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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 선수 오래하려면 야구를 즐겨라

하마사 2008. 6. 10. 15:18
  • "선수 오래하려면 야구를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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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상 첫 '2000 탈삼진' 송진우를 만나다
        "선수생활 20년동안 부상으로 세번 위기
         은퇴 전에 한화 우승 한번 더 보고 싶어"
  • 대전=고석태 기자 kost@chosun.com
        입력시간 : 2008.06.09 22:56 / 수정시간 : 2008.06.10 02:29
    • 8일 대전야구장. 비가 쏟아져 노게임이 선언됐다. 사상 첫 2000탈삼진의 주인공 송진우(42·한화)도 모처럼 일찍 '퇴근'을 했다.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경기장을 나서는 그의 모습은 20대 청년 같았다. 1m80의 키에 75㎏의 체격.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성격이라서 그런지 살이 안 찌네요." 그래서 어릴 적 그에게 붙었던 별명이 '새우'와 '찔락이'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부지런함. 그가 한국 프로야구의 노장 아이콘으로 남게 한 비결이다.

      ―2000 탈삼진을 축하한다. 그런데 언제까지 야구를 할 건가?

      "일단 3000이닝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그 다음엔 내가 타자를 이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으로선 그렇게 생각하는데 올 시즌을 끝내고 결정하겠다. 어차피 계약도 1년짜리라 다시 맺어야 한다."

      ―각종 기록을 도맡아 세우는데 욕심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원래 승부욕이 있다. 지기를 싫어하고 내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야구에 관해서는 욕심보다는 자존심이 앞선다. 200승 넘긴 투수가 허망하게 쓰러지긴 싫다는 거다. 그리고 팀이 우승하는 걸 한 번 더 보고 싶다."

      ―후배들에게 선수생활 오래하는 비결 좀 가르쳐 달라.

      "야구를 즐기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래야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오래 할 수 있다. 그런데 즐기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노력이다. 성적이 좋아야 즐길 수 있는 건데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노력 없이는 안 된다."

    • ▲ 송진우는 원래 1965년생이다. 중학교 때 소년체전 출전을 위해 호적을 고쳤다. 올해 고졸 신인과는 24년 차이. 그는“어린 선수들과 생활하면 젊어진다” 며 웃었다. /한화 이글스 제공
    •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고 소문이 났는데.

      "투수가 손을 관리하는 건 기본이다. 오래 물 속에 담그면 굳은살이 벗겨져 좋지 않다. 또 던지는 손의 손톱은 사포로 관리한다.
      체력은 아무래도 나이 먹으면서 좀 달린다."

      ―지금까지 가장 상대하기 힘들었던 타자들은 누군가?

      "예전 태평양에서 뛰던 김인호, 쌍방울의 양용모 그리고 우리 팀 코치로 있는 김호 등이 어려웠다. 양준혁, 이종범 같은 스타들은 오히려 자신감을 갖고 상대했다."

      ―선수생활의 위기는 없었나?

      "세 번 정도 부상 때문에 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프로 초년병 시절 난 혹사당했다. 더블헤더 1차전에 마무리로 나갔다가 2차전에 선발한 적도 있다. 우리 프로야구에서 대표적으로 혹사당한 투수를 꼽자면 박철순, 김시진 그리고 송진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혹사가 있었으니까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있는 거다. 어떤 지도자든 좋은 선수는 많이 쓰기 마련이다. 배려해준다고, 아낀다고 오래 한다는 보장 없다. 몸이란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쉰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위기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결국은 노력이다. 90년대 말 내 볼이 딱 치기 좋다는 소리가 들리더라. 그래서 전지훈련 때 이를 악물고 노력했다.
      서클 체인지업도 배우고. 정신 무장을 새롭게 해서 자존심을 지켰다. 작년에 아팠을 때도 그렇다. 아직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정말 올 시즌에 대비해 준비를 많이 했다."

      ―선수협 회장을 맡았을 때도 위기 아니었나?

      "그때는 죽기를 각오하고 했다. 주동자 6명에 끼어 방출 위기까지 몰렸다. 쉽지 않았던 결정이었다. 내가 능력이 좋아서 회장이 된 건 아니고 일은 시작한 거니까…. 말 못할 사건이 참 많았다. 아무튼 야구 인생의 반환점이 된 시기였다."

      ―왜 한화를 떠나지 않나? 해외 진출 기회는 없었나?

      "외국엔 갈 생각이 없었다.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타구단 이적은 LG, 현대, 삼성에서 관심이 있었다. 조건도 좋았지만 벌면 얼마나 더 벌겠나 하는 생각에 잔류를 선택했다. 한화가 화끈하게 지원해주는 건 없어도 정이 있는 구단이다."

      ―사업(식당 운영)은 잘 되나? 은퇴하면 뭘 할 생각인가?

      "고깃집은 신통치 않다. 요즘 소 장사들이 다 그렇지 않은가? 은퇴 후에 대해선 구체적인 생각을 안 해봤다. 지금은 선수니까 선수로서만 생각하고 싶다. 은퇴 이후를 생각하면 선수생활에 집중을 못할 것 같다. 그런데 배운 도둑질이 이건데 뭘 하겠나? 아마도 야구장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