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사는 66년 2월 한강 상공 비행기에서 부하들이 낙하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마지막으로 뛰어내렸다. 그는 한 부하가 낙하산을 펴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공중 유영으로 접근해 부하의 낙하산을 펴줬다. 그러나 부하의 낙하산 줄에 오른팔이 걸려 부러지는 바람에 자기 낙하산은 못 편 채 한강 얼음판으로 추락했다. 그해 6월 노들섬에 동상이 세워졌지만, 특별한 행사 때 말고는 출입이 금지된 섬이어서 사실상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다.
▶고(故) 조창호 중위는 6·25 때 자원입대했다가 포로가 된 뒤 북한에서 전향을 거부하며 살다 43년 만인 1994년 탈북했다. 64세 노병(老兵)은 중국 밀항선을 얻어 타고 사흘 걸려 서해를 건너온 이튿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귀대 신고를 했다. 그러나 2006년 그의 장례식은 재향군인회장(葬)으로 조용히 치러졌다. 장례식에는 국방장관과 여당 정치인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다. 정권이 북한 눈치를 보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영국 윌리엄 왕자는 지난 4월 결혼식 때 아프간전에서 큰 화상을 입은 병사를 초청했다. 순국 군인들의 가족도 초대했다. 우리는 2002년 제2연평해전 전사자 6명의 영결식 때 대통령은 물론 국무위원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연평해전 기념식은 2008년에야 정부 주관으로 치러졌다. 한 나라가 전쟁영웅을 비롯해 나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어떻게 대접하느냐를 보면 그 나라의 수준과 미래를 알 수 있다.
-조선일보, 201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