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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외모지상주의

하마사 2009. 12. 25. 09:44

키에 집착하는 한국의 빗나간 외모지상주의를 뉴욕타임스도 주목했다.

‘키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파문이 일어난 한국에선 큰 키가 성공을 위한 길이며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키를 크게 하기 위해 특수클리닉을 보내고 성장홀몬주사를 맞추는 등 한방과 양방의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A섹션 6면과 10면에 걸쳐 한국에서 부는 큰키의 이상열풍을 조명했다. 주부 서 모씨(35)는 다섯 살된 딸과 네 살짜리 아들의 키를 크게 하기 위해 아동전문한의원에서 침술과 녹용 인삼 등이 들어간 보약을 처방해 먹이고 있다.

이를 위해 월 770달러(약90만원)를 부담하는 서 씨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모다. 딸아이가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작기 때문에 놀림을 받지 않고 자신감을 갖도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H한의원의 의사 신 모 씨는 “부모들은 자녀에게 10억원의 유산을 남기는 것보다 키 10cm를 더 크게 하고 싶어한다”며 “자녀가 나무라면 잘 자랄 수 있는 흙과 바람, 햇빛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는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스는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을 소개하며 한국인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처럼 키작은 사람들의 장점을 부각하는데 익숙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신장이 5피트5인치로 키를 크게 보이도록 키높이 구두를 신고 머리를 부풀린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구스타일의 외모가 유행하면서 한국에선 더 이상 작은 키가 장점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키크기 클리닉을 운영하는 박 모 씨는 “이제 나폴레옹이나 박정희같은 사람의 예를 들면 놀림감이 된다. TV에 나오는 젊은 스타들은 한결같이 키가 크다. 우리 사회에서는 키가 작은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키작은 사람들이 왕따가 되는 것”이라고 심각성을 전했다.

이같은 경향에 맞춰 관련 클리닉이 늘어나는가운데 우려도 일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 윤 명 조사연구부장은 부모들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클리닉이 키를 크게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의학적 증거가 없다. 이들은 과장된 광고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부모들은 자녀의 키를 크게 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한국에선 한 여대생이 TV방송에서 “키가 커야 경쟁력이 있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말한 이후 네티즌들이 이 여대생을 격하게 공격하고 국회의원들은 내용을 여과없이 내보낸 방송사를 비난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소송도 제기했다. 이 때문에 문제의 여대생은 사과를 했고 방송사 PD는 징계를 받기도 했다.

성장 클리닉의 의사 김 모씨는 “이 여대생은 모두가 동의하는 것을 얘기했을뿐이다. 문제는 그것을 (TV를 통해) 공개적으로 했다는데 있다”면서 “당신의 키를 바꾸면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클리닉에 다니는 초등학교 5학년 김 모군은 특수기계를 이용해 척추를 끌어당기는 체조를 한다. 근처에는 열세살된 이 모군이 만화책을 읽으며 누워서 타는 자전거 바퀴를 밟고 있다.

이 군 뒤에는 여동생이 푸른색 요가매트위에서 발가락 끝으로 선채 지도강사가 시키는대로 힘들게 체조를 하고 있다. 이 양은 초등학교 1년생으로 자신의 반에서 가장 작다

남매의 엄마 윤 모씨(31)는 2년전 아들에게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췄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이 비정상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경우에만 처방을 하고 고가의 비용과 부작용이 우려돼 더 이상 하지 못했다.

주사비용으로 월 850 달러가 들었지만 8개월만에 중단하고 이 클리닉을 주 3회 다니고 있다. 키가 5피트(152cm) 정도인 윤 씨는 “남편과 나는 키가 작다. 아이들이 나중에 키가 작다고 부모를 원망하는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 클리닉에서 만난 또다른 엄마 장 모씨(54)는 키가 150cm도 안된다. 그녀는 아이들을 키우며 신장 때문에 겪은 차별을 경험했다. 두 딸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업을 얻었지만 결혼적령기에 결혼정보회사들은 작은 키를 약점으로 간주했다.

장 씨는 “망치로 한 대 머리를 맞은듯 했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 교훈을 얻었다. 기회가 있을 때 살려야지 한번 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한다”고 말했다. 두 딸은 그 사이 결혼했지만 열다섯살 막내 아들 서 모군의 키를 키우기 위해 클리닉을 찾게 됐다.

아들 서 군은 “만일 내 키가 크다면 장래 배우자를 찾는데 유리할 것이다. 키가 작은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놀림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지난 30년간 평균신장이 고3 남학생의 경우 평균 3.5인치 커져 5피트8인치(약172cm)가 됐고 고3 여학생은 2인치가 커져 5피트3인치(약 159cm)가 됐다. 의사들과 클리닉에서는 요즘 아이들이 평균 신장에 대한 기준이 달라져 충분히 큰 아이들도 작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중국과 연계한 36개의 클리닉을 오픈한 박 모씨는 “큰 키와 작은 키의 차이를 크게 생각하는 경향은 지역구분없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타임스는 신장증가가 역행하는 유일한 나라는 바로 식량부족의 문제를 겪는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박 씨는 탈북해서 엄마와 3년만에 재회한 16세 남학생의 키가 5피트로 또래보다 4인치는 적은 사례를 들면서 “이런 키는 북한에서 드문 경우가 아니다. 이 아이 엄마는 3년간 키가 하나도 크지 않았다고 울음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박 씨는 “내 꿈은 북한에 이런 클리닉을 여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 우리는 통일을 해야 한다. 남북의 어린이들이 어깨를 나란히 해야지, 한 쪽이 머리 하나가 더 크면 곤란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2009/12/25,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