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본질/봉사(섬김)

"나라보다,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다"… 평생 모은 돈 내놓은 두 사람

하마사 2010. 5. 26. 18:41

"국가 있기에 우리가 있어… 안보에 써달라"… 국방부에 90억원 기부

25일 오후 3시쯤 서울국방부 청사. 낡은 회색 양복과 허름한 밤색 구두에 지팡이를 짚고 절룩거리는 노신사가 나타났다. 경기 용인시 기흥읍에 사는 김용철(88)씨다.

김씨는 평생 모은 재산 90여억원을 안보(安保)를 위해 써 달라고 맡기기 위해 국방부를 찾았다. 김태영 장관은 거듭 "감사하다"며 "선생님 같은 분이 계셔서 우리 군은 든든하다"고 노신사 손을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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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인생은 유한하나 국가는 무한하다"며 이런 생각에서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천안함 사태를 통해 드러났듯 강군이 있어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고 했다. "정의나 도덕도 좋지만 힘이 없으면 안 된다"고도 했다.

국방부는 김씨의 뜻을 받아 국방과학연구소(ADD) '친환경신물질연구센터'를 짓는 데 이 돈을 쓰기로 했다. 센터 이름은 김씨의 호를 따서 '의범(義範)관'으로 정했다. '의범관'은 앞으로 고에너지 물질, 저탄소 연료전지, 전자기펄스(EMP) 체계, 초정밀 미사일 등 첨단 신무기의 연구·개발을 위해 사용된다.

김씨는 전남 광주 출신으로 일본 도쿄 제국상업학교(5년제)를 마친 뒤 1950년대에 대한수리조합(현 농어촌공사)에서 20여년간 일했다. 이후 전남 광주에서 중소 섬유공장을 10년 넘게 운영하다가 공장을 정리하면서 받은 토지보상금으로 상당한 금액을 받았다.

1남2녀를 뒀는데 아직 자녀에게는 이번 기부에 대해 명확히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부인은 1995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평소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말을 자주 했기 때문에 자식들도 이해하리라 믿는다"며 "건물 준공식 때 온가족이 함께 올 생각"이라고 했다.

김씨는 "얼마 되지 않는 돈인데 이렇게 환대를 해주니 송구스럽다"며 "기부금이 충분하지 않으니 지속적인 연구를 위해 국방부에서 추가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돈은 필요악"이라며 "쓰기에 따라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에서 태어나 잘 먹고 잘 살았다"며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국가를 위해 뭔가 바치고 싶었다"고 했다.


"최고의 노인병원 건립해주길"… 제주대에 300억원 땅 기부

제주 출신 노(老) 수의사가 평생 모아온 300억원 가치의 땅을 제주대학교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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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는 제주시 오등동 출신으로 광주와 전남지역 수의사회장을 지낸 김두림(85)씨가 26일 열릴 예정인 제주대 개교 58주년 기념식에서 평생 가꿔온 목장을 기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이 내놓은 땅은 목장부지 임야 15만4171㎡(4만6000평)로, 관음사 북서쪽에 있다. 제주대는 이 부지의 시가가 250~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대는 이 땅을 김 회장 뜻에 따라 노인요양과 자연치유시설을 건립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김 회장이 평생 가꿔온 이 땅을 기부한 것은 쾌적한 제주의 자연환경 자체가 환자 치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제주공립농업학교(제주고 전신)를 졸업한 뒤 수의사로 광주지역 축협과 낙협조합장으로 근무하다가 1980년 고향을 잊지 못해 목장을 인수했다. 이후 30년 동안 가축을 사육하고, 잡목과 가시덩굴을 정리하는 등 산림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은 물론 폐결핵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던 인부들까지 건강이 호전되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보물창고와도 같은 자연을 혼자 독점할 게 아니라 고통받는 많은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사회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생각됐다"며 "제주대학교가 우리나라 최고의 노인병원과 요양시설을 건립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조선일보, 201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