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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마중물, 탈북민 제대로 품고 있나] “北서 굶었을테니 더 드시라” 호의가 되레 상처로

하마사 2016. 7. 8. 12:13

사역 현주소 점검- ③ 줄어드는 탈북민 출신 크리스천

 

[통일의 마중물, 탈북민 제대로 품고 있나] “北서 굶었을테니 더 드시라” 호의가 되레 상처로 기사의 사진

 

한국교회는 탈북자들을 구제나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신앙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 사진은 2011년 서울 남서울은혜교회 통일선교공동체가 개최한 찬양대회에서 탈북민들이 신앙을 고백하는 손 팻말을 든 모습.국민일보DB

 

 

국내 탈북민 선교는 1999년 7월 하나원 안에 하나교회, 그해 8월 탈북민 심의기관인 대성공사 내에 평화교회가 설립되면서 본격화됐다. 그 전에는 탈북자들이 정보기관에서 조사 받는 동안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소수의 단체가 관여한 것이 전부였다. 2000년 이후에는 각 교단과 개교회, 단체들이 탈북민선교에 참여했고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결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1998년 이후 매년 발행하는 ‘북한종교자유백서’에 따르면 탈북민 중 그리스도인들의 비율은 2001년 61.9%에서 2014년 34.8%로 감소했다. 진심어린 이해와 소통을 바탕으로 복음을 전하기보다는 구제나 시혜의 대상으로만 여긴 게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탈북민은 단지 시혜의 대상? 동역자로서 존중해야=2008년 탈북한 이기호(42·가명)씨는 다른 탈북자를 따라 남한의 교회에 처음 나갔다. 예배 후 담임목사는 강단 앞으로 불러 ‘탈북민이니까 기억하고 잘 도와주라’고 성도들에게 당부했다. 문제는 어느 주일 예배 후 점심식사 때 생겼다. 한 장로가 이씨를 불러 옆자리에 앉혔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이어트에 신경 쓰느라 고기반찬은 잘 안 먹는다. 배 곯았을 테니 많이 먹어라”며 식탁의 고기반찬을 몰아줬다. 호의였겠지만 그날의 말과 행동은 비수가 되어 이씨의 가슴에 꽂혔다. 이씨는 그날 이후 교회를 떠났다. 

서울의 한 교회에 정착한 탈북민 이모(여)씨는 교회로부터 간증 요청을 받았다. 몇 차례 거절했지만 이어지는 부탁에 끝가지 거부하지 못했다. 이씨는 “탈북과정에서 겪었던 일들이 워낙 아팠던 기억이라 다시 끄집어내는 게 매우 힘들었다”면서 “간증 후 수시로 북한 군인에게 괴롭힘 당하는 악몽을 꾼다”고 말했다.

40대 탈북민 황모(여)씨는 마음껏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남한을 동경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는 “교회에서 외계인처럼 신기하게 보는 사람들의 눈빛을 견디기 힘들다”며 “무엇보다 상처로 뒤범벅이 된 내 이야기를 드러내기 힘든데 교회 성경공부 시간에 ‘서로의 삶을 나눠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하광민 생명나래교회 목사는 “탈북민을 가르치고 긍휼을 베풀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통일을 위해 동역하는 사람, 하나님의 자녀라는 관점에서 탈북민을 바라보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경제적 지원도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강철호 새터교회 목사는 “전도현장에서 탈북민들을 만나면 ‘어떤 교회에서는 월 얼마씩 주는데 그 교회는 얼마를 줄거냐’고 묻는 경우가 자주 있다”며 “복음보다 돈에 눈을 먼저 뜬 이들은 교회가 성도수를 늘리기 위해 ‘몸값’으로 돈을 주고 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자정(自淨) 시급, 탈북민 위한 신학정립도 필요=한국교회 안의 다툼·분열, 목회자 비리 등도 탈북민들이 교회와 멀어지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탈북민 한모(39)씨는 담임목사가 교회를 세습하고 은퇴 후 전별금 문제로 교회 내 분쟁이 일어난 것을 경험했다. 한씨는 “남한에 오기 전 중국에서 머물렀던 교회는 단지 예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선교사를 중심으로 성도들이 서로를 위하며 끊임없이 기도했다”며 “하지만 남한 교회에서는 권력욕과 물욕이 북한 지배층과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사역을 위해서 한국교회 내에 탈북민 선교를 위한 신학을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울대 통일연구원 김병로 교수는 “북한에서 철저한 조직생활을 했던 탈북민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 신앙생활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며 “김일성 주체사상에 젖어있었던 경험 때문에 신앙생활도 깊이 하지 않고 적당히 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런 점에서 통일과 북한선교에 관한 성경적 해석을 풍부하게 연구하고 북한인들이 복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 등 신학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인들에게는 민족주의 담론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기독교의 나라사랑과 애국적 신앙을 강조해 역사 속 기독교의 긍정적인 모습을 소개하고, 이런 담론을 활용해 탈북민에게 적합한 성경공부 교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사야 김아영 기자 Isaiah@kmib.co.kr 

 

-국민일보, 201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