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전공 이력 녹아든 흥겨운 리듬
‘나의 첫 과학적 작품.’ 중앙일보 특별상(상금 1만 달러)을 받은 김택수(29)씨의 설명이다. 그는 물방울이 튀는 모습을 표현한 오케스트라 곡 ‘스플래시(Splash)!!’로 특별상을 거머쥐었다. 여기에는 낙하하는 물방울이 튈 방향을 예측하는 함수가 쓰였다. 그 함수에 따라 음의 높이와 다이나믹 등을 결정했다.
김씨는 서울 과학고등학교와 서울대 화학과 출신이다. 18세에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서 은메달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 작곡과로 편입한 것은 대학교 4학년 때.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음악가의 꿈을 버리지 못해서였다. 이후 중앙음악콩쿠르(2006년)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위에 오르면서 이색 경력의 작곡가로 이름을 알렸다.
“그동안은 일부러 과학과 관련한 음악 작품 작곡을 피해왔다”는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력이 녹아있는 곡을 내놨다.
“나만의 장점일 수 있는 부분을 버리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신 복잡한 계산은 작곡가가 하고 듣는 사람은 흥겨워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스플래시!!’는 두 개의 밝은 주제가 곡 전체를 이끈다. 청중에게는 즐거운 물놀이다. “아이디어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실력을 더 키우고 싶다”는 김씨는 앞으로 민속음악 등의 다양한 소재로 청중과 만날 생각이다.
김호정 기자
2009/9/2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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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작곡상’ 1위 스페인 부르고스
올해 6월 접수로 시작한 ‘제2회 국제 윤이상 작곡상’이 19일 수상자 선정으로 막을 내렸다. 대상 수상자 마누엘 마르티네즈 부르고스(왼쪽)와 중앙일보 특별상을 받은 김택수씨. [윤이상 평화재단 제공] |
19일 저녁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음악당. 100인조 규모의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랐다. 제2회 ‘국제 윤이상 작곡상’의 결선 무대였다.
만 40세 이하 작곡가들은 큰 편성의 연주자들에게 음향의 한계를 실험하는 작품으로 윤이상 작곡상에 도전했다. 관악기 연주자가 20명이 넘었고, 마림바·톰톰 등 타악기 연주에 4명이 투입됐다. 보통 연주의 두 배 수준이다.
그러나 본선 진출작 5곡 중 세번째로 연주된 작품이 시작되자 관악기 주자 3분의 2가 퇴장했다. 규모보다는 선명한 음악적 아이디어로 승부를 내는 작품이었다. 오케스트라 내 악기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작곡가는 일정한 리듬을 반복하다가 갑자기 모든 소리가 멈추도록 지시했다. 갑작스러운 침묵이 세 번 나왔다. 다른 참가자들이 대편성 오케스트라에 각종 아이디어를 쏟아낼 때, 이처럼 간결한 작품으로 우승과 상금 2만 달러를 차지한 이는 마누엘 마르티네즈 부르고스(39·스페인)다. 작품명은 ‘시빌루스(Sibilus)’. 휘파람을 뜻하는 라틴어다.
부르고스는 지난 반년 동안 전세계의 휘파람에 중독됐다. 스페인은 물론 멕시코·프랑스·그리스·네팔·카나리 제도와 알라스카의 휘파람 소리를 채집해 각각 다른 소리의 스펙트럼을 컴퓨터로 분석한 뒤 이를 오케스트라로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15분 길이의 이 작품에는 이처럼 각기 다른 휘파람 소리가 들어가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휘파람이다. “다양한 문화에서 휘파람으로 대화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됐고, 이를 종합해 소통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부르고스의 설명이다. “대화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침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곡 중간에 갑작스러운 고요를 넣었다.
이 작품으로 23개국 70명의 작곡가 중 1위를 차지한 부르고스는 “다른 작품들의 수준이 높아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는 소감을 전했다. 독일·프랑스·중국·한국·스위스의 심사위원단 또한 “결선에 오른 5곡 모두 각각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 심사가 즐거웠다”는 평을 내놨다. 한국의 진은숙 심사위원은 “무려 5곡의 현대작품을 하루 저녁에 연주하는 한국 오케스트라의 발전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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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도에서 작곡가로 … 꿈은 이뤄진다
제32회 중앙음악콩쿠르 작곡 부문 1위 김택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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