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리나, 프랑스오픈에서 동양 여자선수 첫 메이저대회 우승
베이징 올림픽 키드 - 금메달 위해 대표팀 선발, 남자와 경기하며 파워 키워
우승 위해 남편인 코치 해고 - 호주오픈 이후 주춤하자 교체… 가슴에는 남편 위한 문신 있어
그녀는 침착했다. 경기 내내 표정은 담담했다. 상대가 괴성을 지르며 코트 구석구석으로 찔러대도 조용히 공을 받아냈다. 수차례의 랠리 끝에 점수를 따내도 주먹만 잠깐 쥐어보이곤 경기에 집중했다. 하지만 상대의 마지막 공격이 아웃되는 순간 클레이 코트에 벌렁 누워버렸다.
여자 테니스계의 '황색 돌풍' 리나(29·중국)가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 테니스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랭킹 7위 리나는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지난해 챔피언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세계 5위·이탈리아)를 2대0(6―4 7―6)으로 꺾었다.
테니스 메이저대회 단식은 아시아 선수가 정상에 오를 수 없는 분야로 꼽혀왔다. 여자 복식에서는 2006년 호주오픈에서 정제-옌쯔(중국)조가 우승했었지만 여자 단식의 최고 자리는 아시아 선수들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남자 단식의 경우 아시아 선수 최고 성적은 '8강 진출'이다. 마이클 창이 1989년 17세의 나이로 프랑스오픈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지만 창은 중국계 미국인이었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벽을 넘기 위해 중국이 달려들었다. 중국은 2001년에 베이징올림픽 유치가 결정되자 메달 획득을 위해 여자 테니스에 대대적으로 투자했다. 체력 열세가 뚜렷한 남자 테니스보다는 진입 장벽이 낮다는 이유였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국가대표였던 리나도 지원 대상으로 뽑혔다. 그녀를 포함한 정상급 여자 선수들은 남자 선수를 훈련 파트너 삼아 '파워'를 길렀다.
그 결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리팅-쑨텐텐 조가 여자 복식 금메달을 땄다. 단식에서는 2004년 리나가 중국 선수 최초로 WTA(여자프로테니스) 대회서 우승한 데 이어 2008년 정제(80위·중국)가 윔블던 4강에 오르는 성과가 나왔다. 중국의 여자 테니스 선수들은 '베이징 키드'라 불렸다.
-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4일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스키아보네(이탈리아)를 꺾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대회 단식 정상에 오른 리나(중국)가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환호하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리나. /AP 뉴시스
리나는 베이징 키드 중에서도 '튀는' 선수다. 원래는 배드민턴 선수였다. 여섯 살 때부터 배드민턴 선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라켓을 잡았다. 하지만 손목이 아니라 계속 어깨를 이용해 셔틀콕을 날린다고 코치에게 "너는 왜 배드민턴을 테니스처럼 치느냐"며 혼이 났다. 결국 2년 후 테니스로 종목을 바꿨다.
그는 정부 주도의 훈련방식에 반발하는 반골 기질을 가지기도 했다. 실제로 "새벽부터 밤늦도록 공만 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며 2002년 대표팀을 떠났다. 2년간 대학에서 전공인 언론학 공부에 몰두했다. 이후 선수로 복귀해서는 테니스협회의 간섭에서 벗어나 스스로 팀을 꾸려 투어 생활에 나섰다. 상금액의 65%에 이르던 세금을 8~12%로 내리는 '플라이 얼론(Fly alone)' 정책에도 앞장섰다. 이후 리나는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를 질문에 "상금이요"라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리나는 최근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09년 US오픈 8강에 오른 후 올해 1월에 열린 호주오픈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강점은 아시아 선수답지 않은 체력과 파워다. 전문가들은 강한 하체와 안정된 착지 동작에서 나오는 포핸드 스토로크로 상대를 위협하고, 두 손으로 힘껏 구사하는 백핸드 스트로크로 상대의 실수를 유발한다고 평가했다.
- ▲ /(사진)신화 뉴시스
반사신경이 좋고 민첩해 코트 좌우 구석으로 오는 상대의 공을 리턴으로 공격하는 데도 능하다. 이번 대회에 앞서 공을 너무 강하게 치려다가 나오는 실수를 보완하기 위해 남편 장샨이 맡던 훈련 코치를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그 결과, 1라운드와 16강에서 1세트씩만 내줬을 뿐 다른 경기는 모두 2대0으로 이기는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장샨은 리나의 우승 직후 "훈련 파트너도 좋다"며 "아내가 이기기만 한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리나도 "난 항상 남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남편에 대한 사랑의 표시로 왼쪽 가슴에 하트와 장미를 합친 문신을 새겼다.
리나는 2주 후 개막하는 올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윔블던에 도전한다. 그는 "누군가는 나에게 나이가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꿈을 이뤘다"며 "사람들이 나를 잊지 않도록 윔블던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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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둘수록 좋아지는 와인처럼… 나이 들수록 잘하는 中 리나
29세… 佛 오픈 테니스 결승행, 아시아 여자 선수로는 처음
이번에도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올해 여자 테니스계 '황색 돌풍'의 주인공 리나(7위·중국)가 4일(현지시각)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에서 지난해 우승자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5위·이탈리아)를 상대로 결승전을 치른다. 리나가 이 경기에서 이기면 아시아인 최초의 메이저 테니스대회 단식 우승자가 된다.
리나가 메이저대회 결승에 오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리나는 지난 1월 호주오픈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단식 결승에 올랐다.
이번 결승전 상대인 스키아보네는 리나를 "마치 병 안에 오래 둘수록 더 좋아지는 와인과 같은 선수"라고 평했다. 여자 선수로는 많은 나이인 29세에 2개 메이저대회 결승에 오르는 전성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리나는 1999년 프로에 데뷔한 뒤 지난해까지 5개 여자프로테니스투어(WTA) 단식 대회를 우승하는 데 그쳤다.
- ▲ 리나(중국)가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마리아 샤라포바를 꺾고 결승에 오르자 중국인들은 뜨거운 관심을 쏟아냈다. 승리 후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는 리나의 사진이 실린 신문들이 중국 베이징 거리 신문 판매대를 장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리나의 실력이 급성장한 데는 경험뿐 아니라 2006년 결혼한 전(前) 중국 테니스 선수 장샨의 외조가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장샨은 결혼 이후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리나의 훈련 코치로 활약하며 끊임없이 조언을 해주었다. 그는 "아내가 테니스를 잘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볼보이'라도 할 것"이라고 할 정도다.
스키아보네와 리나는 지금까지 공식 대회에서 네 차례 만나 2승2패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리나는 "내가 결승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아시아의 어린 선수나 아이들이 보면서 '언젠가 리나보다 잘하게 될 거야'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내 테니스 인생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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