다.
▶수용소 사람들은 식빵 한 조각으로 나흘을 산 적도 있었다. 신기하게 그런 상황에서도 즉석 음악회나 연극, 시낭송회 같은 것들이 열리곤 했다. 점심시간 막사에 걸상 몇 개를 모아 무대를 만들고 누군가 올라가 아리아를 한 곡 뽑으면 재소자들은 한 끼를 포기하더라도 눈물을 흘리며 귀 기울였다. 프랭클은 절망을 딛고 이처럼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의지를 인간 존재의 가장 중요한 힘으로 보았다.
▶작년에 문을 연 민영 소망교도소에서 그동안 12명이 출소했지만 재범자가 한 사람도 없다고 한다. 보통 교도소 출소자가 다시 수감되는 비율이 22%인 것과 비교하면 일단 성공적이다. 명사(名士) 강연이나 음악·연극 공연 같은 공동체 모임, 자원봉사자 100여명이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이 한몫했을 것이다. "인생에 더이상 소망이 없다. 죽고 싶다"던 한 재소자는 교도소 '아버지 학교'에 참여한 뒤 "할 수만 있다면 나가서 아내와 딸의 발을 씻어주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인생의 목표와 희망을 심어주고 삶의 의미를 일깨우는 교도 행정의 새 바람이 퍼져 나갔으면 한다.
-조선일보 만물상, 20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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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첫 민영교도소 1주년
아가페재단의 의미있는 실험, 재소자들 식당서 다같이 식사 명사강연에 연극도 함께 봐…
"딸에게 미안" 재소자 편지에 기념식 강당 곳곳서 눈물
아가페재단의 의미있는 실험, 재소자들 식당서 다같이 식사 명사강연에 연극도 함께 봐…
"딸에게 미안" 재소자 편지에 기념식 강당 곳곳서 눈물
교도소 운영을 민간에 맡기느냐는 비판도, '종교 편향' 우려도 있었다. 자금이 모자라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1년 전 문을 연 소망교도소(소장 심동섭)가 1일 개소 1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개신교계 아가페재단(이사장 김삼환 명성교회 담임목사)이 만든 아시아 최초의 민영 교도소다. 우리나라 교도소 출소자의 평균 재복역률은 22% 정도지만 이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처음 30여명이던 수용자는 지금 300여명이 됐다. 12명이 출소했고 아직 재범자는 없다. 성패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민간의 효율성과 풍부한 인적자원을 교도 행정에 결합시킨 의미 있는 실험이다.
소망교도소는 여러모로 일반 교도소와는 다르다. '거실'(감방을 가리키는 용어)에 식사를 넣어주는 일반 교도소와 달리 수용자가 다 같이 식당에 모여 밥을 먹는다. 매주 한두 차례 명사 강연이나 음악·연극 공연을 함께 보는 '공동체 모임'도 열린다. 특히 아버지학교, 1대1 전문 상담, 음악·미술·웃음치료 등 민간 전문가 10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20여가지 교육 프로그램은 이 교도소의 가장 큰 특징이다.
'소망 밴드' 단원으로 동료 재소자들과 함께 노래한 박창명(60·가명) 씨는 '아버지학교'를 통해 가족을 회복한 경우다.
박씨의 죄명은 살인미수. 서른여섯에 결혼해 딸을 뒀지만 부인의 잇따른 투자 실패로 빚더미에 올랐다. 결국 부인은 박씨를 피해 딸과 함께 종적을 감춰버렸다. 2005년의 일이다. 4주를 숨바꼭질한 끝에 만난 부인이 "그만 끝내자"고 하자 박씨는 배신감에 흉기로 부인을 20여차례 찔렀다. 말리던 딸까지 어깨와 등을 찔렸다. 두 사람 다 목숨만 간신히 건졌다. 형이 확정된 뒤 교도소로 이감될 때 박씨는 "죽어야겠다" "세상에 나 혼자뿐" "인생에 더 이상 소망도 없다"고 생각했다.
소망교도소 수용을 지원해 이감된 뒤 올 5월 박씨는 가족관계 회복 프로그램인 '아버지학교'에 참여했다. 마지막 세족식(洗足式)날 박씨는 "할 수만 있다면 나가서 아내와 딸의 발을 씻겨주고 싶다"며 펑펑 울었다. 그리고 부인에게 편지를 썼다. 진심이 담긴 편지를 받은 부인은 6월에 박씨를 면회 왔다. 답장도 보내왔다. 편지엔 '정말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기도할게요. 가족은 당신을 버리지 않아요'라고 쓰여 있었다. 출소가 1년쯤 남은 박씨는 "내가 그들 목숨을 빼앗을 뻔했으니, 이제 내 목숨을 걸고 가족을 섬기겠다"고 말했다.
소망교도소는 여러모로 일반 교도소와는 다르다. '거실'(감방을 가리키는 용어)에 식사를 넣어주는 일반 교도소와 달리 수용자가 다 같이 식당에 모여 밥을 먹는다. 매주 한두 차례 명사 강연이나 음악·연극 공연을 함께 보는 '공동체 모임'도 열린다. 특히 아버지학교, 1대1 전문 상담, 음악·미술·웃음치료 등 민간 전문가 10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20여가지 교육 프로그램은 이 교도소의 가장 큰 특징이다.
'소망 밴드' 단원으로 동료 재소자들과 함께 노래한 박창명(60·가명) 씨는 '아버지학교'를 통해 가족을 회복한 경우다.
박씨의 죄명은 살인미수. 서른여섯에 결혼해 딸을 뒀지만 부인의 잇따른 투자 실패로 빚더미에 올랐다. 결국 부인은 박씨를 피해 딸과 함께 종적을 감춰버렸다. 2005년의 일이다. 4주를 숨바꼭질한 끝에 만난 부인이 "그만 끝내자"고 하자 박씨는 배신감에 흉기로 부인을 20여차례 찔렀다. 말리던 딸까지 어깨와 등을 찔렸다. 두 사람 다 목숨만 간신히 건졌다. 형이 확정된 뒤 교도소로 이감될 때 박씨는 "죽어야겠다" "세상에 나 혼자뿐" "인생에 더 이상 소망도 없다"고 생각했다.
소망교도소 수용을 지원해 이감된 뒤 올 5월 박씨는 가족관계 회복 프로그램인 '아버지학교'에 참여했다. 마지막 세족식(洗足式)날 박씨는 "할 수만 있다면 나가서 아내와 딸의 발을 씻겨주고 싶다"며 펑펑 울었다. 그리고 부인에게 편지를 썼다. 진심이 담긴 편지를 받은 부인은 6월에 박씨를 면회 왔다. 답장도 보내왔다. 편지엔 '정말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기도할게요. 가족은 당신을 버리지 않아요'라고 쓰여 있었다. 출소가 1년쯤 남은 박씨는 "내가 그들 목숨을 빼앗을 뻔했으니, 이제 내 목숨을 걸고 가족을 섬기겠다"고 말했다.
- 아시아 첫 민영 교도소로 지난 1년간 의미 있는‘실험’을 진행해온 소망교도소의 재소자들이 1일 열린 1주년 기념식 무대에서 밴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소망교도소 제공
김삼환 아가페재단 이사장은 "고난과 역경 속에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가운데 문을 열었던 소망교도소가 어느새 1년을 맞은 것이 너무도 가슴이 벅차올라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삼환 아가페재단 이사장, 김승규 전 국정원장, 민주당 김영진 의원, 손병두 한국방송공사 이사장 등 개신교 민영 교도소의 뜻을 세우고 함께 노력해온 각계 인사들과 법무부 당국자 등이 참석했다. 자원봉사자와 재소자 가족 등 400여명이 모여 교도소 대강당이 꽉 찼다. 재소자 밴드 16명과 합창단 44명이 무대에 올라 공연도 선보였다. 2001년 민영 교도소를 위한 아가페재단 설립 실무위원장을 맡았던 최성규 목사(인천순복음교회)는 "누군가에게 아픔을 준 탓에 여기 왔다면, 이제 변화되어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이들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소망교도소는 연 54억원 정도의 정부 예산 지원으로 운영된다. 같은 규모 일반 교도소의 90% 수준이다. 나랏돈을 10%쯤 절약한 셈이다. 박효진 부소장 직무대리는 "우리 교도소를 거친 이들이 출소 뒤 재범 없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사회에 뿌리내리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그 열매를 얻기 위해 열심히 땅을 돋우고 거름을 주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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