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검사로 조기 발견, 위·대장암도 생존율 높아져
통증 적은 췌장암 진단 늦어 생존율 7%대로 줄어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의 마동탁역(役)으로 알려진 배우 김승환씨(47)는 2005년 '장(臟) 청소'를 하러 병원에 들렀다가 암 판정을 받았다. 대장암 2기였다.
당시 마흔을 넘긴 나이였지만 건강에 자신이 있어 제대로 된 건강검진 한번 안 받고 있었다. 진단 후 당장 수술대에 올랐고,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몸무게가 20kg나 빠지기도 했다. 다행히 완치 판정을 받고 요즘 연극과 드라마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김씨는 "만나는 사람마다 대장 내시경은 꼭 받아 보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반면 폐암·간암은 생존율이 각각 18%와 23%로 아주 낮다. 특히 췌장암은 7%대의 생존율에다 의학 발전에도 불구하고 1993년에 비해 2008년 생존율이 오히려 1~2%포인트 내려갔다. 김씨가 앓은 대장암은 생존율 70% 수준으로 중간쯤이다.
왜 이런 생존율의 차이가 벌어질까. 갑상선암·전립선암·유방암 등 생존율이 높은 암의 공통점은 ▲조기 검진이 활성화돼 있어 비교적 일찍 발견되고 ▲전이 속도가 느려 죽을 때까지 발병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게으른 암'이란 점이다. 또 내분비계열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호르몬 치료가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다.
국립암센터 박은철 국가암관리사업단장은 "암이 발견되면 수술과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의 세 가지 방법을 주로 쓰는데, 내분비계열의 암은 호르몬 치료라는 또 하나의 무기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생존율이 높다"고 말했다. 중간 정도의 생존율을 보이는 위암(63%)·대장암에 대해 고대안암병원 김열홍 암센터 소장은 "둘 다 예전엔 생존율이 지금보다 13~20% 정도 낮았는데, 내시경 검사를 통해 조기 검진이 이뤄지면서 생존율이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가장 생존율이 낮은 암은 췌장암·폐암·간암이다. 통증이 적어 아주 늦게 발견되며, 수술이 어려운 내장 깊숙이 위치하는 암들이다. 특히 췌장암은 ▲급속히 번지는 '포악한' 성질을 지닌 데다 ▲대동맥·하대정맥 등 큰 혈관으로 둘러싸여져 있어 수술이 힘들고 ▲일반적인 항암제 외에 달리 쓸 약도 개발이 안 된 최악의 조건을 갖춘 암이다.
-조선일보, 2010/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