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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마중물, 탈북민 제대로 품고 있나] 北에서의 ‘트라우마’탓 마음문 꽁꽁

하마사 2016. 7. 7. 19:13

사역 현주소 점검 - ②정착의 걸림돌 ‘공산주의 상처’

 

[통일의 마중물, 탈북민 제대로 품고 있나] 北에서의 ‘트라우마’탓 마음문 꽁꽁 기사의 사진
북한에서 김일성 주체사상을 주입받은 탈북민들은 사고가 배타적이고 경직돼 있다. 다른 사람을 불신하고 감시하는 생활을 강요받은 데다 탈북과정에서 받은 상처도 크다. 이에 대한 이해 없이는 진정한 소통을 하기 어렵다. 사진은 중국에서 바라본 북한 마을의 모습. 국민일보DB

 

 

한국교회는 탈북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내 일처럼 여기며 이들을 보듬고 섬기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환경에서 살았으며, 탈북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는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탈북민들은 지구상에서 하나뿐인 폐쇄적 공산주의 체제에서 살다 목숨을 걸고 탈출한 이들이다. 결혼이나 취업을 위해 찾아온 다문화가정과 비슷할 것이라는 식의 피상적 이해로는 진정한 소통은 불가능하고 복음도 전하기 어렵다.  

인간에 대한 불신과 깊은 트라우마  

북한 고위직 간부의 자녀였던 김모(35)씨는 2000년대 유럽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잠깐 북한으로 들어갔다. 보위부로 불려간 김씨는 “(북한인) 룸메이트가 너에 대한 정보를 알려줬다. 너도 룸메이트에 대해 아는 것을 말해 달라”는 유도심문을 받았다. 룸메이트와 자신을 이간질한다고 생각해 넘어가진 않았지만 다시 돌아간 유럽에서 룸메이트와 정상적 관계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후 망명을 통해 한국에 온 김씨는 탈북민 등 누구도 온전히 믿지 못하고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버렸다.  

중국을 거쳐 남한에 입국한 여성들은 탈북 과정에서 중국인이나 조선족과의 매매혼을 비롯해 성폭력, 성매매 등 남성들보다 훨씬 많은 폭력에 노출된다. 이 같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대인관계가 어렵다. 2005년 탈북한 최모(40·여)씨는 브로커에 속아 중국의 시골 남성에게 넘겨졌다. 중국 남성은 알코올 중독자로 최씨를 수시로 폭행했다. 최씨는 “탈북여성들의 경우 중국에서도 돈이 없고 못사는 집에 넘겨진다”고 밝혔다. 2009년 탈북 후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한 박모(49·여)씨도 “여성들이 물건 취급을 당하는데 나이가 어릴수록 금액이 올라가고 나이가 많으면 500위안(8만원)에도 팔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체제에서 밴 습관이 적응 실패 낳아 

2010년 탈북한 박철호(가명·43)씨는 대기업 자동차 정비공장에 취직했다. 박씨는 일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퇴사했다. 박씨는 자동차를 대충 정비해 고객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그러나 자기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고 탈북민이기 때문에 자기를 무시한 것이라고 여겨 사표를 냈다. 북한에선 열심히 해도 보상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수동적으로 일한다. 오히려 동료보다 필요 이상 열심히 일하면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이런 경험 때문에 박씨는 남한에서 직장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탈북민 중에는 남한에 와서 가정이 깨지는 경우도 많다. 북한에서 몸에 밴 남존여비사상이 결혼생활을 파탄으로 몰아간 것이다. 김모씨 부부는 20대 후반이었던 2000년대 초반 목숨을 걸고 탈북했다. 이들은 남한에 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이혼했다. 아내 정모씨는 호감 가는 외모와 사교적인 성격 때문에 하나원에 있을 때부터 남한 남성들의 주목을 받았다. 김씨는 남한에서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일용직을 전전했고 아내 정씨가 생활비를 벌어왔다. 정씨는 생활력이 강해 식당에서 종일 일해 돈을 벌었다. 정씨는 가부장적인 남편이 부담스러워졌고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다른 남성에게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 열등감과 분노가 생긴 김씨는 아내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4개월 뒤 이들은 이혼했고 김씨는 몇 달 뒤 호주로 이민을 갔다.

탈북민 이해 위해 북한 체제부터 알아야  

북한에선 어릴 때부터 김일성 일가에 충성하는 ‘주체형 인간’이 되도록 교육받는다. 김일성을 찬양하는 행동만 선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김일성 외의 당 간부를 비판하거나 주민 간의 폭행, 거짓말, 사기 등 비윤리적 행동은 어느 정도 묵인된다. 또 탈북민은 북한에서 ‘생활총화’(북한 주민들이 당이나 근로단체와 같은 조직에서 각자의 업무와 생활을 반성하고 상호 비판하는 모임)를 하기 때문에 서로를 불신하고 감시하는 생활을 끊임없이 강요받는다.  

탈북민 출신의 김성근 한나라은혜교회 목사는 “북한 체제와 문화를 알면 탈북민의 행동을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특히 “탈북민의 상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며 “탈북민과 진정한 소통을 하기 위해선 물질적 지원보다 이들의 병든 가치관과 문화, 내면 상처의 치유가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조요셉 물댄동산교회 목사는 “탈북민에 대한 이해는 곧 북한주민과 북한사회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며 “이들과 교제하고 전도하기에 앞서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미리 안다면 시행착오 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이사야 기자 singforyou@kmib.co.kr 

 

-국민일보, 2016/7/7