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김대중·노무현… 현대사 거목들 역사속으로
올해는 현대사에 굵은 자취를 남긴 인물들이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김수환 추기경이 2월 16일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선종해 전 국민의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정국에 격랑이 일었다. 그는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그의 장례는 국민장으로 치러졌고, 고향인 봉하마을에 묘소가 만들어졌다. 뒤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도 8월 18일 서거하면서 야권은 올해에만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잃었다. 김 전 대통령의 장례는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두번째 국장(國葬)이었다. 묘소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마련됐다.
2010년 G20 정상회의 유치… 원조 받다 주는 나라로
2009년 대한민국은 선진국을 향해 한 단계 도약했다. 한국은 9월말 미국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내년 11월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종래 G8을 대체하는 전 세계 최고 연례협의체로 자리 잡은 G20 개최는 신흥국 중 처음이다. 외교사적 쾌거는 물론 국격(國格) 제고의 기회로도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이어 11월에는 '선진국 중의 선진국 클럽'이라고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도 가입했다. '원조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첫 사례로 세계 원조사에 한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놓고 與野 끝없는 소모전
지난 9월 3일 이명박 정부 두번째 총리로 지명받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행정복합도시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수정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을 꺼냈다. 이를 시작으로 정치권은 세종시 수정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었다. 이와 함께 2010년도 예산에 6조7000억원이 반영된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여야간 논란도 하반기 정치권의 최대 이슈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4대강 사업과 세종시 계획 수정을 '역사적 책무'로까지 규정하면서 강한 의지를 보였다. 2010년에도 이 두 이슈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뜨거울 전망이다.
北 김정일 3남 정은, 후계자로 급부상… 2차 핵실험도
올해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인 김정은 후계자설(說), 장거리 로켓 발사(4월), 2차 핵실험(5월), 17년 만의 화폐개혁(12월) 등 대형 뉴스를 쏟아냈다. 작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김정일이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내세워 '3대 세습'의 시동을 건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후 핵실험 등으로 대외 긴장을 극대화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데 활용했다. 옛 화폐 100원을 새 화폐 1원으로 바꾸는 화폐개혁은 김정일 독재의 가장 큰 적(敵)으로 부상한 '시장세력'(시장에서 돈을 번 중산 계층)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미뤄진 우주의 꿈… 나로호, 궤도 진입에 실패
지난 8월 25일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 첫 우주 발사체 나로호가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았다. 7차례 연기 끝에 온 국민의 염원을 안고 힘차게 날아오른 것이다. 하지만 위성 보호 덮개인 페어링 한쪽이 분리되지 않아 과학기술위성2호를 정해진 궤도에 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발사는 성공했지만 위성을 우주에 안착시키는 임무는 실패했기 때문에 '절반의 성공'이란 말이 나왔다. 위성은 대기권으로 낙하해 불탄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나로호의 실패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내년 상반기 중 나로호 2차 발사에 나설 계획이다. 2018년에는 우리 힘으로 독자 개발한 우주 발사체를 개발할 예정이다.
대형사업장 노조들, 민노총 탈퇴 도미노
민주노총으로 상징되던 투쟁적 노동운동이 퇴조하는 것일까. 1995년 창설 이래 조직 확대를 거듭해오던 민노총에서 올해 산하 노조들의 탈퇴가 러시를 이뤄 모두 32개 노조(조합원 3만8000여명)가 민노총을 떠났다. 특히 민노총 출범의 주역이자 강경 투쟁의 선봉대였던 KT(옛 한국통신)를 비롯, 쌍용차·인천지하철 등 대형 사업장 노조의 탈퇴가 잇따라 충격을 더했다. 이들 노조들은 탈퇴 이유에 대해 "민노총의 정치·이념적 투쟁 노선이 시대적 요구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산하 노조 탈퇴 러시는 올 연초 터진 여 조합원 성폭행사건의 조직적 은폐 의혹과 맞물려 민노총에 닥친 위기를 극적으로 드러냈다.
미디어법, 국회 통과… 신문·방송 칸막이 없어진다
지난 7월 22일 미디어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1980년대 신군부가 만든 지상파 방송사의 독과점 구조가 29년 만에 깨졌다. 시장에서는 이미 신문과 방송·통신이 융합되고 있는데도 법은 '신문과 방송은 겸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모순이 해소된 것이다. 신문사의 방송 참여가 허용됨에 따라 내년에는 신문사가 주도하는 새로운 방송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한다.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신문·방송·통신이 융합된 미디어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또 지상파 3사가 주도해온 방송뉴스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진출, 다양한 시각의 뉴스가 제공된다.
살인마 강호순, 나영이 사건… 아물지 않은 용산참사
국민을 분노하게 한 강력사건이 유독 많은 한해였다. 1월, 네번째 부인과 그 장모를 포함해 여성 10명을 연쇄 살해한 강호순(39)이 붙잡혀 사형 선고를 받았다. 8살 나영이(가명)를 성폭행해 장기까지 훼손한 조두순(57)에게 12년형밖에 선고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여론이 들끓었다. 10월에는 회사 공금 1898억원을 빼돌려 도박 등으로 탕진한 혐의로 동아건설 박모(48) 부장이 구속 기소됐다. 경찰관을 포함해 6명이 숨진 용산 참사사건은 발생 1년이 가까워졌지만 철거민 유족측이 정부 사과를 요구하며 아직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우즈 누른 양용은, 김연아 금빛 연기… 월드컵 본선행
한국 스포츠는 지난 3월 야구 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준우승하며 기운찬 한해를 시작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대5로 석패했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가 이어졌다. 8월 남자 골프 4대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양용은이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한 것은 세계적인 뉴스가 됐고, 월드컵 축구 대표팀도 아시아 최종 예선을 통과해 7회 연속으로 본선에 오르는 업적을 이뤘다.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는 2월 4대륙선수권대회부터 12월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올해 출전한 5개 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올라 1년 내내 국민들을 행복하게 했다.
호텔에서, 골프장에서도… '서민의 술' 막걸리 열풍
논두렁, 왁자지껄한 시골 장터에나 어울릴 법했던 '서민의 술' 막걸리가 부활했다. 정상회담 건배주의 단골메뉴가 됐다. '불황에는 소주가 인기'라는 상식도 올해는 여지없이 깨졌다. 불황이던 올해 1~10월 막걸리 국내 소비량은 작년보다 38% 늘었다. 그 기간 동안 도수 높은 위스키와 소주의 소비는 각각 35%, 4% 줄었다. 술의 효능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들이 막걸리에 식이섬유·아미노산·유산균이 많이 들어 있다는 것에 주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막걸리 수출액은 작년보다 30% 늘어 김치를 이어갈 한류 음식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2009/12/24,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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