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노출/삶자락이야기

추석의 흔적

하마사 2008. 9. 16. 15:07

금년은 추석이 주일이라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이 서울에 있는 저희집으로 오시기로 했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농작물 추수와 산에서 도토리열매를 줍다가 무리를 하셨는지

다리가 아프다고 하셔서 주일 저녁예배를 드리고 시골로 내려갔다.

예상외로 차가 막히지 않아 저녁 10시경에 출발했는데 2시간만에 부모님이 계신 시골집에 도착했다.

그 저녁에 어머니가 손주 차려주시는 녹두전을 먹었다.

배도 고팠지만 녹두로 배추전을 부쳤는데 얼마나 맛있던지...

어머니의 푸근한 사랑과 정성이 담겨있기에 더 맛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부모님이 가꾸신 농작물을 둘러보았다.

토마토, 오이, 옥수수, 호박, 고추 등등

그리고 복숭아 나무에 달려있는 잘 익은 복숭아을 따서 털을 닦아내고 먹었다.

한 개 먹고는 너무 맛이 있어 또 하나를 따서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복숭아 나무 옆에 있는 멍멍이 집에는 귀여운 멍멍이가 다섯 마리나 있었다.

처음에는 열심히 짓다가 주인집 아들을 알아보는지 나중에는 반겨주는 소리로 바뀌었다.

얼굴이 잘 익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과 관련있는 사람은 금새 알아보는 영리함을 보였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부모님의 손길이 스친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못찍는 카메라지만 여러 컷을 찍어 블로그와 가족 카페인 '배씨오남매'에 올려놓았다.

언젠가 세월이 지나면 분명 아름다운 추억의 산물로 남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것은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오늘의 흔적은 내일의 추억으로 자리할 것이다.

동생들이 외국에 살기 때문에 고향을 그리워하며 명절을 보낼 듯 하여

사진으로라도 고향의 풍경을 전하고 싶어서다.

몇년 전 추석에는 냇가에 가서 동생과 고기를 잡았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이번에도 그런 추억을 또 한번 남길까 했지만 교회에 장례를 당한 가정이 있어

문상을 위해 일찍 서울로 향해야만 했다.

오남매의 형제들이 있지만 삼남매가 외국에 살아 

명절때 모일 수 있는 가정은 첫째 동생과 우리 가정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가족은 가까이에서 함께 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명절 때라도 모여 함께 웃으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자식들이 많다보니 부모님은 신경쓰실 일도 많다.

부모님이 자식 걱정하지 않고 사시도록 해드리는 것이 효도인데

요즘은 자식들 걱정하실 일이 생겨 장남으로 송구할 뿐이다.

내년 명절에는 온 가족들이 기쁨과 웃음으로 지나온 날을 돌아보며 감사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

부모님의 집을 떠나면서 차가 보이지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전송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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