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그림
17세기에 활약하던 화가 피터 렐리 경은 어느 날 한 참사회원으로부터 초상화를 그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참사회원을 만난 렐리 경은 ‘풍채며, 용모며 모두 보잘것없이 생겼구나. 자세히 보니 원숭이를 닮은 것 같네’라고 생각했다. 렐리 경은 초상화 그리는데 적합한 가격을 말했다. 참사회원은 구두쇠라고 듣던 소문과 달리 순순히 비싼 값이라도 좋다고 응낙하고 곧 그날부터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서로 얘기가 잘 돼 그날부터 착수, 이윽고 일주일 만에 그림이 완성됐다. 정성 들여 그린 그림이라서 렐리 경이 보기에는 실물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그러나 당사자가 보기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초상화의 주인공은 약속했던 돈을 모두 주지 않고 3분의 1 가량을 깎으려고 했다.
“이건 약속하고 틀리지 않소?”
렐리 경이 항의를 했지만 참사회원은 한사코 배짱을 부렸다.
“그 그림은 나 아니면 살 사람이 없을 것이오. 쓸데없는 그림을 쥐고 있느니 적당한 가격에 나에게 넘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그러자 렐리 경은 피식 웃었다.
“이 그림을 살 사람이 없다고요? 나는 이 그림을 당신보다 두 배를 더 받고 팔 수 있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두 배씩이나 주고 그것을 살 만큼 나를 닮은 사람이 없을 텐데요.”
“물론이지요. 당신을 똑같이 닮은 사람은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이 그림에다 약간의 수정을 가한 후 제목을 붙여서 팔 생각입니다. 그러면 아주 훌륭한 원숭이 그림이 될 테니까요.”
“그… 그게 무슨!”
참사회원은 크게 당황하면서 말을 더듬었다. 그리고 끝내는 처음 약속한대로 돈을 꺼내 렐리 경에게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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