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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복식·동생은 단식 1위… 슬픔 이긴 머레이 형제

하마사 2016. 11. 24. 14:56

앤디, 테니스 시즌 최종전 우승… 英 '총기난사 학살' 마을 출신
책상밑에 숨어 생존, 트라우마… 부모 이혼 겹쳐 테니스에 몰두

스코틀랜드 던블레인(Dunblane)은 인구 7000여명의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이곳을 모두 알고 있다. 영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사건으로 꼽히는 '던블레인 학살'이 일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1996년 3월 당시 43세였던 토머스 해밀턴이 던블레인 초등학교 체육관에 들어가 총기를 난사했고, 1명의 교사와 16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사건이 있은 지 20년 8개월이 지난 21일 던블레인이 오명을 씻고 자랑스러워할 일이 생겼다. 학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제이미·앤디 머레이 형제가 남자 테니스 '형제 단·복식 세계 1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것이다.

이날 동생 앤디(29)가 ATP바클레이스 월드 투어 파이널스 대회 단식 결승에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2위)를 2대0(6-3 6-4)으로 물리치고 올 시즌을 세계 1위로 마무리하면서 복식 세계 1위인 형 제이미(30)와 함께 테니스 역사상 첫 기록을 완성했다.

조코비치 꺾고… ‘만년 2인자’ 설움 끝내다 - 노바크 조코비치에 이어 ‘만년 2인자’에 머물렀던 앤디 머레이가 2016 시즌을 세계 1위로 마무리했다. 사진은 머레이가 21일 끝난 ATP 월드 투어 파이널스 대회 단식 결승에서 조코비치(왼쪽)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린 모습.
조코비치 꺾고… ‘만년 2인자’ 설움 끝내다 - 노바크 조코비치에 이어 ‘만년 2인자’에 머물렀던 앤디 머레이가 2016 시즌을 세계 1위로 마무리했다. 사진은 머레이가 21일 끝난 ATP 월드 투어 파이널스 대회 단식 결승에서 조코비치(왼쪽)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린 모습. /EPA 연합뉴스

사건 당시 각각 10세, 9세였던 제이미, 앤디 형제는 던블레인 초등학교 학생이었다. 범인 해밀턴과는 이웃으로 자동차도 얻어 탈 정도로 가까웠다고 한다. 사건 발생 당시 제이미와 앤디는 총소리에 놀라 책상 밑에 숨어 화를 피했다.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데 이어 부모의 이혼까지 겹치면서 형제는 더욱 테니스에 몰두했다. 심리 치료를 받으며 훈련을 했던 머레이 형제는 2007년 형 제이미가 먼저 윔블던 혼합 복식에서 챔피언에 오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동생 앤디도 2012년 US오픈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 조코비치 등이 지배하던 남자 테니스계에 명함을 내밀었다.

머레이 형제에게 2016년은 최고의 한 해였다. 형 제이미가 호주오픈과 US오픈 복식에서 우승하고, 동생 앤디는 윔블던과 리우올림픽 단식에서 정상에 오른 것이다. 먼저 세계 1위에 오른 형 제이미에 이어 동생 앤디가 최근 출전한 5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1위 형제'를 완성했다.


-조선일보, 2016/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