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는 큰새(大鳥)라는 뜻의 '한새'가 변한 말이다. 평균 몸길이 112㎝로 날개를 펼치면 2m가 넘는다. 긴 다리로 얕은 물 위를 걸으며 주로 물가에서 사는 섭금류(涉禽類)에 든다. 두루미(鶴·학)도 같은 섭금류이지만 황새보다 30㎝쯤 더 크고 정수리가 붉다. 황새는 나무에 둥지를 틀지만, 두루미는 뒷발가락이 짧고 다리 위쪽에 붙어 있어 나뭇가지에 앉지 못한다.
▶황새는 미꾸라지·붕어·피라미·개구리·우렁이를 잡아먹고 산다. 음식쓰레기라도 뒤져 가며 연명하는 까치나 괭이갈매기류와는 근본이 다르다. 미꾸라지로 치면 하루에 150마리는 먹어야 하는 대식가다. 수천 년 사람과 이웃하며 살아온 황새가 사라진 것은 농약이 마을 논밭과 늪가의 싱싱한 먹잇감을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야생 황새는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2000마리쯤 남아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1971년 충북 음성에 살던 마지막 황새 한 쌍 중에 수컷이 밀렵꾼에게 목숨을 잃었다. 암컷은 무정란(無精卵)만 몇 차례 낳다 94년에 죽었다. 충북 청원 한국교원대의 박시룡 교수와 작고한 김수일 교수가 96년 황새복원센터를 세우고 황새 복원을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처음 두 마리를 들여온 이래 최근 113마리까지 번식시켰다. 2013년 야생에 놓아먹이는 것이 목표다.
▶얼마 전부터 이 황새들이 둥지에 알을 낳으면 복원센터 직원들이 나무로 깎아 만든 가짜 알로 슬쩍 바꿔 넣고 있다고 한다. 야생 새들은 부화 전에 알이 없어지면 종족을 이어 가려고 알을 더 낳는 본능이 있다. 가짜 알을 넣는 것은 황새가 진짜 알로 착각해 더 번식을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황새 먹이값과 방역비로 한 해 2억원씩 정부 지원을 받던 게 올해 1억원으로 줄어 먹이를 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71년 황새가 멸종하자 마지막 황새가 살았던 효고(兵庫)현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복원 프로젝트가 벌어졌다. 농촌마을, 지자체, 시민단체, 학계가 힘을 모아 89년 첫 인공부화를 하고 2005년 도요오카(豊岡) 벌판에 황새를 날려 보냈다. 지금은 27개 현에서 황새 46마리가 창공을 날고 있다. 어떤 지역에 황새가 산다는 것은 그곳이 농약 오염으로부터 자유롭고 생태계가 자연 그대로 작동돼 생명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증명서다. 황새 먹이값이 얼마나 한다고 가짜 알까지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씁쓸하기 짝이 없다.
-조선일보, 201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