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된 노숙자… "왜 싸게 못 팔아, 퍼주고 망하는 가게는 없다"
가격은 사장 의지에 달렸다
사장이 욕심 내면 안 팔려
똑같은 물건을 정가보다 최소 30% 싸게 팔아왔다
험난했던 청년시절 딛고…
10년간 사이비종교 생활 후 밤엔 노숙, 낮엔 막노동…
복사기 대량 보급 시기라 복사용지 배달 나서
1999년 '승합차 이동점포' 시작
항상 차 안에 복사용지 실어 주문받을 때마다 배송했죠
5분 만에 배달한적도 있어요
장사 원칙 '먼저 손해 본다'
몽당연필 교환하러 왔다가 다른 제품 살 수 있잖아요
신뢰 얻고 단골 고객 확보… 먼저 줘야 더 큰 걸 얻죠
대구 침산동에 있는 사무·생활용품 전문점 '다다오피스' 3층 건물 곳곳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왜 싸게 못 팔아. 그것은 의지의 차이.' 이 회사 최인규(46) 대표 생각이다.
―왜 싸게 파는 게 의지의 차이인가요.
"가격은 사장 의지에 달렸다는 얘기입니다. 얼마나 남겨 먹을 것이냐는 사장이 결정하니까요. '퍼주고 망하는 가게는 없다'는 게 제 장사 철학입니다."
―박리다매(薄利多賣)군요. 가격은 싼데 많이 안 팔릴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음식은 맛, 유통은 가격이죠. 인터넷으로 최저가 바로 검색되고 해외 직구하는 세상입니다. '박리하면 무조건 다매'인데, 사장이 욕심 내다 보니까 안 팔리는 거예요. 저희 가게는 똑같은 물건을 정가보다 최소 30% 싸게 팔아왔어요. 다른 가게보다 평균 10% 더 쌉니다."
'장사꾼 말은 믿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다다오피스가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 사용후기 게시판에는 날마다 '싸게 샀다'는 글이 수십 개씩 올라온다. 최 대표는 현재 3300㎡(약 1000평) 규모의 매장 두 곳과 인터넷쇼핑몰 10개를 운영 중이다. 2012년 이후 연매출 100억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18년 전, 최 대표는 노숙자였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사업 경험을 엮어 '무일푼 노숙자 100억 CEO 되다'라는 책을 냈다. 17일 침산동 다다오피스 본점에서 만난 그에게 "진짜 노숙 생활을 했느냐"고 물었다. "1999년 1월 건물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잠자던 때를 잊을 수 없죠. 한겨울 콘크리트 바닥 냉기를 어금니 꽉 깨물고 버티며 생각했어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요."
―왜 싸게 파는 게 의지의 차이인가요.
"가격은 사장 의지에 달렸다는 얘기입니다. 얼마나 남겨 먹을 것이냐는 사장이 결정하니까요. '퍼주고 망하는 가게는 없다'는 게 제 장사 철학입니다."
―박리다매(薄利多賣)군요. 가격은 싼데 많이 안 팔릴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음식은 맛, 유통은 가격이죠. 인터넷으로 최저가 바로 검색되고 해외 직구하는 세상입니다. '박리하면 무조건 다매'인데, 사장이 욕심 내다 보니까 안 팔리는 거예요. 저희 가게는 똑같은 물건을 정가보다 최소 30% 싸게 팔아왔어요. 다른 가게보다 평균 10% 더 쌉니다."
'장사꾼 말은 믿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다다오피스가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 사용후기 게시판에는 날마다 '싸게 샀다'는 글이 수십 개씩 올라온다. 최 대표는 현재 3300㎡(약 1000평) 규모의 매장 두 곳과 인터넷쇼핑몰 10개를 운영 중이다. 2012년 이후 연매출 100억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18년 전, 최 대표는 노숙자였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사업 경험을 엮어 '무일푼 노숙자 100억 CEO 되다'라는 책을 냈다. 17일 침산동 다다오피스 본점에서 만난 그에게 "진짜 노숙 생활을 했느냐"고 물었다. "1999년 1월 건물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잠자던 때를 잊을 수 없죠. 한겨울 콘크리트 바닥 냉기를 어금니 꽉 깨물고 버티며 생각했어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요."
10년간 사이비 종교에 빠져
최 대표는 1971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6남매 중 넷째였다. "소작농이었던 부모님은 농사일이 바빠 자식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빨리 취직해 돈 벌겠다"는 생각으로 경북 구미에 있는 금오공고에 들어갔다. 최 대표는 "고2 때 교회에 나갔고 이후 사이비 종교를 전전했다"고 했다.
―왜 종교에 빠졌나요.
"새 신자가 왔다고 정말 잘해줬어요. 평소 가족들에게 못 느꼈던 다정다감함과 상냥함에 끌렸나 봅니다. 고2 때부터 공부 다 포기하고 성경 알고 싶은 마음에 거의 모든 기독교 종파를 쫓아다녔습니다. 한 이단 종파에선 대구지역 청년회장도 했고요. 27세 때 600여명 앞에서 신학 강의도 했습니다. 집에서 나와 종교 시설에서 먹고 잤죠. 그런데 1998년 10월에 거기서 뛰쳐나왔습니다."
―왜 그랬습니까.
"종파 교주와 교리 문제를 놓고 공개토론을 했는데, 교주가 성경을 잘 모르더라고요. 환상이 깨졌습니다."
―집으로 돌아갔나요.
"아니요. 종교생활을 딱 10년 했는데, 그때 가족이나 친구들과 연을 끊고 살았습니다. 사회에 나오니까 의지할 데가 없었어요. 그렇게 노숙자가 됐습니다. 밤에 노숙하고 낮에 막노동하거나 구인광고 보고 직장 구하러 다녔습니다. 돈 생기면 가끔 찜질방 가서 자기도 했고요."
―어떻게 노숙생활에서 벗어났습니까.
"직장 구하러 다니다 복사용지 배달을 추천받았어요. 그때 복사기가 대량 보급되기 시작했거든요. 복사용지는 소모품이라서 주기적으로 다시 사야 하니까 이걸 배달하면 돈이 된다고요. 도매상에서 물건 받아서 소비자에게 직접 배달하고 중간 마진을 챙기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돈 한 푼 없었는데 복사용지는 어떻게 샀나요.
"이단 종파에서 같이 뛰쳐 나온 친구를 찾아가 250만원 꿔달라고 했어요. '나한테 투자하면 몇 배로 돌려주겠다'고 했죠. 이 말을 믿고 돈 빌려준 사람이 지금 아내입니다. 그 돈으로 노숙생활 넉 달 만에 월세 15만원짜리 방 얻고, 복사용지 사고, 소형 승합차도 할부로 구입했어요. 승합차가 이동 점포가 된 거죠. 그때가 1999년 2월이었는데, 얼마 안 돼 주문이 쏟아졌어요."
―비결이 뭐였습니까.
"싼 가격과 빠른 배송이었죠. 다른 업체들은 많이 주문해도 박스당 같은 가격에 팔았는데, 저는 한 박스 주문하면 2만원, 두 박스 주문하면 3만8000원 이런 식으로 주문량이 늘면 가격을 내렸어요. 또 항상 승합차에 복사용지를 싣고 다니니까 주문받으면 바로 배달 갈 수 있었습니다. 주문 5분 만에 배달한 적도 있어요."
―장사 경험이 하나도 없었는데 영업하기 힘들지 않았나요.
"종교 활동을 오래 해서 그런지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게 전혀 두렵지 않았어요. 10년 동안 전도하고 새로운 신자 관리했던 게 영업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래서 저는 이단에 빠졌던 거 후회 안 해요. 사업 밑천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2분 독서로 1년 50권 읽어
최 대표 사무실에는 다양한 경영서적들이 꽂혀 있었다. 최 대표는 "승합차 타고 다닐 때부터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운전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습니까.
"하루 종일 배달하느라 따로 책 읽을 시간이 없었어요. 책을 조수석에다 놓고 다니다가 신호 걸리면 펼쳤습니다. 신호대기 평균 시간이 2분이라고 할 때, 10번 신호 걸리면 20분 책을 읽게 되잖아요. 100번 걸리면 200분이고요. 그렇게 1년에 약 50권씩 읽었습니다."
―집중이 잘 됐습니까.
"시간이 짧으니까 더 집중해서 읽게 되더라고요."
―당시 장사도 잘 됐고 몸도 피곤했을 텐데 책을 왜 읽었습니까.
"계속 혼자 승합차 끌고 다니면서 장사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직원도 두고 매장도 생기면 경영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장사꾼이 아니라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었고요."
―지금 성공이 독서 덕분인가요.
"그것도 있겠지만 고객 덕분인 것 같아요. 저는 2003년쯤 충전잉크를 팔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돈을 벌었어요. 그때 한 업체에 복사용지를 납품하러 갔는데, 여자 경리직원이 '충전잉크도 배달해 줄 수 없느냐'고 하더군요. 당시 흑백프린터 잉크 가격이 몇만원 했는데, 충전잉크는 1만원 정도로 훨씬 쌌거든요. 그래서 잉크 충전기술을 배워서 납품했던 거죠. 2006년부터 배송기사를 구해 승합차 배달 맡기고 저는 홈페이지 만들어서 인터넷 판매에 전념했는데 대박이 났습니다. 이후 다른 업체에서 '문구도 취급해 달라'고 해서 사무용품도 팔기 시작했고요. 또 고객이 원해서 생활용품도 거래하게 됐습니다. 전국에서 잉크, 토너에 문구, 생활용품까지 한꺼번에 취급하는 쇼핑몰은 우리가 아마 처음이었을 겁니다."
―고객한테 사업 아이디어를 얻은 거군요.
"고객이 진짜 왕이죠. 제가 직원 교육할 때 강조하는 게 있어요. 고객이 문의했을 때 '모릅니다' '없습니다'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고요. 대신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답하라고요."
―이유가 뭔가요.
"처음에 매장 열었을 때 고객들이 와서 '여기는 그 물건이 없네. 다른 데는 있던데'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도매상 몇 군데에 전화 돌려봤는데 없다고 해서 고객이 잘못 알았나 보다 싶었는데, 나중에 보면 그 물건이 꼭 있더라고요. 결국 내가 몰랐던 거고, 못 구했던 거였죠. 고객은 항상 옳다는 말이 빈말 아닙니다."
'모릅니다' 대신 '확인해 보겠다'
다다오피스 매장에는 1m70㎝짜리 몽당연필 모형이 있다. 7㎝ 이하 몽당연필을 가져오면 이 모형에 넣고 새 연필로 바꿔갈 수 있다. 개장 이후 지금까지 수거된 몽당연필이 약 3만 자루라고 한다. 다다오피스 홈페이지에서는 주문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후불결제와 주문 후 24시간 이내 배송이 원칙이다. 고객 문의 사항은 5분 내 답변한다. 불량품이 배달됐다는 항의가 접수되면 확인하기 전에 먼저 새 제품을 보내준다고 한다.
―불량품 처리 원칙 때문에 손해 볼 때도 있겠군요.
"제 장사 원칙이 '먼저 손해 본다'입니다. 그러면 나중에 반드시 이득을 얻게 돼 있어요. 몽당연필 교환하러 왔다가 다른 제품을 살 수 있잖아요. 얌체 고객 때문에 조금 손해 볼 수 있지만, 그 대신 많은 고객에게 신뢰 얻고 단골도 확보할 수 있어요. 그게 더 큰 이익이죠. 장사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다 똑같아요. 자신한테 먼저 관심 가져주고 제일 좋은 걸 주는 사람에게 애정을 갖게 마련이죠. 먼저 줘야 나중에 더 큰 걸 받을 수 있어요."
최 대표는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직원들이 사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대하게 하려고 이렇게 입고 다닌다"고 했다.
다다오피스에는 직원 낮잠 시간(30분)이 별도로 있다. 고객상담실 직원들은 50분 일하고 반드시 10분 쉰다고 한다. 다다오피스 전 직원은 약 70명인데, 매장마다 휴게실을 만들어놨다. 매년 말 직원 대상 시상식도 연다. 작년의 경우 상 이름이 '따놓은 당상'(군 입대 전 성실하게 일해 제대 후 정규직 채용을 보장받은 아르바이트생), '티안나상'(업무 특성상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성실하게 근무한 사원), '박카스상'(피로 누적으로 항상 아슬아슬하게 출근시각 지킨 사원) 등이었다. 다다오피스는 2015년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직원 복지도 신경 쓰는군요.
"고객처 럼 직원한테도 먼저 손해 볼 각오를 해야 합니다. 신입직원이 처음엔 월급 주는 만큼 일 못하는 게 당연하죠. 실수했다고 혼내고 윽박지르면 계속 일 못하는 직원이 됩니다. 직원이 발전해야 회사도 발전해요. 작다면 작은 회사지만 직원들이 가족처럼 애정을 갖고 일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끝내고 즐겨 쓰는 볼펜을 하나 골랐다. 가격표 보지 않고 계산대로 갔다.
최 대표는 1971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6남매 중 넷째였다. "소작농이었던 부모님은 농사일이 바빠 자식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빨리 취직해 돈 벌겠다"는 생각으로 경북 구미에 있는 금오공고에 들어갔다. 최 대표는 "고2 때 교회에 나갔고 이후 사이비 종교를 전전했다"고 했다.
―왜 종교에 빠졌나요.
"새 신자가 왔다고 정말 잘해줬어요. 평소 가족들에게 못 느꼈던 다정다감함과 상냥함에 끌렸나 봅니다. 고2 때부터 공부 다 포기하고 성경 알고 싶은 마음에 거의 모든 기독교 종파를 쫓아다녔습니다. 한 이단 종파에선 대구지역 청년회장도 했고요. 27세 때 600여명 앞에서 신학 강의도 했습니다. 집에서 나와 종교 시설에서 먹고 잤죠. 그런데 1998년 10월에 거기서 뛰쳐나왔습니다."
―왜 그랬습니까.
"종파 교주와 교리 문제를 놓고 공개토론을 했는데, 교주가 성경을 잘 모르더라고요. 환상이 깨졌습니다."
―집으로 돌아갔나요.
"아니요. 종교생활을 딱 10년 했는데, 그때 가족이나 친구들과 연을 끊고 살았습니다. 사회에 나오니까 의지할 데가 없었어요. 그렇게 노숙자가 됐습니다. 밤에 노숙하고 낮에 막노동하거나 구인광고 보고 직장 구하러 다녔습니다. 돈 생기면 가끔 찜질방 가서 자기도 했고요."
―어떻게 노숙생활에서 벗어났습니까.
"직장 구하러 다니다 복사용지 배달을 추천받았어요. 그때 복사기가 대량 보급되기 시작했거든요. 복사용지는 소모품이라서 주기적으로 다시 사야 하니까 이걸 배달하면 돈이 된다고요. 도매상에서 물건 받아서 소비자에게 직접 배달하고 중간 마진을 챙기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돈 한 푼 없었는데 복사용지는 어떻게 샀나요.
"이단 종파에서 같이 뛰쳐 나온 친구를 찾아가 250만원 꿔달라고 했어요. '나한테 투자하면 몇 배로 돌려주겠다'고 했죠. 이 말을 믿고 돈 빌려준 사람이 지금 아내입니다. 그 돈으로 노숙생활 넉 달 만에 월세 15만원짜리 방 얻고, 복사용지 사고, 소형 승합차도 할부로 구입했어요. 승합차가 이동 점포가 된 거죠. 그때가 1999년 2월이었는데, 얼마 안 돼 주문이 쏟아졌어요."
―비결이 뭐였습니까.
"싼 가격과 빠른 배송이었죠. 다른 업체들은 많이 주문해도 박스당 같은 가격에 팔았는데, 저는 한 박스 주문하면 2만원, 두 박스 주문하면 3만8000원 이런 식으로 주문량이 늘면 가격을 내렸어요. 또 항상 승합차에 복사용지를 싣고 다니니까 주문받으면 바로 배달 갈 수 있었습니다. 주문 5분 만에 배달한 적도 있어요."
―장사 경험이 하나도 없었는데 영업하기 힘들지 않았나요.
"종교 활동을 오래 해서 그런지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게 전혀 두렵지 않았어요. 10년 동안 전도하고 새로운 신자 관리했던 게 영업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래서 저는 이단에 빠졌던 거 후회 안 해요. 사업 밑천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2분 독서로 1년 50권 읽어
최 대표 사무실에는 다양한 경영서적들이 꽂혀 있었다. 최 대표는 "승합차 타고 다닐 때부터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운전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습니까.
"하루 종일 배달하느라 따로 책 읽을 시간이 없었어요. 책을 조수석에다 놓고 다니다가 신호 걸리면 펼쳤습니다. 신호대기 평균 시간이 2분이라고 할 때, 10번 신호 걸리면 20분 책을 읽게 되잖아요. 100번 걸리면 200분이고요. 그렇게 1년에 약 50권씩 읽었습니다."
―집중이 잘 됐습니까.
"시간이 짧으니까 더 집중해서 읽게 되더라고요."
―당시 장사도 잘 됐고 몸도 피곤했을 텐데 책을 왜 읽었습니까.
"계속 혼자 승합차 끌고 다니면서 장사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직원도 두고 매장도 생기면 경영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장사꾼이 아니라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었고요."
―지금 성공이 독서 덕분인가요.
"그것도 있겠지만 고객 덕분인 것 같아요. 저는 2003년쯤 충전잉크를 팔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돈을 벌었어요. 그때 한 업체에 복사용지를 납품하러 갔는데, 여자 경리직원이 '충전잉크도 배달해 줄 수 없느냐'고 하더군요. 당시 흑백프린터 잉크 가격이 몇만원 했는데, 충전잉크는 1만원 정도로 훨씬 쌌거든요. 그래서 잉크 충전기술을 배워서 납품했던 거죠. 2006년부터 배송기사를 구해 승합차 배달 맡기고 저는 홈페이지 만들어서 인터넷 판매에 전념했는데 대박이 났습니다. 이후 다른 업체에서 '문구도 취급해 달라'고 해서 사무용품도 팔기 시작했고요. 또 고객이 원해서 생활용품도 거래하게 됐습니다. 전국에서 잉크, 토너에 문구, 생활용품까지 한꺼번에 취급하는 쇼핑몰은 우리가 아마 처음이었을 겁니다."
―고객한테 사업 아이디어를 얻은 거군요.
"고객이 진짜 왕이죠. 제가 직원 교육할 때 강조하는 게 있어요. 고객이 문의했을 때 '모릅니다' '없습니다'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고요. 대신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답하라고요."
―이유가 뭔가요.
"처음에 매장 열었을 때 고객들이 와서 '여기는 그 물건이 없네. 다른 데는 있던데'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도매상 몇 군데에 전화 돌려봤는데 없다고 해서 고객이 잘못 알았나 보다 싶었는데, 나중에 보면 그 물건이 꼭 있더라고요. 결국 내가 몰랐던 거고, 못 구했던 거였죠. 고객은 항상 옳다는 말이 빈말 아닙니다."
'모릅니다' 대신 '확인해 보겠다'
다다오피스 매장에는 1m70㎝짜리 몽당연필 모형이 있다. 7㎝ 이하 몽당연필을 가져오면 이 모형에 넣고 새 연필로 바꿔갈 수 있다. 개장 이후 지금까지 수거된 몽당연필이 약 3만 자루라고 한다. 다다오피스 홈페이지에서는 주문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후불결제와 주문 후 24시간 이내 배송이 원칙이다. 고객 문의 사항은 5분 내 답변한다. 불량품이 배달됐다는 항의가 접수되면 확인하기 전에 먼저 새 제품을 보내준다고 한다.
―불량품 처리 원칙 때문에 손해 볼 때도 있겠군요.
"제 장사 원칙이 '먼저 손해 본다'입니다. 그러면 나중에 반드시 이득을 얻게 돼 있어요. 몽당연필 교환하러 왔다가 다른 제품을 살 수 있잖아요. 얌체 고객 때문에 조금 손해 볼 수 있지만, 그 대신 많은 고객에게 신뢰 얻고 단골도 확보할 수 있어요. 그게 더 큰 이익이죠. 장사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다 똑같아요. 자신한테 먼저 관심 가져주고 제일 좋은 걸 주는 사람에게 애정을 갖게 마련이죠. 먼저 줘야 나중에 더 큰 걸 받을 수 있어요."
최 대표는 반팔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직원들이 사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대하게 하려고 이렇게 입고 다닌다"고 했다.
다다오피스에는 직원 낮잠 시간(30분)이 별도로 있다. 고객상담실 직원들은 50분 일하고 반드시 10분 쉰다고 한다. 다다오피스 전 직원은 약 70명인데, 매장마다 휴게실을 만들어놨다. 매년 말 직원 대상 시상식도 연다. 작년의 경우 상 이름이 '따놓은 당상'(군 입대 전 성실하게 일해 제대 후 정규직 채용을 보장받은 아르바이트생), '티안나상'(업무 특성상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성실하게 근무한 사원), '박카스상'(피로 누적으로 항상 아슬아슬하게 출근시각 지킨 사원) 등이었다. 다다오피스는 2015년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직원 복지도 신경 쓰는군요.
"고객처 럼 직원한테도 먼저 손해 볼 각오를 해야 합니다. 신입직원이 처음엔 월급 주는 만큼 일 못하는 게 당연하죠. 실수했다고 혼내고 윽박지르면 계속 일 못하는 직원이 됩니다. 직원이 발전해야 회사도 발전해요. 작다면 작은 회사지만 직원들이 가족처럼 애정을 갖고 일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끝내고 즐겨 쓰는 볼펜을 하나 골랐다. 가격표 보지 않고 계산대로 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21/2017042101831.html
-조선일보, 2017/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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