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지난 1월 큰 돈을 기부해 준 벤처기업인 4명에게 개교 후 처음 명예박사 학위를 줬다. 반도체 검사장비업체 미래산업 창업자 정문술 회장은 300억원을 KAIST에 내고도 “생색내기 싫다”며 ‘정문술 빌딩’ 개관식에도 가지 않았다. 미국 벤처투자사 암벡스의 이종문 회장은 미국 대학과 문화시설에 많게는 수천만 달러를 기부해 왔다. 병원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메디테크사 파팔라도 회장은 모교 MIT와 보스턴 학교들에 해마다 수백만 달러를 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신흥 갑부들은 짜기로 이름났다. 평균 기부 금액이 다른 지역 부자보다 훨씬 적다. 자기가 부자라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하는 탓이라고 한다. 그러나 워낙 큰 돈을 모아 돈 쓰는 법에 눈을 뜨면 상황이 달라진다. 몇 년 전 넷스케이프 창업자 제임스 클라크가 스탠퍼드대에 1억5000만 달러를 내놓자 미국 언론은 “실리콘밸리 부자들이 지갑 끈을 풀기 시작했다”고 했다.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는 이름난 의사이자 벤처기업가다. 그는 심장수술용 대동맥 인공판막의 반값밖에 안 드는 판막 보조장치를 개발했다. 이 제품이 최근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면서 이미 200억원을 벌었다. 5년 안에 1조5000억원 규모 세계 심장판막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전망이어서 재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한다.
▶송 교수가 5년 전 자신이 죽으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유언장을 쓰고 공증까지 마쳤다는 사실을 그제 공개했다. 그가 재산 기부 약속을 굳이 사회에 밝힌 이유가 너무나 인간적이고 진솔하다. “재산이 갑자기 엄청나게 불어나니까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욕심이 생겨 마음이 흔들릴까봐 아예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얘기다.
▶송 교수가 재산 환원 결심을 굳히게 된 계기도 가슴에 와 닿는다. “심장수술을 앞둔 부자 노인 앞에서 자식들이 재산 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고서”였다. 송 교수는 미국의 세계적 의료기기 업체가 그의 회사를 5000만 달러에 사겠다고 한 것을 비롯해 숱한 인수 제의를 모두 거절했다. “그래야 우리 사회에 환원되는 돈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최고의 심장수술 권위자로 꼽힌다. 송명근 교수는 사람들의 아픈 심장뿐 아니라 그 심장 속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진정한 명의(名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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