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드룹채취

하마사 2011. 5. 15. 11:29

어버이 날이 지난 월요일에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고 왔다.

시골에 사시는 부모님께 농사일을 줄이고 편하게 사시라고 말씀드리지만 봄철이 되면 밭을 놀릴 수 없다며 작년처럼 곡식을 심고 가꾸신다.

해가 다르게 기력이 약해지고 아픈 곳도 생겨 병원을 자주 찾곤 하신다.

아버님은 게이트볼을 치시면서 건강을 잘 유지하고 계시는데 어머님은 자식들에게 반찬거리를 만들어 주시고 자식들에게 부담주지 않으려고 용돈을 위해 해마다 농사를 지으신다.

올해도 집 앞의 농토에는 어김없이 곡식들이 심겨져 있었다.

추수할 때까지 아버님과 어머님을 기쁘게도 하겠지만 괴롭게도 할 것이다.

그 중에 밭 가장자리에 드룹나무들이 있다.

처음에는 몇 그루밖에 되지 않았는데 반찬거리와 판매목적으로 가만두었더니 번식하여 이제는 드룹밭이 되어버렸다.

드룹은 적기에 채취해야 하는데 아버님이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너무 크면 맛도 떨어지고 먹기에도 불편하여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잠을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 밭에 나갔더니 아버님이 혼자서 드룹을 채취하고 계셨다.

아버님과 함께 드룹을 채취하며 많은 것을 생각했다.

드룹은 가시가 있어 채취하기 까다롭고 키가 크면 더욱 어려워진다.

내년을 위해 가지들을 많이 잘라내며 키를 낮추었다.

아마도 내년에는 아버님이 드룹채취를 올해보다는 쉽게 하시리라 믿는다.

밭과 흙은 같은데 곡식과 엉겅퀴가 나오기도 하고 드룹나무가 나오기도 한다.

밭이 문제가 아니라 씨가 문제이다.

아무리 좋은 밭이라 할지라도 나쁜 씨가 심기면 나쁜 열매를 많이 맺게 하는 나쁜 밭이 되고 만다.

드룹의 번식력은 실로 대단하다.

가시나무와 엉겅퀴 역시 마찬가지이다.

드룹은 그나마 사람들에게 반찬거리로 유익을 주지만 가시와 엉겅퀴 같은 것은 밭도 버리고 다른 곡식에게도 피해를 주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가 된다.

성경에는 알곡과 가라지가 같이 자라날 때 알곡을 다칠까 염려하신 주님이 추수 때까지 가라지를 놓아두라고 하시는 비유가 있다.

그러나 곡식을 다치지 않는 범위에서 가라지를 제거해야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다.

주님의 사랑이 그만큼 크시다는 것을 깨닫게 하지만 많은 추수를 기대하는 농부 입장에서는 가라지를 그대로 둘 수 없다.

밭에 드룹나무가 자라고 번식하도록 그냥 두는 것은 비록 가시가 있지만 반찬을 제공하는 유익을 주기 때문이다.

드룹 이외에 나무는 재목이나 다른 용도로는 쓸 수 없고 땔감으로 밖에 쓸모가 없다.

한 가지 유익 때문에 당당히 밭에서 자라나도록 용납받는 가시나무가 드룹나무이다.

채취할 때 가시가 찌르기도 하지만 조심해서 다루면 맛있는 드룹을 먹을 수 있듯이 가시로 상처를 주는 사람일지라도 지혜롭게 상대하면 오히려 유익을 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가시를 가진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 왜 이리 힘들까?

드룹의 유익을 못보고 가시만 보이기 때문은 아닐까?

세상에 가시와 상처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상처를 주는 가시를 피하면서 맛있는 드룹을 따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소원한다.

'자기노출 > 삶자락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책임한 자식  (0) 2011.05.26
유리조각  (0) 2011.05.18
하마사  (0) 2011.05.07
좋은 날씨를 기대하며  (0) 2011.05.07
위로와 격려  (0) 2011.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