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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간 전국 떡볶이 1번지 지킨 '신당동 할머니' 떠나다

하마사 2011. 12. 17. 10:50

 

고추장 떡볶이의 원조 마복림씨 91세로 별세 "며느리도 몰라" CF로 인기

"고추장 맛은 며느리도 몰라, 아무도 몰라."

며느리한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비장의 고추장맛으로 반세기 넘게 떡볶이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신당동 떡볶이 골목을 지켜온 마복림(사진) 할머니가 최근 91세로 별세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마씨는 과거 일부 언론을 통해서 간장으로 조리는 '궁중 떡볶이'가 대세였던 1950년대에 고추장을 이용한 붉은 떡볶이를 처음 개발한 인물로 알려졌다.

마씨는 6·25전쟁 직후인 1953년 지금의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떡볶이집을 열었다. 우연히 중국집에 갔다가 자장면에 떨어뜨린 떡을 맛본 후 고추장에 춘장을 섞은 '마복림식(式)' 떡볶이를 개발했다.

마씨는 고추장과 춘장을 섞은 양념으로 특유의 맵싸하면서도 달달한 떡볶이를 개발한 '신당동 원조1호 마복림 떡볶이'집을 운영하면서 원조 떡볶이집의 명성을 누려왔다. 너무 맵지 않으면서 감칠 맛이 돌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를 끌었다. 요즘도 원조의 손맛을 그리워 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시민은 "집 주변에도 떡볶이를 파는 곳은 많지만 십수년 전부터 할머니 집에 길들여져 지금도 찾고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6년 한 업체의 고추장 광고에 출연, 고추장 맛은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광고 문구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할머니는 끓여 파는 떡볶이 대신 식탁 위에서 끓여 먹는 '즉석 떡볶이'도 개발, 떡볶이 한 가지 메뉴만으로 원조의 명성을 누려왔다. 노점상같은 가판대에서 시작한 가게는 '며느리도 모르는 장맛'으로 성황을 이뤘다. 하루 평균 500여명의 손님들이 찾아오자, 조그맣던 떡볶이 집은 해가 바뀔 때마다 넓어졌다. 그래도 할머니는 변변한 장식도 없이 오래된 가스레인지와 낡은 의자와 테이블을 고수했다.

지금은 시어머니의 비법을 전수받은 3명의 며느리가 신당동에서 3곳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조선일보, 2011/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