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본질/교육

자녀 교육엔 '아버지의 무관심' 필수라지만

하마사 2011. 4. 5. 10:36

조영탁 휴넷 대표이사

잘 키우는 王道는 있다… 아버지가 적극 나서야 자녀교육 活路 열려
공부의 즐거움과 함께 헝그리 정신 심어줘야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유대인의 특수한 교육이 이 같은 불가사의한 힘의 원천으로 평가되고 있다. 교육열 하면 우리도 결코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이로운 발전은 남다른 교육열에 기인한다. 그러나 한편 지나친 교육열이 사교육 열풍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인적자원 경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만약 아래와 같이 미래지향적 자녀교육 패러다임으로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분명 세계를 선도하는 일등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아버지가 자녀교육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선 세 가지, 즉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자녀교육에 있어 아버지의 역할은 미미했다. 아버지가 자녀교육에 적극 나선다면 엄마의 일방주도 교육에 비해 장기적이고 차분한 접근, 그리고 입시와 인성교육 간 균형이 이뤄져 교육 문제의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자녀들의 자존감을 세워주고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자존감은 세상의 풍파(風波)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버텨주는 튼튼한 뿌리와 같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잘생겼든 못생겼든,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데서 자녀교육이 시작된다.

우리 자녀들은 특별한 재능과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IQ라는 획일적 기준으로 재능을 평가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에 의하면 사람들은 IQ 외에 논리, 수학, 언어, 공간, 음악, 운동, 인간친화 등 다중지능을 가지고 있다. 이 중 자기 자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 평생 즐기면서 갈고 닦을 수 있는 꿈을 찾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생텍쥐페리는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감을 나눠 주지 마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고 말했다. 자녀들은 꿈을 갖게 해주면 채근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공부한다.

셋째, 인성교육에 보다 많은 힘을 써야 한다. 명문대 졸업장과 사법고시 합격, 의사 자격증이 평생을 보장해주던 시대의 유산이 남아 아직도 일류대학 입학을 유일한 교육 목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 자녀 스스로 행복한 삶,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으로 교육의 목적이 바뀌어야 한다. 나폴레온 힐(Hill)이 성공한 사람 507명을 인터뷰한 결과, 15%는 자신의 능력으로, 85%는 인간관계 능력 때문에 성공했다고 대답했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우리 청소년들의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이 36개국 중 35위로 세계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고 발표해 충격을 줬다. 이 결과는 경쟁 위주 입시교육이 청소년들의 인성을 심각하게 망가뜨리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의 인성교육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섯 자녀 모두를 하버드·예일대 박사로, 두 자녀를 미국 차관보, 딸을 예일대 학장으로 키운 전혜성 박사는 '덕이 재능을 이긴다(德勝才)'는 원칙이 첫째, 남을 생각하고 공동의 가치를 중시하도록 키운 것을 두 번째 비결이라 말한다.

넷째, 공부법과 공부하는 즐거움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대학입시에서 수석을 차지한 학생들은 "7시간씩 푹 자면서 학교수업에 충실하고 교과서 중심으로 혼자 공부했다"고 말한다. 공부를 하는 데에도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연구 결과 자기주도 학습 시간이 길수록 수능 점수 상승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를 학원으로 내모는 대신 부모가 공부법을 배워 자녀에게 익히게 하면 적은 시간과 비용 투자로 성적을 올릴 수 있다. 공부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공부의 즐거움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학습흥미도 조사에서 우리 청소년의 70%가 '공부가 지겹다'고 답했다. 2500년 전 공자(孔子)가 설파한 배움의 즐거움을 되도록 일찍 체감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유대인은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손가락에 꿀을 묻혀 알파벳을 쓰게 한다. 학생들은 단물이 묻은 손가락을 빨면서 배움이 꿀처럼 달고 맛있다는 것을 몸으로 배우게 된다.

마지막으로 자녀에게 헝그리 정신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교육학자 루소는 "자식을 불행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언제나 무엇이든지 손에 넣을 수 있게 해주는 일이다"고 말했다. 진정 자녀를 사랑한다면 온실 속 화초로 키우는 대신 역경(逆境)을 선물할 수 있어야 한다.

 

-조선일보, 201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