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독자, 100만원 보내와… "부족한 전차표 값 1환 건네"
"56년 전 제게 1환(圜)을 건넸던 걸인 소년을 찾습니다. 이승을 떠나기 전 그 은혜를 꼭 갚고 싶어요."
최근 70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한 노인이 "50여년 전 고학생으로 어렵게 일하며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걸인 소년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뒤늦게나마 은혜를 갚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100만원을 조선일보사로 보내왔다.
편지봉투에 이름을 김철민이라고 쓴 이 노인은 자신이 대학 2학년이던 1954년 6월 하순 서울 신신백화점 신축공사 현장 인근에서 노동판 일감을 찾기 위해 전전하다 숙소로 돌아가려는 순간 수중에 6환밖에 없어 7환이던 전차표를 사지 못해 쩔쩔맸다고 했다. 김씨는 당시 발을 동동 구르던 차에 거리에서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된 얼굴로 구걸하던 5~6세가량의 어린 걸인이 다가와 1환을 건네줬다고 했다. 그는 당시 멋쩍었지만 이를 받아서 전차표를 샀다는 사연이다.
김씨는 "바로 전차가 들어와 제대로 인사도 못한 채 차에 올랐고 이후 56년이 훌쩍 흘렀지만, 당시 도움을 준 그 소년이 늘 마음의 빚으로 남았다"며 "하지만 이후 많은 식솔을 부양하느라 정신없이 살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너무 많은 세월이 흘렀고, 이름도 몰라 찾기 어렵겠지만 늦게나마 그 소년을 찾아 은혜를 꼭 갚고 싶다"는 애절한 뜻을 전했다.
그는 "나를 도운 그 소년은 아마 지금쯤 어엿한 가장이 됐겠지만 만약 찾지 못한다면 착하고 가난하지만 성실한 미대생 중 한두 명에게 물감이라도 사게 전달해달라"는 뜻도 밝혔다. 자신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미대 진학을 포기했던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사연을 보낸 이를 수소문하기 위해 편지에 적힌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 주소지를 가봤지만 그러한 이름을 가진 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일보, 201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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