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본질/교육

리더스 콘서트

하마사 2011. 4. 5. 10:31

 

아인슈타인은 열등생이었던 열세 살 때 가정교사를 맞았다. 가정교사는 아인슈타인에게 유클리드 '기하학'부터 읽혔다. 두 번째 책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열일곱 살에 "술 대신 철학 고전에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어른이 된 뒤에도 플라톤을 비롯한 서양 철학서를 탐독하면서 학교가 몰라봤던 천재성을 다듬었다.

'인터넷 전도사'로 불렸던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요즘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써서 "인터넷이 우리 뇌를 얕게 만든다"며 디지털 문명을 비판하고 다닌다. 그는 "인터넷 때문에 청소년들이 책을 읽을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지 않고, 이리저리 건너뛰면서 관심 있는 정보만 훑는다"고 개탄했다. 그는 인터넷 검색이 뇌 신경회로까지 바꿔 인간을 산만하게 만든다고 했다. 유일한 해결책은 지난 5세기 동안 인류에게 창조적 사고력을 안겨 준 책 읽기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책 5만권을 지닌 움베르토 에코는 수많은 책을 저장할 수 있는 전자책이 나왔지만 종이책 읽기를 고집한다. 그는 "가위와 바퀴는 어떤 소재로 만들더라도 자르고 구르는 형태를 띤다"며 "책의 생김새는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자책과 종이책을 건물 5층에서 떨어뜨려 보라. 전자책은 박살 나지만 종이책은 흠집만 날 뿐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조선일보가 '책과 신문 읽기 문화'를 북돋우기 위해 '리더스 콘서트'를 열고 있다. 지난달 31일 첫 강사로 '시골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박경철씨가 청중 400명 앞에 첫 강사로 나섰다. 그는 "포털 사이트 검색어 1~10위 뉴스 중에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핵심적 사유가 담겨 있는 게 있느냐"며 "읽기 훈련을 안 하면 정보홍수의 물결에 떠다니는 통나무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엊그제 두 번째 강사로 나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매일 신문 다섯 가지를 읽으며 신문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앨빈 토플러가 "매일 아침 신문 6~7개 읽느라 손끝이 까맣게 된다"고 했듯 신문은 미래학자도 끊을 수 없는 문명의 이기(利器)다. '리더스 콘서트'는 오늘 영화감독 김대우씨, 6일엔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쓴 김난도 서울대 교수 강연회로 이어진다. 얕은 지식이 소음을 내는 시대에 읽기 문화의 깊은 울림이 더욱 소중한 때다.

 

-조선일보, 201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