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새치가 많아서 나이가 더 들어보인다며 아내가 줄곧 염색을 권면했었다.
그동안 모른체하면서 지내왔는데 오늘 드디어 염색을 했다.
설명절에 처가식구들과 사진관에서 가족사진을 찍기로 했기에 나이에 걸맞는 머리색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전에 큰 아들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다가 실제나이보다 훨씬 많이 보았기에 아들도 염색하라고 한마디를 거들었다.
한번 염색을 하기 시작하면 계속 해야하고 또 흰머리에 어느정도 걸맞는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에
그대로 살려고 했는데 가족들은 나이든 내 모습이 좋지 않게 여겨지는가 보다.
그리고 부모님은 염색을 하셔서 검은 머리색인데 아들은 흰머리로 부모님을 뵙기가 조금은 민망한 생각이 들어 못이기는척하면서 이번 기회에 염색을 했다.
이제 머리색도 내 멋대로 못하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이목에도 신경을 쓰면서 살아야 하니 말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머리색 뿐만아니라 여러가지 몸의 변화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런 변화를 하나씩 받으들이면서 나이가 들어가는 몸과 친숙해져야 할것이다.
그것을 숨기려고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도 순수한 모습이 아닐까?
꾸밀수록 젊어질수는 있겠지만 너무 많은 것을 가미한 아름다움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실례가 될 정도로 너무 가꾸지 않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겠지만 말이다.
염색을 하고나니 머리색이 검어져서 아내와 아들들이 젊어보인다고 좋아한다.
가족들이 좋아한다면 조금 어색하고 염색하는 번거로움이 있더라도 해야할까보다.
그리고 유치원에 다니는 막둥이 딸 지은이를 위해서도 염색을 통해 나이를 조금은 감추려 노력해야겠다.
외모는 이렇게 숨길 수 있어도 마음의 나이는 어떻게 젊어지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이게 걸맞는 나의 영적인 성숙의 상태는 어떤지...
염색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나이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