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는 알이 깨어나면 자신의
살을 먹여 새끼를 기릅니다.
새끼는 어미 우렁이의 살을 파먹고
자라나고 혼자 움직일 수 있을
때쯤이면 어미 우렁이는 살이
모두 없어져 껍질만 남아
물위에 둥둥 뜨게 됩니다.
그렇게 떠오른 껍질만 남은
우렁이는 흐르는 물살에 아무
말없이 떠내려 갑니다.
늘 주기만 했던 자신의 사랑을
한 번도 탓하지 아니한 채..
사랑은 어쩌면 받아서
내가 살찌는 그런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
당신의 삶에 영양분이 되어주는,
그렇게 끊임 없이 주고 있음에도
늘 더 주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눈물겨움 그런 사랑이야말로
진실로 아름다운 사랑 아니겠습니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야 한 두 가지가
아닐 테지만 그에게 내 가진 모든 것을
아낌 없이 주는 것 끊임 없이 주고 있으면서
자신이 주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깡그리 잊게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가진 사랑의
최상의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성철님의 산문집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