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당파를 넘어 국가에 헌신… 그는 상식과 품위 갖춘 애국자"
오바마와 달리 공화당원… 국방장관으로 4년 7개월간 정파 초월 2개의 전쟁 치러
공직자로 대통령 8명 보좌, 아버지 부시 때는 CIA국장
"나의 여생 동안 날마다 戰場장병 위해 기도하겠다"
"메달 수여 계획을 진작 간파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네요.(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이끈 이후) 대통령의 비밀 작전수행 능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대통령 자유메달'을 깜짝 선물로 수여하자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눈물을 글썽이며 이 같은 농담을 섞어 답례했다. 펜타곤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인사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일제히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매우 특별하게 인정하는 것 외에 밥(로버트의 애칭)에게 국가가 감사를 표현할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할 수 없었다"며 게이츠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바마는 게이츠가 공직자로서 보좌한 8번째 대통령이다.
◆강력하고 인기 좋은 국방장관
'역사상 가장 강력하면서도 인기가 좋은 펜타곤 책임자'(뉴욕타임스 표현) 게이츠 장관의 공식 퇴임식은 지난달 30일 성대하고도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두 개의 전쟁을 당적(공화·민주당)이 다른 두 명의 대통령 밑에서 연속으로 지휘하며 4년 7개월간 펜타곤을 지킨 그의 퇴장에 미국은 최고의 예우로 답했다.
- ▲ 최고 영예 ‘대통령 자유메달’ 받고 은퇴… 지난달 30일 미 국방부에서 거행된 자신의 퇴임식에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왼쪽)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가운데),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오른쪽) 등 참가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미 대통령이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대통령 자유 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받고 45년에 걸친 공직에서 은퇴했다. /AP 연합뉴스
육·해·공군과 해병 등 4군 의장대가 열병식을 갖는 가운데 4대의 포에서는 19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기수대는 모든 미군의 군별 깃발과 미국의 50개주 및 워싱턴 DC의 깃발을 들고 도열했다. 독립전쟁 당시의 옛 군복을 입은 군악대의 연주도 이어졌다.
◆공화당 인맥이지만 민주당도 신뢰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게이츠는 겸손한 애국자이며 상식과 품위를 갖춘 가장 훌륭한 공복"이라고 했다. "2008년 (정권교체) 당시 그는 얼마든지 은퇴할 자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아서 봉사했고, 그것은 당파성보다 국가에 대한 헌신과 시민의식을 앞세운 결정이었다"고도 했다.
게이츠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올랐고 아들 부시 대통령에게 국방장관으로 발탁된 정통 '공화당 인맥'이지만, 오바마는 그의 정치적 중립성과 능력을 높이 평가해 유임을 결정했고 이후에도 줄곧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게이츠는 떨리는 목소리로 "국방장관직은 내 생애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퇴임하더라도 내 마음은 영원히 우리 젊은 전사들과 함께할 것이다. 아직도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장병들과,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장병들 모두와 함께…"라고 했다. 그는 전날 미군 병사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도 "나의 여생 동안 날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을 생각하며 기도하겠다"는 인사를 했다.
◆"베키, 집으로 가는 거야"
게이츠는 연설 대미를 아내에게 바쳤다. "베키(아내의 애칭), 이번엔 진짜 집으로 가는 거야." 과거 몇 번이나 은퇴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한 마음을 담은 것이다.
게이츠는 퇴임식을 마친 후 군용기를 이용, 미국 서부 워싱턴주의 한 호숫가에 있는 자택으로 떠났다. CIA에서 27년, 대학 강단에서 13년, 국방부에서 4년7개월을 보내고 45년 만에 맞는 휴식이다. 그는 공식적으로는 이날 자정까지 국방장관이지만, 국방부 대변인은 "게이츠가 군용기를 이용한 데 대한 비용을 따로 지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201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