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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기념 위촉곡 `평창을 위한 팡파르` 만든 과학자 출신 작곡가 김택수

하마사 2017. 8. 2. 10:32


"클래식·EDM·국악 섞은 10분짜리 작곡 위해 1년간 실험에 실험 거듭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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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김택수(38)가 평창대관령음악제로부터 신곡 위촉을 받은 것은 작년 이맘때였다. 다가오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기원의 뜻을 담을 곡이었다. 세계 최정상 현대음악 단체인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 앙상블 모데른, 앙상블 알람윌사운드 등과 꾸준히 작업해온 그는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작곡가다. 얼핏 당연해보이는 이번 위촉에 정작 작곡가 본인은 어마어마한 부담을 느꼈다고 했다.
"공연 전 연주자들만 긴장할 것 같죠? 안 그래요. 곡을 쓰면서도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긴장이 됐죠(웃음)."

이윽고 1년을 거쳐 탄생한 곡이 바로 6중주 '평창을 위한 팡파르'다. 현악4중주단에 클라리넷, 타악이 더해진 6인이 국악의 산조(장구 반주의 국악 독주곡), 현대의 덥스텝(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의 한 장르)이 섞인, 그야말로 제대로 된 '하이브리드' 음악을 연주한다. 곡은 단순한 스포츠경기를 넘어 문화예술의 장을 지향하는 평창 문화올림픽의 핵심 행사인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2일 세계 초연된다.

"산조와 덥스텝과 클래식. 연결이 잘 안 되시죠? 바로 그점이 포인트였습니다. 아무나 쓸 수 없는 특별한 음악을 위해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죠." 지난달 31일 강원도 평창에서 전화를 받은 그는 "음악에서도 실험이 없으면 진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음악은 연결돼 있어요. 요즘 우리가 클럽에 가서 덥스텝에 춤을 추듯 옛날 사람들은 바흐의 춤곡에 맞춰 춤을 췄죠. 산조와 일렉트로닉 음악은 둥둥거리는 반주가 공통점이고요." 이 야심만만한 10분짜리 곡은 평창의 고유 민요인 평창아라리 선율이 클라리넷의 소리로 마치 팡파르처럼 울려퍼지며 끝을 맺는다. 지난해 자크 랑슬로 국제콩쿠르 우승자인 스타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연주한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평창 문화올림픽'으로 묶인 일련의 행사들이 뚜렷한 '한국적' 색깔을 보이지 못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반론을 냈다.

"세계 문화를 흡수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뒤섞이며 독특하게 변한 지금 우리 모습 자체가 바로 한국적인 것이 아닐까요? 예술과 산업을 극단적으로 섞은 K팝이 대표적이죠. 혼합이 곧 우리의 정체성입니다."

학창시절 화학올림피아드를 석권하며 과학고, 서울대 화학과를 거친 그의 커리어부터가 혼합적이다. 어릴적 포기한 바이올린, 피아노를 잊지 못해 대학교 작곡과로 늦깎이 편입을 한 그는 현재 미국 포틀랜드주립대와 루이스앤드클라크대학에서 음악이론을 가르치며 작곡 활동을 하고 있다. "세계적 작곡가였던 리게티 역시 물리학을 공부했고, 크세나키스는 건축을 했죠. 하나부터 열까지 논리적이며 계산적으로 실험하듯 곡을 쓰는 게 과학자와 음악가의 교집합이랄까요."

김택수는 작곡가로서 목표로 "작곡가도 연주자도 관객도 평론가도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쓰는 것"을 꼽았다. "난해한 것은 피하고 싶어요. 저만을 위한 것보다는 모두를 위한 곡을 쓰는 게 꿈이죠." 공연은 2일 평창 알펜시아콘서트홀.

-매일경제신문, 2017/8/2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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